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물/번역

[봇치더락SS] 그렇지 않으면 곤란해

카와즈 2024. 12. 31. 19:59

"보키타가 아슬아슬 안 사귀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이러저러해서 표지와 삽화가 있습니다. 제공자는 _(언더 스코어) 님입니다."

(표지와 삽화도 게재 허가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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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않으면 곤란해

 

 나를 향하는 시선도, 내게 거는 말도 전부 지긋지긋하다.
 귀엽다, 좋아해, 사귀자. 중3이 되고부터 고백받는 일이 급격하게 늘었다. 졸업 전의 기념이라고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나라면 분위기도 잘 타니까 어쩌면 사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민폐스런 기대를 하는 사람도 있었던 모양이다. 결국 누구와도 사귀지 않고 그로부터 2년이 지났지만 내 마음은 사랑을 너무 많이 속삭인 탓에 만족해 버렸는지, 스스로 사랑을 원하지 못하게 되어 있었다.
 동경했었는데. 소녀만화나 드라마 같은 사랑. 역시 현실은 그렇게 무르지 않구나.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도 경솔하게 내게 말을 거는 사람은 줄어들지 않는다. 오히려 분명하게 늘어났다. 이렇게 된 거 아예 누구랑 사귀어 볼까. 그걸로 뭔가 바뀔지도 모른다. 사귀어 보고, 손을 잡거나 허그나 키스를 하고, 그 너머를 하면 상대를 제대로 좋아할 수 있게 될지도 몰라, 그런 생각을 했다. 하지만 아마 그것도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다. 요즘은 아예 나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사람 자체가 기분이 나빠서 참을 수 없다.
 최근 경향을 보면 포기를 못하는 사람이 많은 듯하다. 뭘 착각한 건지 거세게 밀어붙이면 함락되지 않을까 하고 억지로 끌어안긴 적도 있었던가. 아아, 떠올리는 것만으로 기분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뿌리치고 도망쳤지만 아무리 그래도 좀 무서웠지. 고백을 거절하는 법이 좋지 않았던 걸지도 모른다. 상대를 상처입히지 않게 부드럽게 말했으니까 괜히 오해받은 걸지도 모른다.
 지금은 아무랑도 사귈 생각 없어, 미안해. 이게 고백에 대한 대답으로 쓰고 있던 상습구. 다음엔 좀 더 분명하게 말하자. 민폐라고. 애초에 알지도 못하는 사람한테 갑자기 호의를 고백받아도 좋은 기분이 들 리가 없잖아. 모질게 차 버리면 그게 소문이 나서 내 평판이 떨어질지도 모르고. 일석이조네. 아, 하지만 밴드 인기도 떨어져 버릴지 몰라. ……죄송해요, 다들. 그래도 할 수밖에 없어요.
 ――그렇게 연애를 단념했었던 고등학교 2학년 초여름. 태어나서 처음으로 애인이 생겼다.
 
 ◆◇◆◇◆◇
 
 "자, 앙~♡"
 "엑, 키, 키타 짱, 저, 아무리 그래도 그건 부끄럽달지, 그……."
 "정말! 그래선 언제까지고 애인다워지지 못하잖아!"

 점심시간, 익숙한 계단 아래에서 히토리 짱과 도시락을 먹고 있었다. 그것뿐이라면 평소와 아무것도 다르지 않은 광경이지만, 나와 히토리 짱의 거리는 어제까지와는 완전히 다르다. 어디까지나 맞닿아 있는 건 팔과 어깨지만 나란히 앉아 있는 둘 사이에는 1밀리조차 틈이 없다. 긴장된 몸에 딱 달라붙어서 히토리 짱이 도시락통을 연 순간 그걸 낚아채 그 안에서 그녀가 좋아하는 가라아게를 집어올려 입가에 가져가고 있는 것이 지금 상황이다.
 꾹꾹 젓가락을 밀어붙이자 이윽고 체념했는지 히토리 짱은 작게 입을 벌렸다. 거기에 가라아게를 쑤셔넣는다.

 "어때? 맛있어?"
 "아, 네……."

 우물우물 먹는 히토리 짱이 귀여워서 이번엔 계란말이를 집어올린다. 저항하길 그만두었는지 얌전히 내게서 먹이를 받아먹는 모습은 마치 강아지나 고양이 같다. 치켜세우면 금방 꼬리를 흔드니까 히토리 짱은 강아지려나.

 "가, 감사합니다. 맛은 잘 알 수 없었지만 애인다움은 있었다고 생각해요……."
 "나야말로, 뭔가 좀 재밌었어. 내일도 해도 돼?"
 "에, 아, 아뇨, 그건 좀……."

 거절당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귀여운 애인의 부탁인데 안 들어 주다니 너무한 사람인걸.

 "연애의 좋은 점을 알려 주겠다고 히토리 짱이 그랬잖아?"
 "그, 그건 그렇긴 한데요……."

 말끝을 흐리면서도 그 입가가 올라가 있는 건 전혀 숨기지 못하고 있다. 서로 첫 애인이라 뭘 하면 좋을지 모르겠는 나름대로 세간에서 말하는 애인 흉내를 내 보았는데, 히토리 짱으로서는 꽤나 좋았던 모양이다.
 나와 히토리 짱이 어째서 이렇게 되었는가. 그건 바로 어제 있었던 일이다.
 
 "……히토리 짱, 지금 뭐라고?"
 "앗, 그게, 저, 그, 그러니까……!"

 평소와 같은 계단 아래에서의 기타 연습.
 잠깐 쉬자고 히토리 짱이 그래서, 우리들은 기타를 내려놓고 마실 걸 한 손에 들고 담소하고 있었다. 담소라곤 해도 내가 말할 뿐이고 히토리 짱은 거의 맞장구를 칠 뿐이었지만. 그래도 히토리 짱과 이야기하는 이 시간은 묘하게 마음이 편안해서 다른 애들과는 다른 뭔가 특별한 것을 느끼고 있었다.
 이야기가 끊겼을 때, 히토리 짱은 갑자기 결의에 찬 표정으로 일어섰다. 마치 내게 밴드를 나가지 말라고 했던 때 같은 얼굴로.

