토라 39

[봇치더락SS] 사랑받는 너에게 사랑받고 싶은 나의 노래를 - 5

더보기 눈을 뜨고 처음 비치는 건 흰 어깨와 중력에 따라 시트에 흩어진 금색 머리칼. 나는 담요를 가볍게 걷어내 윗몸을 일으키고는 크게 기지개를 켰다. 햇빛을 커튼으로 가로막은 이 방은 아침인데도 어둑해서, 막 일어난 것도 있어서 시야가 좁게 느껴졌다. 니지카의 머리카락을 들어올려서 목덜미를 드러내자 어제 남긴 자국이 하얀 피부에 도드라져서 욕망이 충족되어 간다. 생각하면 할수록 한심하다고 자신을 저주하며 한숨을 쉬고는 속옷과 옷을 입고 나서 자신의 책상을 향했다. 곡은 아직 절반도 완성되지 않았다.  러브송. 니지카는 틈만 나면 진척을 물어본다. 아마 기대돼서 어쩔 줄 모르겠는 것이리라. 자신을 위해 만들어지는 그것이.  부끄러우니까 못 쓰겠다는 건 맞긴 하지만 사실은 니지카가 충격받을 게 싫어서 못 ..

작업물/번역 2024.05.10

[봇치더락SS] 사랑받는 너에게 사랑받고 싶은 나의 노래를 - 4

더보기 STARRY의 문을 열고 니지카 짱에게 인사를 하자 아직 오지 않은 료 씨에 대해 "정말 료도 참 좋은 게 떠올랐으니까 오늘은 패스라 그러고, 정말 적당적당이라니까."라고 뾰로통 화를 내고 있었다.  "엄청 잘 되고 있는지 문 너머로 그렇게 말해서 있지. 그러면 끌어낼 수도 없고, 정말 어쩔 수가 없다니까."  "아, 아하하, 그러게요……." 하지만 마냥 싫지만은 않아 보이는 건 러브송 내용이 자신을 향한 거라고 알고 있어서일 것이다. 그 곡만 료 씨가 부르도록 얘기해 봐도 좋을지 모르겠다 생각하니 "뭔가 오늘 봇치 짱 기분 좋아 보이네."라고 니지카 짱은 말했다.  "엑!? 저, 저 평소엔 그렇게 기분 안 좋아 보이나요……?"  "아니 미안 미안, 그게 아니라, 뭔가 좋은 일이라도 있었나 하고...

작업물/번역 2024.05.09

[봇치더락SS] 사랑받는 너에게 사랑받고 싶은 나의 노래를 - 3

더보기 컴퓨터에서 시선을 돌려 사무실 창문에서 보이는 건 삐죽삐죽 솟아난 몇채의 빌딩뿐. 계속 보고 있으려니 현실과 망상의 경계가 녹아 괴수영화의 서막처럼 생각되기 시작한다. 지진과 함께 빌딩이 우르르 무너지고 그 아래에서 괴수의 촉수 같은 게 솟아나 건물을 차례로 쓸어넘긴다. 그리고 얼굴을 내민 괴수의 포효에 여기 유리창도 깨진다.  도망치기 위해 일제히 빌딩에서 나가는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도쿄는 한 순간에 괴멸상태가 된다.  "키타, 일 해라."  "앗 죄송합니다!"  피로 때문인지 현실도피를 하고 있자 상사에게 그런 말을 들어 나도 일을 재개한다. 달력을 보자 지금은 7월인데 무슨 일로 넘어갔는지 4월이 되어 있었다. 벚꽃의 디폴트가 프린트되어 있는 걸 보고 꽃놀이 가고 싶었는데 하고 마음속으로..

