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물/번역

[봇치더락SS] 어나더 페이지(스)

카와즈 2024. 8. 19. 19:39

"고토 히토리가 타임슬립합니다. 진짜로?"

 

더보기

 나 고토 히토리는 17살. 살짝 커뮤증이고 아싸고 녹거나 무너지거나 하기도 하지만 기타를 한 손에 들고 인터넷에서 일부 주목을 모으고 있는 극히 평범한 여자애♪
 그런 나도 오늘부터 드디어 고등학교 3학년! 꿈의 고교 중퇴를 이루기까지 1년밖에 안 남았어! 대체 나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거야~!?



 ――눈을 뜨자 익숙한 내 방 천장, 이 아니라 벽장 벽. 아무래도 어제는 영상 편집을 하다가 그대로 잠들어 버린 모양이다. 장시간 이상한 자세로 있었던 탓에 어깨와 허리가 아프다. 조금 몸을 움직이자 우둑우둑 뼈가 삐걱이는 소리가 났다.
 손 근처의 스마트폰을 보자 늘 일어나는 시간보다 10분 정도 이르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고도 하고, 이제 와서 다시 잘 수도 없으니 일어나서 준비를 할까. 오늘부터 신학기, 란 게 시작된다고 하고…….
 아무런 조작도 하지 않았던 스마트폰이 자동으로 어두워진다. 나는 다시 한 번 옆의 버튼을 눌러 잠금화면을 본다. 처음에 느낀 위화감은 이거였다.
 키타 짱에게서 연락이 오지 않았다.
 이상하다. 평소였으면, 키타 짱한테 뭔가 연락이 와 있을 터다. 내가 잠들어 버린 후인가 내가 일어나기 전인가 차이는 있지만 아침에 첫번째로 보는 키타 짱에게서 온 메시지는 내 은밀한 즐거움이기도 하다. 내용 자체는 특별할 것 없는, 그 날 찍은 사진을 보내 오거나 최근에 생긴 카페에 가고 싶단 부탁이거나 긴급성이 있다곤 할 수 없는 것들. 그래도 그런 다음날 학교에서 말해도 될 일을 둘만의 로인 속에서 나누는 게 기뻤다.
 내가 이렇게 누군가와 이어져 있는 것에 행복을 느낄 수 있게 된 건 결속밴드와 키타 짱 덕분이다. 밴드를 통해 처음으로 친구가 생겼다. 아니, 친구 이상일지도 모른다. 같은 꿈을 그리고 쫓고, 같이 좌절도 경험하고……동료라고 부르는 편이 잘 와닿는 느낌이 든다. 입에 내면 조금 낯간지럽지만.
 니지카 짱도 료 씨도 내게 있어서 둘도 없는 소중한 사람이다. 그리고 키타 짱은 더 특별하다.
 밝고 상냥하고 귀엽고, 나와는 정반대인 인생을 보내 왔던 키타 짱은 내게 사람을 좋아하게 된다는 걸 가르쳐 주었다. 태어나서 처음 생긴 애인. 애인은커녕 친구조차 없었는데……. 고독하게 지내 와서 사람과 어울리기를 반쯤 포기하고 있었던 과거의 자신에게 가르쳐 주고 싶다. 누군가를 그리고 누군가에게 그려진다는 게 이렇게나 따뜻하고, 괴롭고, 행복하단 걸.

 키타 짱과 교제를 시작하고 이러저러 1년이 된다. 고백했을 때의 부끄러운 대사는 영원히 봉인하고 싶은 흑역사이긴 하지만 그래도 웃는 얼굴로 고개를 세로로 흔들어 준 키타 짱의 얼굴은 눈꺼풀 뒤에 각인되어 있다.
 어둡고 대화도 잘 못하고 살아가는 것 자체가 서투른 글러먹은 나와, 어딜 가도 인기인이고 남에게 사랑받는 키타 짱이 사귀고 있다. 그건 거의 기적이고 분명 천문학적인 숫자분의 일의 확률로밖에 일어나지 않는 일이라고, 지금도 꿈을 꾸고 있는 듯한 감각이다.