 "키, 키타 짱을 좋아해요!"

 첫 번째는 '좋아애효'라고 했다. 그리고 두 번째는 꼬이지 않고 확실하게 말했다. 말이 꼬여서 되물은 게 아니다. '좋아한다'는 단어가 확실하게 들리고 말았으니까…….
 좋아한다? 히토리 짱이, 나를? 왜? 언제부터?
 여러 의문이 머릿속에 생겨나 그 중 무엇을 입 밖에 내면 좋을지 고민했다. 그럼에도 그 전부를 고르지 않고 반사적으로 사죄의 말을 입에 담고 있었다.

 "……미안해, 히토리 짱."

 딱 잘라 거절한다. 이전에 정한 방침에 따라 두 마디째를 찾는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 있는 건 절대로 모르는 사이가 아닌 히토리 짱이다. 히토리 짱의 호의는 과연 내게 민폐일까.
 다음에 무슨 말을 할지 고민하고 있자 히토리 짱의 얼굴이 순식간에 파랗게 질려 간다. 아까 사과가 거절을 의미한다고 받아들인 듯했다.

 "그, 그렇죠……. 아, 괜찮아요. 알고 있었으니까요. 저 같은 걸론 키타 짱에게 안 맞는다는 것쯤. 이건, 그, 단순한 기념수험이라고 할까……. 아아, 하지만 제멋대로인 행실로 키타 짱을 불쾌하게 만들어 버렸어. 이렇게 된 이상 할복을 해서 이 죄를 갚도록 하겠습니다……."
 "잠깐만! 히토리 짱 그런 거 아니야! 진정해! 부탁이니까! 말을 좀 들어 봐!"

 기타를 배에 대면서 멋대로 혼자만의 세계에 들어가려고 하는 히토리 짱을 어떻게든 끄집어내서 내가 끌어안고 있는 사정을 전부 이야기하기로 했다.

 "나 있지, 솔직히 말해서 연애란 걸 잘 모르겠어."
 "네?"
 "소녀만화나 드라마나, 친구의 연애 얘기라든가, 그런 걸 보고 듣는 건 좋아하는데 나 자신은 그런 경험이 전혀 없어서……."

 요즘엔 연애 그 자체를 포기한 상태라고 덧붙이자 어째선지 근심하는 얼굴을 하는 히토리 짱. 무슨 일인지 묻자, 잠시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아, 하, 하지만 키타 짱, 료 씨를……좋아했던 거죠……?"

 미간에 주름을 잡고 벌레라도 씹은 표정으로 머뭇머뭇 묻는 히토리 짱. 그 표정의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건 그녀의 괜한 걱정이다.

 "아, 그거 말이지. 아마 사랑하곤 다를 거야. 료 선배를 향한 좋아함은 동경이라고 하는 편이 가까울지도."
 "그, 그렇군요……."

 일변해서 확연히 안심한 표정. 아아, 그렇구나. 히토리 짱에게 있어서 료 선배는 소위 말하는 사랑의 라이벌이란 인식이었던 거겠지. 그게 착각이란 걸 알고 안심해서 표정이 풀어져 있다. 알기 쉽게 겉으로 감정을 보이는 모습이 어쩐지 조금 귀엽게 느껴졌다.
 료 선배를 만났을 때, 분명 가슴이 뛰었다. 취향인 외모와 분위기. 이 사람이라면 좋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쫓아다녔지만 결국 그건 동경인 그대로였고, 사귀고 싶으냐 물으면 답은 노다. 료 선배를 향한 호의는 최종적으로 '선배의 딸이 되고 싶다'는 바람으로 모습을 바꾼 상태였다.

 "사랑이 아니다……."

 중얼거리면서 뭔가 생각에 잠기는 히토리 짱. 그 진지한 모습에 나도 다시금 료 선배를 향한 마음에 대해 생각한다.

 "……응. 료 선배랑 손을 잡는다거나 허그는 하고 싶지만, 키스 같은……걸 하고 싶단 마음은 안 드네."
 "엑! 키, 키키키키키……!?"
 "히토리 짱은 하고 싶어?"
 "으엑!?"

 단순한 흥미로 물어 보았지만 삶은 문어처럼 새빨개진 얼굴에 답변을 바랄 필요는 없다. 히토리 짱, 키스하고 싶구나.
 연애 얘기 자체는 몇번이나 해 왔지만 자기 얘길 한 건 오늘이 처음이다. 늘 친구 얘기를 들을 뿐이고 내게 화제가 넘어와도 인터넷에서 주워들은 얘기를 적당히 말해서 얼버무리고 있었다. 한때는 사춘기가 되어도 들뜬 이야기 하나도 생기지 않는 자신이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불안하게 생각한 적도 있었다. 거짓말을 하는 죄책감도 있었고, 자신만이 이해하지 못하는 얘기가 전개되어서 마치 따돌림을 당한 것 같은 소외감도 있었다. 그런 내가 설마 히토리 짱 상대로 연애에 대한 얘기를 할 수 있을 거라곤 생각지 못했다.
 역시 히토리 짱은 다른 사람과는 뭔가가 다르다. 동급생이고 밴드 멤버라 그런 걸까. 거기까지 생각하고 나는 한가지 결론을 냈다.

 "……좋아."
 "네? 키 키스해도 돼요!?"
 "아니야! 사귀어도 좋다는 말이야!"

 히토리 짱이 상대일 땐 어쩐지 허세를 부리거나 얼버무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 있을 수 있단 게 편안해서, 이 사람에게라면 하고 기대하는 마음이 나를 움직이고 있었다.
 벙 찐 표정을 지었던 히토리 짱은 헉 하는 표정으로 정신을 차린다.

 "하, 하지만, 키타 짱은 저 안 좋아하는데……!"
 "안 좋아한달지, 친구로선 물론 엄청 좋아해. 그러니까 모처럼 히토리 짱이 용기를 내서 고백해 줬으니까 나도 그 마음에 보답하고 싶어."