작업물/번역 2024.05.07

[봇치더락SS] 사랑받는 너에게 사랑받고 싶은 나의 노래를 - 2

2편까진 꼭 올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더보기 익숙한 특급 전철 창문에는 평소와 같은 가나가와의 거리가 비치고 있다. 벌써 장마가 끝났는데 눈에 들어온 광고에는 아직 벚꽃이 흩날리고 있어서 올해는 꽃놀이를 못 갔네 하고 망쇄했던 나날을 되돌아본다. "바쁜 건 고마운 일이라고, 봇치 짱." 점장님은 술자리에서 기쁘단 듯이 그렇게 말했었다. 동시에 우리들한테 바쁘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밴드는 별처럼 많다고 설명하고는 그걸 들은 언니는 "결속밴드는 달만큼 커다랗단 말이 하고 싶은 거야."라고 그런 말을 했다.  기타 케이스가 무겁게 어깨를 삐걱이게 만든다. 고쳐 메고 전철의 관성에 고꾸라질 뻔한 걸 이겨내자 문이 열렸다. 나는 쏟아져 나오듯이 홈에 내려 개찰을 빠져나가, 시모키타자와에 내려서서 STARRY를..

작업물/번역 2024.05.05

[봇치더락SS] 사랑받는 너에게 사랑받고 싶은 나의 노래를 - 1

"보키타와 료니지 이야기 인용    작사  히구치 아이  작곡  나이토 히데마사  편곡  미츠이 리츠오" 더보기 케이크 상자는 그 안에 있는 케이크보다도 더 많은 행복을 받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안에 숨긴 생크림의 보물들을 소중히 소중히 지키는 새하얀 케이스. 아빠가 다녀왔다고 말하며 거실에 들어와, 엄마와 후타리가 어서와 다음에 손에 들린 케이크 상자에 헉 숨을 삼기고 기쁜 듯이 달려가는 것을 나는 소파에서 바라본다.  안에 들어 있을 내가 좋아하는 케이크에 기쁨과 아주 조금의 열등감이 마음을 스쳤다.  케이크는 물론 케이크 상자를 닮은 사람은 많은 사람으로부터 사랑받는다. 누군가의 행복을 지키는 사람, 누군가를 웃음짓게 만들 수 있는 사람, 무대 뒤에서 누군가를 지탱해 줄 수 있는 사람.  천장을 ..

작업물/번역 2024.05.05

[봇치더락SS] 잔소리는 됐으니까 좋아한다고 말해 - 10

더보기 "오, 봇치 짜~! 아, 응……?" "저, 저건……." "기다리게 해서 죄송해요~!" "둘 다 일찍 나오셨네요." 서로의 이름이 들어간 스웨터를 입고 이쿠요 짱과 약속장소에 도착하자 두 사람의 굳은 얼굴이 마중했다. 둘은 귀여운 평범한 봄옷으로 커플룩을 하고 있었다. 이전에는 그런 남사스러운 스웨터를 입고 있었는데. "어라? 선배들 그 스웨터 안 입어요?" "아니, 그거 반쯤 장난이었고. 그래도 새삼 입고 나온 거 보니까 장난 아닌데……." "귀엽지 않아요? 무엇보다 히토리 짱이랑 세트! 그치 히토리 짱!" "네, 엄청 귀여워요!" "이 바보 커플이……!" 오늘 데이트 코스는 수족관에 갔다 점심을 먹고 중고 옷가게 순회다. 이 차림으로 옷가게에 가는 걸 료 씨는 명백히 싫은 표정을 했지만 둘도 예..

작업물/번역 2024.03.20

[봇치더락SS] 잔소리는 됐으니까 좋아한다고 말해 - 9

더보기 곤돌라에서 묘하게 말수가 적어져 버린 키타 짱을 떠올리고 거북했나 생각하면서 화장실에 가 있는 키타 짱을 기다린다. 해가 떨어지면서 쌀쌀해지자 재킷 앞을 여몄다. 오늘은 고백을 하기로 정해 뒀다. 예쁜 걸 좋아하는 키타 짱을 위해 고백으로 유명한 스팟에서 화려하게 고백해 줄 거다. 뭐 전하는 말은 좋아해요 사귀어 주세요 정도밖에 없지만. 이번에야말로 애인이 되는 거다. 그걸 위해 그런 수고스럽고 하고 싶지도 않은 작전을 실행했고 여기서 사귀지 못하면 본격적으로 나는 키타 짱을 놓치고 만다. 모르는 누군가의 그림자는 점점 커지는 느낌이 들어서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실제로 대학에 가서 시찰하자 키타 짱과 친해 보이는 사람은 남녀를 따지지 않고 몇명이나 있었다. 나는 역시 어장의 한사람이었나 하고 어..