 그런 키타 짱은 사귀기 전부터 꽤 빈번하게 로인을 주고 있었다. 사귀고 나서는 그 빈도가 늘어났다. 그리고 그건 어제까지 매일 이어지고 있었는데, 오늘 끊기려 하고 있었다.
 아니아니, 오늘은 아직 막 시작됐을 뿐이야. 키타 짱이니까 분명 신학기가 너무 기대돼서 잠들어 버린 거겠지. 그렇게 결론짓고 늘 입는 핑크색 저지를 걸치면서, 아까까지 봤던 꿈 내용을 떠올려 본다. 일요일 아침에 하는 여아용 애니메이션 주인공 같은 텐션으로 의기양양하게 학교를 향하는 꿈. 이상한 자세로 자서 그런 이상한 꿈을 꾼 걸까.
 오늘부터 신학기……. 내 학교생활 마지막 1년이다……. 앞으로 1년 안에 중퇴……할 수 있을까. 뭐 하지만, 요 2년간의 학교생활은 결코 나쁜 일만 있지는 않았……던 느낌이 든다. 밴드 쪽은 인디 데뷔까지 했고, 더 팔려서 음악생활이 바빠지는 바람에……라고 하는 편이 멋있기도 하고, 중퇴는 좀 더 미뤄도 괜찮을지도……?
 그런 걸 생각하면서 저지를 착용하자 강렬한 위화감을 느꼈다. 이상하게 깨끗하다. 어라? 새 걸 꺼냈던가? 어제 여기에 준비해 뒀을 땐 좀 더 낡았던 느낌이 드는데.
 사이즈도 조금 큰 느낌이 들고……. 한 사이즈 큰 걸 사 버렸나? 평소랑 같은 인터넷 쇼핑몰에서 평소랑 같은 저지를 주문했다고 생각하는데. 불식할 수 없는 위화감은 그대로 두고 거실로 향하기로 했다.



 "얘! 히토리 짱, 모처럼 입학식인데 그런 차림으로 갈 거야?"

 엄마는 인사도 없이 갑자기 그런 말을 해 왔다. 입학식이라니 뭐지……? 갑자기 무슨 말을 하는 걸까…….

 "어? 나 평범하게 학교 가는데……후타리 입학식엔 안 갈건데?

 입학식이란 말을 듣고 제일 처음에 떠오르는 건 동생 쪽. 오늘은 내 신학기가 시작되는 것과 동시에 후타리의 초등학교 입학식 날이기도 하다.

 "……무슨 말 하는 거야? ……정말! 히토리 짱도 참, 어제 늦게까지 안 자더니 잠이 덜 깼구나."

 엄마는 한 순간 벙 찐 표정을 했지만 금방 정신을 차리고, 정말이지 하면서 아침밥을 준비해 준다.
 뭐야? 어? 무슨 일이야? 내가 뭐 잘못했나? 혼란에 빠져 식탁에 앉지 못하고 있는 내 저지 옷깃을 누군가가 잡아당겼다.

 "언니, 안녕. 무슨 얘기 하고 있어?"
 "후!? 후타리!?"

 후타리의 눈높이에 맞추듯이 몸을 숙이고 그 얼굴을 확인한다. 틀림없이 내 여동생 후타리지만, 어떻게 봐도 작다. 아니 아직 여섯 살이니까 작은 건 당연하지만, 명백하게 어제까지의 크기가 아니게 되어 있다.

 "후타리, 줄어들었어?"
 "에~ 무슨 말이야~? 이상한 언니."

 어린이의 성장은 빠르다. 내가 고1이었을 때, 당시 다섯 살이었던 후타리는 1년에 5센티 정도 키가 컸었다. 그게 하룻밤만에 10센티 정도 작아진 거니까 이건 이미 이상사태다. 내가 혼자 허둥지둥하고 있는데도 후타리도 엄마도 딱히 신경쓰는 기색이 없다. 잘 보니 후타리의 복장도 저번주까지 입고 있던 유치원복이다. 어젯밤 몇 번이고 입었던 입학식용 외출복은 어디 갔단 말인가……?
 너무 혼란스러워서 머리를 싸매고 있자 이번엔 뒤에서 나타난 아빠가 어깨를 두드렸다.

 "괜찮아 히토리. 고등학교에 들어가면 분명 밴드 하고 싶단 애가 있을 테니까! 히토리도 친구 생길 거야!"
 "그래, 히토리 짱. 그렇게 불안해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래도 그 차림으로 가는 건 역시 반대려나. 적어도 입학식 정도는 교복 입자. 귀엽고."