 포기할 생각이었지만 나도 된다면 연애를 해 보고 싶다. 이런 뻔뻔한 부탁은 히토리 짱한테밖에 할 수 없다.

 "하, 하지만 그러면, 키타 짱이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될 가능성을 줄이게 되는 게……."

 히토리 짱이 하려는 말은 이해하지만 지금 상황을 비추어 볼 때 그 가능성은 대단히 낮다. 그렇다면 친구로서 이미 호감을 가지고 있는 히토리 짱을 더 좋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게다가 나를 좋아해 주고 있는 히토리 짱의 마음에도 다소 답할 수 있을 테고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꽤나 좋은 아이디어인 느낌이 든다.

 "그러면 기간을 정해 놓고 사귀는 건 어때?"
 "기간이요?"
 "응. 그 동안 내가 히토리 짱을 그런 의미로 좋아하게 되면 그 뒤로도 사귀면 되고, 그렇게 안 되면 친구로 돌아가는 거야."

 말하면서, 이건 혹시 히토리 짱에게 꽤나 잔혹한 걸 강요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고 깨달았다. 즐길만큼 즐겨 놓고, 내가 그녀를 좋아하게 되지 못했으니까 헤어지자, 라니 아무리 그래도 너무 제멋대로인 게 아닐까.

 "히토리 짱……."
 "아, 알겠어요……!"

 전언을 철회하려고 한 타이밍에 히토리 짱에게서 승낙하는 대답이 나오고 말았다.

 "저, 저기, 못난 사람입니다만 잘 부탁드립니다! 키, 키타 짱이 연애의 좋음을 깨달을 수 있게 힘낼게요!"

 전에 없이 똑바로 내 눈을 보고 말을 하니까, 그 이상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게 되어 버렸다.
 

 그런 히토리 짱의 고백으로부터 24시간이 경과해, 애인관계가 되고 나서 첫 기타 연습. 어제와 같은 자리배치, 어제와 같은 시간. 어딘가 어색한 움직임으로 내게 기타를 가르쳐 주는 히토리 짱. 평소였으면 사양 없이 내 손과 손가락을 만지면서 연습을 하는데, 오늘은 전혀 나를 만지지 않고 자신의 동작을 따라하라고 하면서 시범을 보일 뿐. 여기가 이렇게 저기가 저렇게 하고 말로 설명도 해 주지만 역시 잘 모르겠다.

 "히토리 짱, 평소처럼 내 손을 써서 가르쳐 주지 않을래?"
 "헤!? 아, 아아, 그 그렇죠!"

 그렇게 말하면서 히토리 짱은 기름이 떨어진 로봇처럼 완만한 동작으로 일어나 옆에 와서 내 손을 잡……지 않고, 그 직전에 한 번 움직임을 멈추고 말았다.
 이제 몇 센티인 곳에서 히토리 짱의 손이 움직이지 않는다. 마치 내 주변을 뭔가가 감싸고 있는 것처럼 그 너머로 히토리 짱이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 습 하 하고 깊게 호흡을 하고 몇번이고 손을 뻗지만 그 손이 내게 닿는 일은 없다.

 "정말!"
 "헤앗!?"

 견디지 못하고 내가 직접 히토리 짱의 손을 붙잡으러 간다. 내 것보다 아주 조금 큰 손.

 "자, 히토리 짱, 가르쳐 줘."

 저절로 올려다보는 자세가 되어 버려서 스스로도 조금 치사하지 않나 생각하고 있으려니 히토리 짱이 폭발하고 말았다.
 
 "이대로면 기타 연습을 못 하니까 손을 잡는 연습을 하자."

 신발장에서 신발을 갈아신고는 오른손을 히토리 짱에게 내밀었다.

 "에? 아, 손을 잡는 연습, 이요……?"

 그 후에 사방에 튄 히토리 짱을 빗자루로 모아서 사람 모양으로 되돌리는 데에 시간이 걸리는 바람에 제대로 연습을 못 한 채 하교 시간을 맞이하고 말았다. 이대로는 앞으로의 연습에도 영향이 갈 테니까 간단하게, 익숙하게 만들자는 작전이다.

 "아, 하, 하지만, 지금 그, 손에 땀 엄청나고……."
 "신경 안 써. 자, 빨리."
 "애초에 손 더럽다고 생각하고……."
 "조금쯤이야 어때."

 한 발 한 발 히토리 짱을 몰아붙여 퇴로를 빼앗는다. 그 얼굴을 살펴 보자 잘 정돈된 이목구비는 무너지기 시작해, 금방이라도 하나 하나의 파츠가 땅에 떨어질 것처럼 되어 있다.
 너무 지나친 건 좋지 않군. 또 폭발해 버리면 큰일이니까 오늘은 이쯤에서 그만둘까.
 오른손을 빼려고 한 순간 꼭 붙잡혔다. 히토리 짱의 오른손에.

 "히토리 짱……."
 "아, 이, 이걸로 됐나요?"

 불안 어린 시선, 이마에 번지는 땀, 그것들이 히토리 짱의 노력을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오른손과 오른손을 굳게 맞잡는 행위, 이것은 세간에서 말하는…….

 "이건 악수야."
 "아으……."

 연약하게 신음하는 히토리 짱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흘러나온다. 그 뒤에 천천히 손을 떼고 이번엔 빈 쪽 손을 잡았다. 딱딱하게 굳어 있던 손을 부드럽게 쥐자 조금씩 힘이 빠지기 시작해 히토리 짱은 내 손을 맞잡았다. 그래 봤자 아직 평범하게 잡았을 뿐이고 이 위에는 애인 잡기란 것도 있지만, 지금은 아직 이 커뮤니케이션을 못하는 애인이 용기를 내 준 것만으로 충분할지도 모른다.
(*애인 잡기: 손가락을 얽어 잡는 것)

 "……우리들 애인스럽게 잘 되고 있는 걸까?"
 "어, 어떨까요……. 하지만 막상 사귄다 하니까 뭘 하면 좋을지 잘 모르겠네요."