작업물/번역 2024.03.20

[봇치더락SS] 잔소리는 됐으니까 좋아한다고 말해 - 8

더보기 히토리 짱 상태가 이상하다. 나한테 묘하게 무뚝뚝해서 마치 나를 가지고 놀고 있는 것 같았다. 히토리 짱에 한해서 그럴 리는 없다. 더이상 나는 놀 가치밖에 없단 뜻이라 마음이 차갑게 얼어붙었다. 미움받으면, 버림받으면 어떡하지. 나한텐 히토리 짱밖에 없는데. 하지만 사귀는 건 무섭다. 그치만 사귀고 나서 재미없다고라도 생각되면 나는 마이크도 잡지 못하게 되고 만다. 차가운 눈빛을 받으면서 이제 필요 없단 말이라도 듣는다면,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소파 위에서 무릎을 끌어안고 있자 옆이 가라앉고 분홍색이 나부꼈다. 상냥한 푸른 눈동자가 나를 보고 어깨를 끌어안는다. 고등학교 때에 비해서 나보다 조금 커진 몸에 안심했다. "또 불안해졌어요?" "미, 미안해……." "아니요. 그런 키타 짱도 귀여워요..

작업물/번역 2024.03.19

[봇치더락SS] 잔소리는 됐으니까 좋아한다고 말해 - 7

더보기 어떨 때는 알바 중에. "저, 저기, 히토리 짱. 여기, 내가 할 테니까." "아아, 알겠어요. 부탁드려요." 어떨 때는 연습 중에. "저, 저기, 히토리 짱. 여, 여기, 잘 모르겠어." "어디요? 아아, 좀 어렵죠." 어떨 때는 라이브 끝나고. "저, 저기, 히토리 짱. 나, 제대로 했어……?" "네. 정말 잘 했어요. 열심히 했네요." "뭔가 있지, 이쿠요 이상하지 않아?" "료 씨도 그렇게 생각해요?" 이상하다고 퉁치는 건 별로 좋지 않지만 그렇다 해도 요즘 키타 짱은 좀 이상하다. 항상 쭈뼛쭈뼛하고 아이덴티티라고도 할 수 있는 명랑함이 숨을 죽이고 있다. 뭔가 이상한 거라도 먹었나 생각하면서 료 씨와 니지카 짱네 집의 작업실 천장을 올려다본다. "또 봇치가 이쿠요한테 무슨 짓 한 거 아니..

작업물/번역 2024.03.17

[봇치더락SS] 잔소리는 됐으니까 좋아한다고 말해 - 6

더보기 라이브를 끝내고 팬과의 교류에 힘쓰고 있는 히토리 짱이 끈질긴 팬한테 걸려 있는 게 보였다. 술에 취한 것 같은 그 사람은 사진 찍는 걸 조르고 있는 듯해서 아직도 사진 찍는 걸 안 좋아하는 히토리 짱은 쓴웃음을 지으면서 요구를 피하고 있었다. 이건 구하러 가야겠다 싶어 팬들에게 미안하다고 한마디 사양을 하고 히토리 짱이 있는 곳으로 서두른다. 하지만 내가 히토리 짱에게 말을 걸려고 하자 다른 누군가가 끈질긴 팬과 히토리 짱 사이에 들어왔다. 대화는 들리지 않았고 팬은 고개를 숙이고 잽싸게 그 자리를 떠나서 히토리 짱과 구해 준 그 사람은 친한 것처럼 이야기를 시작한다. 본 적이 있었다. 분명 전에 같이 공연한 기타리스트인 여성이었다. 서로 미소짓는 모습에 시커먼 감정이 가슴을 뒤덮었다. 그 역할..

작업물/번역 2024.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