 어디서 꺼낸 건지 입학식에 입고 간 후로 한번도 걸친 적이 없는 교복을 내보이는 엄마. 아까부터 계속 입학식 정도는~이라고 하는데, 내 기억상 입학식엔 제대로 교복 입었다고. 그런데 다들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마치 내가 오늘부터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것처럼 말하고…….
 문득 아빠가 손에 들고 있는 신문을 눈치챘다.

 "아빠, 그거 빌려줘!"

 아빠의 손에서 낚아채듯이 신문을 빼앗는다. 그걸 펼치지는 않고 가장 위에 적힌 날짜만을 확인한다.

 '2017년 4월 7일 (금)'

 그 표기를 본 순간 왜인지 웃음이 치밀어 올랐다.

 "앗……아하하하하! 아, 알았다~! 이거 모두가 준비한 몰래카메라구나~! 와아, 깜빡 속아넘어갈 뻔했네!"

 정말 질 나쁜 장난이다. 이런 소도구까지 준비하고 다들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이런, 마치 시간이 2년 전으로 돌아가 버린 듯한 일을 하고……. 대체 무슨 목적이 있는 거야.
 계속 웃는 내게, 셋은 그저 조용히 이쪽을 보기만 하고 좀처럼 사실을 밝혀 줄 기색은 없다.

 "언니……?"
 "어, 어이, 히토리 괜찮니?"
 "히토리 짱? 몸이라도 안 좋아? 너무 힘들면 오늘은 쉬어도 괜찮단다?"

 약간 이상한 걸 보는 느낌으로 유난히 친절하게 굴어서 참을 수 없어진다. 아직도 이걸 계속한단 말인가. 내가 속아 넘어가서 학교에 가는 데까지 시키고 싶은 것일까. 그나저나 끈질긴걸. 셋 다 오늘은 초등학교 입학식에 가야 할 테니까, 이런 짓을 할 때가 아닐 텐데.
 ……헉! 설마, 이건 꿈? 그래. 그런 게 틀림없어. 역시 늦게 자는 건 안 좋은걸. 내가 피를 토하면서 고교 생활을 2년이나 끝내 놨는데, 도로 처음으로 돌아간다니 엄청난 악몽이다. 신이시여 죄송합니다. 오늘부터는 제대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서 규칙적인 생활을 할 테니까 이만 잠에서 깨게 해 주세요.
 쾅 쾅 쾅!
 마루바닥에 머리를 몇 번이고 찧어서 의식을 각성시켜 보려고 한다.

 "그렇구나~. 뭐야, 꿈인가. 후후……. 당황했잖아 참. 자, 어서 눈을 뜨자! 그리고 나는 고등학교 3학년이 되는 거야~……."
 "히토리!? 정신 차려!"
 "히토리 짱! 히토리 짱!"
 "언니 웃기다~"
 "멍멍!"

 이 날 나는 학교를 쉬게 됐다. 그뿐인가 직후에 엄마가 불러 온 영매사한테 잘 모르겠는 의식을 받고 말았다.



 다음날, 우편함에 신문이 들어오는 소리로 눈을 뜨고 곧장 그걸 손에 들었다. 날짜는 어제 확인한 것에 플러스 하루 된 물건으로 서력 부분은 바뀌지 않았다.
 그 말은 즉…….

 "이, 2년 전으로 타임슬립했어!?"