 헤헤 웃는 히토리 짱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행복해 보인다. 같이 있는 것만으로 행복하다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들었던 대사를 떠올린다. 그 감각이야말로 내가 원하는 사랑인 거겠지.

 "……저, 저기, 키타 짱. 이상한 질문인데요, 이, 이 임시 교제에선 어디까지 해도 되는 건가요?"

 붙잡힌 손에 조금 힘이 들어갔다.

 "어디까지라니……."

 무슨 뜻일까. 데이트 얘기를 하고 있는 걸까. 히토리 짱 치곤 드물게도 액티브한 질문이네. 그런 감상이 생겨났지만 다음에 머리를 스친 것은 전에 읽은 소녀 만화의 한 페이지. 애인이 전신을 써서 사랑을 나누는 행위…….

 "……히토리 짱 변태."
 "아, 아아아아니예요! 딱히 거시기한 일을 생각했다거나 그런 거 아니라고요! 진짜예요!"

 필사적인 게 반대로 수상하다. 파닥파닥 머리와 오른손을 휘두르면서도 잡은 손은 놓지 않는다.
 히토리 짱이 하는 말 자체는 옳은 느낌도 든다. 어디까지나 우리는 기간 한정 애인이지 진짜 애인이 아니다. 그렇다면 어디까지의 행위가 허락되는가 하는 선을 긋는 건 필요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막연히 그런 룰을 만들고 싶지 않다. 설령 기간 한정이더라도 우리는 사귀고 있으니까 그런 건 타이밍이나 분위기나 애인이라면 그때 그때 판단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어디까지인지는 히토리 짱한테 달렸으려나."
 "저한테 달렸다고요?"
 "응. 히토리 짱이 나랑 하고 싶은 게 있으면 그걸 직접 나한테 말해 줘. 그럼 생각해 줄게."
 "아, 생각하기만 하는 거군요."
 "괜찮다고 생각되면 제대로 해 줄 거야."

 손을 잡는 것만으로 만족하고 있는 히토리 짱이 어디까지 나를 원해 올지는 모른다. 하지만 첫 애인의 부탁이라면 가능한 한 들어 주고 싶다.

 "그러니까 힘 내. 히토리 짱."

 그렇게 웃으며 말하자, 어째선지 히토리 짱은 뺨을 붉히고 고개를 숙이면서 힘낼게효 하고 작게 중얼거렸다.
 
 ◆◇◆◇◆◇
 
 처음으로 손을 잡고 나서는 하교할 때나 STARRY를 향할 때 등 밖을 돌아다닐 때는 손을 잡는 게 습관이 됐다. 1주일 지났을 즈음에 애인 잡기에 도전했더니 의외로 히토리 짱은 아무렇지 않은 태도로 똑같이 잡아 주었다. 나중에 물어 보니까 애인 잡기란 걸 몰랐을 뿐이었던 모양이라 그 자리에서 녹아내려 버려서 고생했다.
 그리하여 히토리 짱과 교제를 시작하고 열흘이 지났을 즈음, 나는 평소와 같은 계단 아래에서 히토리 짱을 향해 두 팔을 벌리고 있었다.
 어젯밤 자기 전에 생각했었다. 사귀기 시작하고 열흘. 지금까지 해 왔던 애인다운 일이라고 하면, 밥을 앙 하기, 손을 잡기, 연락하는 빈도를 늘리기. 이상 세 가지. 그 다음 발전은 지금까진 없다. 히토리 짱에겐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말해 달라고 했지만 그것도 없다. 이대로는 약속한 1개월이 끝나 버린다. 그건 서로에게 있어 아깝단 느낌이 든다. 손을 잡는 건 꽤나 익숙해졌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 보자고 멋대로 결의.

 "……그러니까 허그를 하자."

 자 하고 히토리 짱을 맞이할 태세를 취한다. 당연히 네 알겠습니다 하고 금방 뛰어들 히토리 짱이 아니다. 내 쪽에서는 몇 번인지 모르지만, 친구로서의 스킨십으로 히토리 짱을 끌어안은 적은 있다. 그러니까 여긴 일부러 히토리 짱 쪽에서 끌어안도록 같이 제안해 본 건데…….

 "아, 어, 어어……."

 제안은 거절당하지 않았고 내가 손을 벌리자 금방 히토리 짱도 같은 포즈를 취했으니까 싫은 건 아닐 것이다. 남은 건 히토리 짱의 결심이 서서 내 품에 뛰어드는 것을 기다리는 것뿐. 기다린 지 5분이 경과하고 있지만.
 슬금슬금. 히토리 짱이 타이밍을 보면서 나와의 거리를 좁혔다가 벌렸다가 한다. 그리고 거기에 좌우 움직임도 더해진다. 나도 거기에 맞춰서 적절한 거리와 각도를 유지하도록 포지션을 조정한다. 깨닫고 보니 서로 손을 벌리고 사이드스텝을 밟고 있었다. ……이런 스포츠가 있었던 느낌이 드는걸.

 "히토리 짱."
 "카바디……아, 네."
 "지금 카바디라 그랬지."

 경기가 시작되어 버릴 것 같으니 서로 팔을 내리고 일시 휴전.

 "있잖아, 히토리 짱. 솔직하게 말해 줬으면 하는데, 그, 끌어안는 거 싫어?"
 "시! 싫을 리가 없어요! 하, 할 수 있다면 잔뜩 하고 싶어요!"

 순수한 눈으로 딱 잘라 말하니 이쪽이 당황하고 만다. 이게 사랑을 하는 사람의 올곧은 욕망이구나.

 "단지, 그, 기, 긴장돼서……."
 "그래……."

 히토리 짱한텐 히토리 짱의 타이밍이 있다. 유감이지만 오늘은 이만 이쯤 해 둘까…….

 "그, 그러니까, 뒤돌아 주실래요?"
 "응?"
 "정면에선 부, 부끄러우니까, 뒤에서라면 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그 말이구나. 알았어."

 납득하고 히토리 짱에게 등을 보이지만 등 뒤로도 긴장감이 전해져서 조금 웃음이 나온다. 힘 내라 히토리 짱.
 연애 초보인 우리들이니까 이렇게 조금씩 나아가는 편이 좋은 거다. 기간 제한이 있다고 나는 너무 초조해했는지도 모른다.
 그 순간을 아직인가 아직인가 고대하고 있자 이쪽까지 긴장되기 시작했다. 뒤에는 눈이 없으니까 언제 그게 올지 짐작도 가지 않는다. 두근두근 고동을 빨리하고 있자 두 어깨에 핑크색 팔이 둘러졌다. 등이 따뜻하다. 목덜미에 히토리 짱의 날숨이 닿아서 조금 간지럽다.
 친구에게 끌어안긴 적은 몇번이고 있지만 애인과 한 적은 이게 처음이니까 하나 하나의 동작을 괜히 의식하고 만다. 이 자세로는 얼굴이 안 보이니까 히토리 짱이 지금 어떤 표정을 짓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 부끄러워서 새빨개져 있겠지.

 "키, 키타 짱, 뭔가, 작네요……."

 히토리 짱의 높은 편인 체온에 편안함을 느끼고 있자 의외인 말이 고해졌다.

 "내가 히토리 짱보다 2센티 큰데?"
 "아, 그런 뜻이 아니라, 그, 가늘다고 할까……."
 "안 그래."
 "마, 맞아요. 제대로 먹고 있어요?"
 "먹고 있어. 어제도 같이 역 앞의 크레이프 먹었잖아."

 데이트라 칭하면서 이동식 크레이프집으로 억지로 끌고간 걸 잊어버린 걸까.

 "하, 하지만, 자주 탄수화물 빼는 다이어트 같은 거 하니까……."
 "…………."

 그것에 대해선 변명할 말도 없으니 묵비권을 행사한다. 내가 대화의 캐치볼을 되돌려주지 않고 있자 갑자기 공간에서 소리가 사라졌다. 아까까지는 언제 끌어안길지 두근거리고 있었는데 막상 딱 달라붙어 침묵이 찾아오자 그건 그거대로 긴장되고 만다.

 "키타 짱, 가느다라니까 걱정돼요……."

 조용한만큼 히토리 짱의 중얼거림이 확실하게 귀에 닿는다. 조금 강해진 말투는 말 그대로 걱정을 나타내는 것이겠지. 사랑받고 있단 걸 싫어도 실감하게 되어서 가슴께가 따뜻해진다. 이전까진 다른 사람에게서 받는 특별한 호의를 성가시게 여기고 있었는데 히토리 짱에게 받는 그것은 불쾌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안절부절 진정되지 않는 기분은 들지만 묘하게 편안해서 이대로 계속 이렇게 있고 싶은 듯한 이상한 기분이 된다.
 애인인 자신에게밖에 보이지 않는 히토리 짱의 웃는 얼굴은 친구일 때와는 어딘가 다르다. 처음엔 순수하게 부끄러워하고 있는 것뿐인가 하고 흐뭇하게 생각했지만, 어느샌가부터 그 부드럽게 가늘어지는 눈이나 자연스런 모양으로 올라가는 입꼬리를 보면 나도 같은 표정을 짓게 되었다. 웃음을 짓는 것도 수다를 떠는 것도 잘 못하는 그녀가 자신을 특별 취급해 주는 게 기쁘다.
 이 마음이 사랑에 의한 것인지 어떤지는 모른다. 그래도 첫 애인이 히토리 짱이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하는 자신이 있었다.
 
 ◆◇◆◇◆◇
 
 눈부시고 뜨거운 스포트라이트, 관객의 환성, 열기. 상정했던 것보다도 몇배나 뻗어나가는 노랫소리. 그것들이 좀 더 좀 더 하고 회장의 열기를, 출연자의 열을 높여 간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오늘 라이브는 역대 최고일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말았다. 그건 관객들도 느끼고 있는 것 같고, 멤버의 환한 표정에서도 해냈다는 느낌이 전해져 온다.
 우리의 리드 기타는 앙코르에 답한 뒤에도 살짝만 치고 오겠다고 기타를 지고 다시 스테이지로 돌아가려고 하고 있었다. 물론 시간 관계도 있어서 그건 셋이서 전력으로 말렸지만. 어디에 그런 힘이 있었는지, 아니면 스테이지의 마물에 매료되어 버려서인지, 산책에 가고 싶어서 어쩔 줄 모르는 강아지처럼 스테이지 입구에 눌러앉는 히토리 짱을 대기실로 데려가는 건 한참 고생했다.
 
 오늘밤 강수확률은 70퍼센트라고 한다. 다행히 지금은 머리 위를 구름이 덮고 있을 뿐 아직 비는 내리지 않는다.
 반성회와 뒷풀이를 거쳐 한 손에 우산을 들고 귀갓길에 오른 지금까지도 히토리 짱은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있었다. 이렇게 말이 많은 모습은 좀처럼 볼 수 없으니, 들어 봐 들어 봐 하는 대로 그녀의 말에 적당히 맞장구를 치면서 듣는 역할을 고수한다.

 "니지카 짱은 살짝 빠르긴 했지만 반대로 그게 좋았죠!"
 "료 씨는 평소처럼 자기주장 격했지만 평소보다도 더 주장했었죠! 애드립도 멋있었죠!"
 "키타 짱은……!"

 몇번이고 반복되어 몇 번째인지 모를 같은 말이 거기서 끊어졌다. 완전히 잡는게 당연해져 있던 손이 잡아당겨져, 나란히 걷고 있었을 터인 히토리 짱과 마주보는 모양이 된다.
 번쩍이며 빛나는 눈에는 푸른 불꽃이 타오르는 것처럼 보인다. 라이브 때 아이컨택트를 할 때도 이런 눈이었던가…….
 어깨가 흔들릴 정도로 크게 숨을 쉬고 나서 히토리 짱이 조그맣게 읊었다.