 그런 일이 있을 리 없단 건 알지만 잘 보니 방에 놓여 있는 기타는 요 1년 반 애용하고 있는 퍼시피카가 아니라 아빠의 레스폴 커스텀이다. 스마트폰을 봐도 등록된 연락처는 가족뿐이고, 교과서 종류도 전부 1학년 때 거다.
 비 오는 날도 바람 부는 날도 고교 중퇴를 향해 힘내 왔던 2년간이 리셋되어 버렸단 말인가……. 그렇게 인식한 순간 전신에서 힘이 빠져 무릎부터 무너져 내렸다. 욱, 토할 것 같아…….
 내가 잃어버린 건 마지못해 다녔던 학교생활만이 아니다. 이 2년간은 내 인생에서 가장 진하고 많은 걸 얻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음악 경험도 칭찬도 좌절도 동료도 애인도……. 그것들 모두가 없었던 일이 됐다.
 아니, 사실은 지금까지 보냈던 나날이 전부 꿈속에서 있었던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아싸고 어두운 내 인생이 그렇게 잘 될 리가 없잖은가…….
 시야가 번졌나 생각하자 폭포처럼 눈물이 쉼없이 흘러나왔다. 앞뒤 생각 없이 살아 왔던 2년이 사라진 상실감은 너무나도 크다. 몸을 말고 바닥에 물웅덩이를 만들었을 때, 문득 방 구석에 있는 기타가 눈에 들어왔다. 4월의 실온으로 조금 차가워졌던 바디에 내 체온을 나누어 준다. 오랜만에 들었지만 과거의 파트너는 무척 무겁게 느껴졌다.
 천천히 현을 튕긴다. 아무 생각을 하지 않아도 손가락이 멋대로 움직인다.
 기타와 고독과 푸른 행성. 결속밴드가 결성되고 처음으로 만든 곡. 처음으로 제대로 작사를 해서 변변한 말이 떠오르지 않는 내게 료 씨가 쓰고 싶은 대로 써도 된다고 말해 주었다.
 넷이서 했던 첫 라이브, 이대로 끝내고 싶지 않다고 정신 없이 기타를 쳤더니 관객들이 기뻐해 주었다. 니지카 짱이 기타 히어로의 정체가 나란 걸 눈치채고, 꿈 얘기를 해 주었다.
 고1 문화제 라이브에선 키타 짱이 나를 구해 주었다. 그 뒤에 흑역사를 만들어 버렸지만, 어떤 날도 전부 전부 내 보물이고 그리 간단히 내버릴 수 있는 게 아니다.
 깨닫고 보니 손이 멋대로 별자리가 된다면을 치고 있었다. 이 곡은 분명히 존재한다. 이것도 저것도 내 망상 같은 게 아니야……!

 "반드시, 돌아가는 거야……! 모두가 있는 곳으로!"


---


 어떻게든 해서 원래 세계로 돌아갈 방법은 없을까.
 인터넷에서 검색해 봐도 같은 현상에 빠진 사람의 상담에는 '중2병 수고' 라느니 '또 새로운 라노베 작가인가' 같은 말로 치부되고 있어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 이상 가족한테 걱정을 끼치는 것도 좋지 않고 곤란할 때 의지할만한 친구는 없다. 그런 내가 도달한 대답은, 일단 학교에 가자, 란 것이었다. 어쩌면 타임슬립한 건 나만이 아닐지도 모른다. 키타 짱도 똑같이 곤란에 빠져 있다면 힘이 되고 싶다. 그보다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밴드 멤버밖에 없으니까 일단 거기서부터 컨택해 보자는 생각이다.
 그렇게 해서 나는 조금 소매가 남는 저지를 걸치고 바깥 세계에 뛰쳐나가기로 했다.
 이러쿵저러쿵 하면서도 거의 쉬는 일이 없었던 2년간. 2시간의 통학로, 익숙한 학교.
 막 입학했던 그 시절엔 나날이 자신 주변에서 그룹이 생기는 모습을 그저 멀리서 바라보다가 그 때마다 그만두고 싶단 생각을 담아 뒀었던가.
 학교에 가까워짐에 따라 조금씩 늘어나는 슈카 고교생. 기분 탓인지 이상하게 시선을 모으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데 과민반응일까. 나 그렇게 이상하게 보이는 걸까……. 저지의 지퍼가 제대로 위까지 올라가 있는 걸 다시 확인하고, 자신의 신발장으로 향한다.
 ――여기서 신학기 공감 에피소드를 하나.
 '무심코 이전 학년 신발장으로 가 버린다'
 당연히 얼빠진 나는 2학년 신발장으로 발을 향하고 말았다. 그리고 3월까지 자신이 썼던 신발장에 이미 모르는 로퍼가 들어 있었을 때 깨달았다. 맞다! 나 올해부터 3학년이지! 당황하며 3학년용 신발장에 가려고 하지만 자신의 반을 모른단 걸 깨닫는다. 아, 일단은 반 편성이 어떻게 됐는지를 확인해야…….

 "……아니, 그게 아니지! 나 1학년이었지!"

 신발을 갈아신을 때까지 벌써 투 아웃이다.
 나를 이상하게 보고 멀리 돌아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무시하고 자신의 신발장으로 대쉬. 내 체감으로는 1년 전까지 썼었던 그 장소에는 확실히 '고토'라고 적힌 라벨이 붙어 있다. 같은 학년에 다른 고토 씨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지금이 정말로 과거로 돌아와 버린 거라면 틀림없이 이 신발장은 내 거다.
 또 가슴에 적막함……같은 게 밀려왔지만 지금은 그런 걸 신경 쓸 때가 아니다. 아무튼 키타 짱이 있는 곳으로 가자. 키타 짱은 분명 5반이었을 거다.
 타임슬립했단 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애인이 있는 곳을 향하는 내 발걸음은 비교적 가벼웠다.