 "……키스해도 되나요?"

 다른 것에는 전혀 눈을 주지 않고 세상에 자신과 기타밖에 없는 것처럼, 기타에만 향해 있던 정열이 지금 내게만 향하고 있다. 그것에 조금 우월감을 느끼고 말았다.
 처음으로 히토리 짱이 뭔가를 하고 싶다고 말해 줬다. 나도 그녀의 열에 들떠 있는 것뿐인지도 모르지만, 하지만 지금은 히토리 짱과 같은 기분이란 건 굽힐 수 없는 사실이었다.

 "……응, 나도 하고 싶어."

 그렇게 답하고 눈을 감는다. 히토리 짱이니까 또 중요한 데서 도망치는 거 아닌가 생각했지만 그건 기우였던 모양이다.
 닿은 건 아주 한 순간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반대로 아주 길었는지도 모른다. 숨 쉬는 법도 잊고 입술에만 신경이 집중되어 버려서 그 부드러움을 분명히 기분 좋다고 느꼈다.
 히토리 짱의 얼굴이 떨어진 것을 깨닫고 눈을 뜬다. 상기된 뺨도 내려가는 눈꼬리도, 엿보이는 푸른 색도 전부 내 거구나. 좀 더 그 얼굴을 보고 싶다 생각하고 있자 갑자기 히토리 짱에게 끌어안겼다. 처음 허그했을 땐 그렇게 긴장했던 주제에 정면에서 확실하게 나를 끌어안아, 팔에는 제대로 힘이 들어가 있었다.

 "……키타 짱, 사랑해요."

 억누르지 못하겠단 듯이 흘러나온 말은, 말을 더듬지도 혀가 꼬이지도 않고 분명하게 전해졌다. 히토리 짱의 체온도 목소리의 습도도 전부 자신을 향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채워진다.
 사랑한단 말을 듣고 소름이 돋는 그 감각이 없다. 억지로 만져졌을 때의 혐오감 같은 건 털끝만큼도 없다. 여기에 있는 건 그저 한없이 올곧은 애정과 약간의 정욕뿐.
 그녀의 언동 전부가 내게 사랑을 가르쳐 준다. 히토리 짱은 늘 그렇다. 내가 그만두려는 타이밍에 한 발 내딛는다. 마치 내 마음을 꿰뚫어보고 있는 것처럼. 애초에 이 교제도 연애를 포기하려고 했던 내게 히토리 짱이 고백해 줘서 시작된 것이다. 정반대고 생각하는 건 전혀 모르겠지만, 하지만 분명 그런 히토리 짱이니까 나는…….
 약속했던 1개월이 끝나가는 유난히 습기를 머금은 밤. 히토리 짱에게 좋아한다고 전하겠다고 구름에 숨은 달에 맹세했다.
 
 ◆◇◆◇◆◇
 
 나만을 봐 줬으면 한다. 언제나 곁에 있고 싶다. 떨어지고 싶지 않다.
 사랑이란 꽤나 복잡한 물건으로 여러 감정의 집합체인 모양이었다. 그건 무척 제멋대로고 고집스럽고 자신의 힘으로는 컨트롤할 수 없는 거라서 초보인 나는 그걸 어찌해야 할지 모르고 있었다.
 그래도 로인이 한 마디 돌아오는 것만으로 기쁘다든가, 내일 학교에서 만나는 게 기대된다든가, 그런 반짝거리는 마음도 동시에 혼재해서 원하는 걸 손에 넣은 충족감이 나를 좀처럼 재워 주지 않는다.
 아무런 예정도 약속도 안 했는데, 히토리 짱을 만날 수 있다는 것, 그뿐인 일이 어쩔 도리 없이 기대된다. 빨리 내일이 되었으면…….
 
 약속한 1개월이 이제 3일이면 끝나 버린다. 내가 쓸쓸히 생각하는 것에 반해 히토리 짱은 안절부절 못하는 기색이다. 내가 빨리 마음을 전하지 않으면 원래의 친구 관계로 돌아가 버리니까. 자각하고 나서 몇 번이나 말하려고는 했다. 하지만 막상 그 때가 되면 용기가 나지 않는다. 히토리 짱이 나를 좋아하는 건 알고 있는데 겁을 집어먹어 버린다. 만약 이 1개월의 교제를 거치고 히토리 짱 쪽이 생각했던 거랑 다르다고 느꼈으면 어떡하지? 내가 고백을 하고 그런 말을 듣는다면……. 그런 상황, 상상하는 것만으로 무서워서 발이 얼어붙는다.
 수업 중인데 이것 저것 생각하면서 턱을 괴고 창밖의 회색 하늘을 바라본다. 일기예보에선 밤까지는 비 걱정은 없다고 그랬는데, 6교시가 끝날 즈음에 갑자기 내리기 시작하고 말았다.
 딱히 예정이 없는 방과후, 평소였으면 친구와 놀러 가는 예정을 넣었겠지만 히토리 짱과 사귀기 시작하고 나서는 데이트에 시간을 쓰게 되었다. 오늘도 둘이서 게임센터에 가서 놀까 하는 얘길 했었는데 유감스럽게도 이 날씨다. 예보를 따라 우산을 준비하지 않은 우리들은 생각지 못한 형태로 발이 묶여, 평소와 같은 계단 아래에서 비가 약해지길 기다리기로 했다.
 기타도 안 갖고 있으니 그저 옆에 나란히 앉아 수다를 떨 뿐. 어제 집에서 있었던 일, 오늘 수업에 대한 것, 음악에 대한 것……. 이렇게 계속 같이 있는데 하고 싶은 얘기가 끊이지 않는다. 전엔 내가 일방적으로 얘기하기만 했지만 요즘은 짧은 말이긴 해도 히토리 짱 쪽에서 얘기를 해주게 되었다. 눈이 마주치면 부끄러운 듯이 돌려 버리지만 열심히 분위기를 띄우려고 하는 모습에 아직 제대로 좋아해 주고 있구나 하고 몰래 안심하고 있었다.
 히토리 짱의 노력은 전해지고 있지만 그래도 역시 대화를 영원히 계속할 수는 없는 모양이라(나는 할 수 있다), 대화의 서랍은 바닥을 드러내고 좁고 어둑한 계단 아래에 침묵이 찾아온다.
 히토리 짱은 분위기가 불편해 보이지만 그녀가 열심히 하려고 해주는 것만으로 충분히 기쁘다. 게다가 조용한 것도 나쁘지 않다. 아까부터 계속 그 기회를 엿보고 있던 나로서는 고마운 타이밍이 찾아왔다.

 "키 키타 짱!?"

 히토리 짱의 왼쪽 어깨에 슬쩍 자신의 머리를 올리고 체중도 약간 그녀 쪽에 싣는다. 좀 더 달라붙어 있고 싶다, 그런 심플한 소망을 실행에 옮겨서 조금 달성감. 우리는 서로 사랑하는 애인인 거니까 남이 안 보는 데서라면 얼마든지 꽁냥대도 용서되어야 한다.
 멋대로인 이론을 늘어놓아 보지만 뭔가 이유가 없으면 서로 닿지 못한다면 그건 애인이라곤 부를 수 없는 걸지도 모른다. 진짜 애인은 이유 같은 게 없어도 만나고 싶다 생각하면 그게 만날 이유가 되고, 닿고 싶다 생각하면 그게 닿을 이유가 되는 게 아닐까.

 "……키, 키타 짱은 대단해요."

 말 없이 달라붙어 있던 히토리 짱이 말을 흘렸다.

 "뭐가 대단한데?"

 지금 이 상황에서 왜 그런 말을 들은 건지 짐작이 가지 않는다. 목을 일으켜서, 하지만 서로의 팔은 맞닿은 채로 히토리 짱에게 묻는다.

 "키, 키타 짱은 엄청 자연스럽게……애, 애인스러운 일을 해서……. 저랑 똑같이 지금까지 아무랑도 사귄 적 없다고 그랬는데……."
 "의심하는 거야?"
 "그, 그런 거 아니에요! 그, 그냥 진짜로 키타 짱의 행동이나, 언동이, 전부 제가 꿈꿔왔던 그런 거라서……스스로가 리얼충이 된 것 같아서……진짜 애인이 됐다고 착각해 버릴 정도로……."

 그거 착각 아니야. 지금이라면 말할 수 있다. 오히려 지금이 그 타이밍인 느낌이 든다. 호기를 놓칠 수 없다고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있잖아, 히토리 짱은 어떻게 날 좋아한단 걸 알았어?"

 준비했던 말과는 전혀 다른 질문이 입을 뚫고 나온다. 겁쟁이인 자신이 어이가 없어서 아까 들이쉰 공기는 한숨으로서 조용히 내쉬었다.

 "네? 아, 그건 무슨……?"
 "나는 그 왜, 연애한 적이 없단 얘기 했잖아? 그러니까 어떤 마음이 들면 이게 사랑이란 걸 자각할 수 있는 건지 알고 싶어서."

 사실은 이미 알고 있다. 나는 지금 이 순간에도 히토리 짱과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만으로 행복을 느끼고 있다. 이 마음은 틀림없는 '사랑' 짓이다. 하지만 사람과 엮이는 걸 어려워하는 히토리 짱이니까 나와 마찬가지로 연애 경험 같은 건 없을 게 분명하다. 그러니 물어 보고 싶었다. 히토리 짱이 사랑을 깨달은 계기를. 어쩌면 히토리 짱이 날 좋아하는 부분을 말해 주지 않을까 하는 엷은 기대를 품으면서 대답을 기다린다.

 "……어, 어렸을 때……."

 그 말이 나올 때까지 나는 두근두근하고 있었는데, 예상에서 크게 벗어난 그 첫마디가 귀에 도달한 순간 갑자기 고동이 빨라졌다.

 "유, 유치원에서, 주변이랑 어울리지 못하던 저한테, 늘 상냥하게 대해 준 선생님이 계셨어요. 인기 많은 선생님이라 다른 애들도 그 선생님을 좋아했다고 생각해요……."

 그 사람을 떠올리고 있는 건지 살며시 미소를 띠며 히토리 짱은 부드러운 말투로 말한다. 입안에 어쩐지 쓴맛이 퍼진다. 싫다. 듣고 싶지 않다. 가슴을 꽉 잡힌 것처럼 괴롭다. 나 말고 다른 사람을 생각하면서 그런 얼굴 하지 마.

 "아마, 그 선생님이 제 첫사랑, 이었다고 생각해요……."

 

 

 


 그걸 받아내기엔 나는 어렸고, 무엇보다 각오가 부족했다.

 "그러니까 키타 짱을 좋아하게 됐을 때도……."
 "히토리 짱 따위 몰라! 이만 헤어질래!"
 "에엑!? 키, 키타 짱!"