 언젠가 그랬던 것처럼 복도에서 몰래 1학년 5반 교실을 엿본다. 자신의 행동에 그리움을 느끼면서도 긴장감을 가지고 타이밍을 잰다. 그도 그럴 것이, 타깃인 키타 짱 주변은 여러 명의 1군 여학생이 둘러싸고 있었고 자력으로 거길 돌파하는 건 곤란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수업이 시작되기 직전이라면 다들 자리로 돌아갈 테고 찬스는 분명 올 거야!
 ……그렇게 생각했던 시절이 제게도 있었습니다.
 결국 아침 시점에선 HR 직전까지 사람이 사라지는 일은 없었고, 그 뒤에 수업 사이의 짧은 쉬는시간마저도 키타 짱과 내 사이에 우뚝 선 사람의 벽은 계속 존재하는 채로 하루가 끝나고 말았다.
 입학하고 아직 얼마 지나지 않은 키타 짱은 이미 여러 명을 매료시킨 듯했다. 역시 그녀와 나는 태어난 별이 다른 걸까……. 그나저나 왜 여자애들은 화장실까지도 집단으로 가는 걸까……. 단체 할인이라도 있단 말인가.
 오늘 하루 계속 보고 있었던 그녀의 뒤통수를 시야에 넣으면서 신발을 갈아신는다. 타깃은 아직도 이름도 모르는 반 친구와 수다를 계속 중. 잘도 화제가 끊이지 않는다.
 아주 익숙한 하얀 기그백을 바라보길 수 분, 몇 번이고 한 발 내딛어서 말을 걸려고는 했다. 그 때마다 되살아나는 것이다. 처음 키타 짱에게 말을 걸었을 때의 휴먼 비트박스가. 첫대면에서 저질러 버렸던 기억이 뇌리를 스칠 때마다, 또 실패할 거라고 주저하고 멈춰선다.
 아무리 그래도 슬슬 주변에서 수상하게 여겨도 이상하지 않고, 오늘은 이만 포기하고 이쯤에서 돌아갈까…….

 "저……! 나한테 무슨 볼일 있어……?"
 "헤?"

 갑자기 돌아본 키타 짱이 수상하단 얼굴을 하고 이쪽을 보고 있다. 틀림없이 나한테 말을 걸고 있다는 건 명백하다.

 "에, 아, 그……!"

 어떡하지. 내 타이밍으로 말을 걸려고 했으니까 예정에 없던 일이 일어나서 잘 말이 나오지 않는다. 사전에 플래닝해 뒀던 시나리오가 싹 무너지고 바로 여기다 하고 커뮤증을 발동하는 나. 대치하는 키타 짱의 시선은 틀림없이 수상한 사람을 노려보는 눈빛이다.
 이대로면 괜한 의심을 사고 만다. 뭔가……뭔가 말을 해야……!

 "……키키키, 키 키타 짱은 절 좋아해요!"
 "어……? 무, 무슨 말 하는 거야……?"

 저질렀다――!!
 키타 짱의 시선, 영하의 온도다. 과거에 이렇게나 차가운 눈을 하는 키타 짱을 봤었던가. 아니, 없다. 오히려 이런 표정도 할 수 있는 거군요 키타 짱! 이야아, 이렇게 표정이 풍부하다면 여배우 노선도 괜찮겠네요! 아니 바보!

 "앗 그게……아 아니에요! 저저저, 저는 키타 짱하고 같은 슈카고 1학년 고토 히토리란 사람이에요 대단히 죄송합니다!"

 빠른 말을 마구 쏟아 내지만 키타 짱의 미간 주름은 더욱 깊어질 뿐.

 "……저, 그래서, 고토 씨? ……는, 나한테 무슨 볼일인데?"
 "그 그건……!"

 어라……뭘 위해 키타 짱을 만나려고 했던 거더라? 아, 맞다. 어쩌면 키타 짱도 나랑 똑같이 타임슬립했을지도 모르니까, 그걸 확인하려고 했던 거였다. 하지만 이 키타 짱의 모습을 보건대 이 키타 짱은 이쪽의, 평범한 고등학교 1학년인 키타 짱인 거구나. 그럼 이제 얘기할 필요는.
 눈썹을 찌푸리는 키타 짱을 보고 숨을 삼켰다.