 가진 각력을 전부 써서 무아지경으로 달린다. 목적지는 어디라도 좋다. 이런 한심하고 멋없는 자신을 히토리 짱에게 보이고 싶지 않다. 교사를 뛰쳐나가 장대비 속을 히토리 짱에게서 도망치듯이, 사랑에서 도망치듯이 달린다. 교복이 조금씩 물을 머금어 피부에 달라붙는 감촉이 기분 나쁘다.
 좋아하려고 생각해서 의식하는 것만으로는 사랑이 되지 않는다. 좋아하고 싶지 않아도 좋아하게 되는 게 사랑인 거다.
 ……첫사랑이었으면 했다. 아니, 첫사랑이 아니니까 어떻다는 건 아닌데. 과거로 돌아가서 선생님인지 뭔지보다 먼저 히토리 짱을 만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만났다고 해도 금방 좋아하게 되어 줄 거란 보장도 없다. 애초에 유치원이라니 벌써 10년 이상 된 이야기잖아. 뭘 바보 같은 생각을 하는 건지. 아아 진짜 싫다. 이건 질투다.
 사랑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런 마음이 세트로 딸려올 거라면 모르는 채여도 좋았다.
 첨벙첨벙 작은 물웅덩이를 밟으면서 뛰자 흰 양말에 검은 흙탕물이 반점을 만들어 나간다. 실내화인 채로 도착한 교사 뒤편에서 나는 발을 멈추었다. 여긴 인적이 드물어서 자주 고백을 하는 데 사용되어, 내게 있어서는 지긋지긋한 추억이 몇개나 있는 장소. 하지만 인적이 드문 장소란 건 히토리 짱에게 있어선 편안히 쉴 수 있는 곳이라, 여기도 그녀의 피난 장소 중 하나란 걸 나는 알고 있다.
 자기가 도망쳐 놓고 발견해 줄지도 모른다고 무의식중에 생각해 버린 걸지도 모른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얄팍해서 자조하고 만다.
 완전히 젖은 교복 치마에서 똑 똑 물이 떨어진다. 땅을 향해 떨어지는 물방울이 또렷하게 보여서 비가 그쳤단 걸 깨달았다. 모처럼 그쳤는데 이래선 놀러 나갈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네. 곧장 집에 돌아가자. 어차피 오늘은 이제 히토리 짱에게 비출 얼굴이 없다…….
 찰팍찰팍 젖은 지면을 뛰어가는 소리가 들려서 돌아보았다. 숨을 헐떡이며 원래부터 버석버석했던 머리를 더욱 흐트러뜨리고, 중간에 넘어져 버렸는지 핑크색 운동복은 진흙 투성이.

 "허억……하아……아, 키, 콜록콜록! ……키, 윽! 콜록! ……키타 짱……."

 말 그대로 숨이 넘어가려는 상태라 보고 있는 이쪽이 불안해진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이렇게 필사적으로 쫓아와 주는 히토리 짱이 좋아서 좋아서 어떻게 되어 버릴 것 같다.

 "헤어지기 싫어……!"

 지리멸렬한 발언을 정면에서 뒤집어쓴 히토리 짱은 당황했는지 우뚝 움직임을 멈춘다. 그런 그녀를 붙잡듯이 뛰어들었다.

 "키 키타 짱, 교복이……!"

 젖은 몸에 히토리 짱의 상냥한 체온이 스며든다. 교복이 더러워지는 것쯤 신경 쓰이지 않는다. 단지 이제 놓치고 싶지 않고, 도망치고 싶지 않다. 올곧고 상냥한 이 사람을 누구에게도 빼앗기고 싶지 않다.

 "……너무 귀엽잖아요."

 그렇게 말하고 등에 히토리 짱의 팔이 둘러졌다.

 "키타 짱은 귀여워요."
 "에?"
 "어, 얼굴만이 아니고, 지금처럼 투정 부리고 그러는 것도 귀엽다고 생각해요!"

 힘있게 단언하는 히토리 짱은 흥분한 듯이 말을 잇는다.

 "그리고, 상냥해요! 저 같은 물벼룩 이하인 성격 어두운 인싸한테도 차별 없이 대해 주고, 곤경에 빠진 사람이 있으면 금방 말도 걸고……. 게다가 노래도 기타도 열심히 하고, 친구랑 노는 거 좋아할 텐데도 그것도 거절하고 연습에 시간 내고……. 그 그밖에도, 제가 모르는 걸 잔뜩 알고 있어서 그걸 가르쳐 주고……키타 짱하고 있으면 재밌어요! 안심되면서 두근두근하고, 진정이 안 되면서 따뜻하고……. 키타 짱이……키타 짱이니까 좋아하는 거예요!"

 ……어떡하지. 기쁜데 눈물이 나올 것 같다. 도망칠 정도로 싫은 마음이었을 텐데, 히토리 짱의 말로 이렇게 곧바로 기분을 풀고, 나 이렇게 단순했던가. 결국 참지 못하고 흐르기 시작한 눈물은 히토리 짱의 어깨에 스며들고 말았다.

 "키타 짱의 마음, 물어 봐도 돼요?"

 저녁해에 비친 그 얼굴은 히토리 짱 치고는 꽤나 심술궂은 웃는 얼굴이다.

 "……알면서."

 히토리 짱의 말에 일희일비하는 나와 마찬가지로 그녀 또한 내 말 하나로 이렇게나 표정을 변화시킨다. 분명 앞으로도 아직 본 적 없는 그녀의 일면을 많이 알게 되겠지. 오늘이 진짜 시작인 것이다.

 "――히토리 짱이 좋아."

 그 말을 신호로, 히토리 짱이 또 본 적 없는 얼굴로 웃었다.
 
 ◆◇◆◇◆◇
 
 비구름은 완전히 없어지고 오렌지색 하늘이 펼쳐져 있다. 기울기 시작한 태양은 옷을 말려 줄 정도의 열을 가지지 못했다. 잡은 손의 온도 쪽이 훨씬 높은 느낌이 든다.

 "에취!"
 "귀여운 재채기네."
 "노, 놀리지 마세요."

 순수하게 귀엽다고 생각해서 칭찬한 건데 히토리 짱으로서는 마음에 들지 않은 모양이다.
 이대로 히토리 짱을 돌려보내면 틀림없이 감기에 걸리고 말 거다. 어쨌든 2시간의 통학시간이다.

 "……히토리 짱, 우리집 들렀다 가지 않을래?"

 그런 제안을 한 건 어디까지나 애인의 몸이 걱정되어서지, 절대로 떳떳하지 못한 마음 같은 건 없다. ……떳떳하지 못한 마음은 조금밖에 없다.
 떨리는 손도, 빨라지는 고동도, 히토리 짱이 동요해서 넘어질 뻔한 것도, 전부 '사랑'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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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카와우소(かわうそ) 님
원본 링크: そうじゃなきゃ困る |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23130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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