 ――지금이라면 과거를 다시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눈앞에 있는 키타 짱은 모습은 내 애인인 키타 짱과 같지만, 고토 히토리를 전혀 모른다. 그렇다면 내가 과거에 키타 짱 앞에서 보였던 한심한 모습이나 멋없는 부분을 없었던 일로 할 수 있지 않은가.
 그렇단 말은 즉 내가 키타 짱에게 고백했을 때의 '나와 함께 별자리가 되지 않으련⭐'이란 말도 역사의 어둠속에 묻어 버릴 수 있는 거야! 그거 말고도 1학년 때 문화제의 다이브라든가, 기타등등기타등등, 전부 다시 할 수 있어!
 뭣하면 새로 내 정보를 심어서, 이전보다도 키타 짱을 헤롱헤롱하게 만들 수 있는 게……. 지금 나라면 키타 짱의 취향도 파악하고 있고……응? 어라? 키타 짱은 왜 나를 좋아하는 거더라? 잘 생각해 보니 들은 적 없을지도……. 얼굴은 취향이란 것 같지만, 키타 짱은 날 좋아하는 거지? 아, 큰일이다. 자신 없어지기 시작했다. 어떡하지. 너무나도 내가 필사적이니까 어쩔 수 없이 사귀어 주고 있을 뿐이고 사실은 좋아하지도 어떻지도 않아서, 오히려 미움받아서……갸아아아아아아아아악!!!!

 "저……고토 씨……? 괜찮아?"

 키타 짱의 시선은 수상한 사람에게 향하는 것에서 이상한 사람에게 향하는 것으로 변해 있다. 그것도 그렇다. 첫대면의 아싸가 갑자기 발광하고 있으니까. 막 고등학생이 된, 내 수복 방법도 모르는 키타 짱한텐 조금 자극이 강했을지도 모른다. 반성해야지…….
 어떻게든 의식을 붙잡고 녹아내리려는 몸의 원형을 유지한다. 키타 짱의 시선은 대충 인간한테 향할만한 게 아니지만 신경 써서는 안 된다.
 과거를 다시 할 수 있을지 모른다 생각했지만 만남은 전보다 나쁜 듯한……. 스토커 행위도 해 버렸고……. 뭔가, 키타 짱의 호감도를 올릴 방법을 생각해야 해…….

 "아."
 "……?"

 완전히 잊어버리고 있었지만, 키타 짱이 짊어지고 있는 기그백 내용물은 설마 그 6현 베이스가 아닌지…….

 "고토 씨?"
 "키 키타 짱! 같이 와 주세요!"
 "어, 잠깐……!?"

 아무튼 일단은 키타 짱의 신용을 얻어야 해! 그걸 위해선 역시 기타다!
 당황하는 키타 짱의 손을 끌고 나는 악기점을 향했다.



 "고토 씨 고마워! 그 베이스, 보증기간내여서 반품할 수 있었어!"
 "아, 다, 다행이에요……."
 "그래서 새 기타를 사고 싶은데, 괜찮으면 고토 씨도 같이 봐 주지 않을래?"
 "아, 네."

 억지로 여기로 끌려온 키타 짱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게 기타가 아니라 6현 베이스란 걸 점원에게도 확인받고 꽤 쇼크를 받았다. 그와 동시에 악기가 무용지물이 되지 않아서 안도하고 있는 걸 보면 그녀는 역시 포지티브 덩어리다. 그런 부분은 보고 배워야지.
 기타가 진열된 걸 보면서 이건 베이스가 아니지? 하고 확인하는 모습이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뺨이 풀어졌다.

 "기타는 여러가지 있구나. 어떤 게 좋으려나……."
 "그, 그러게요……."

 당연히 이 가게엔 료 씨가 가지고 있는 레스폴 주니어는 없다. 그렇다면 다른 기타를 봐야 하는데, 아무리 해도 다른 기타를 손에 든 키타 짱을 이미지할 수가 없다.
 지금 키타 짱의 입장을 생각하면 료 씨한테 빌리려고 해도 '기타 보컬로서 가입했는데 기타 안 가지고 있다고? 장난해?'라고 생각될 것 같고, 어떡하면 좋을까…….

 "그나저나, 어떻게 고토 씨는 그게 기타가 아니란 걸 알았어?"
 "어? 아, 아뇨, 그건……."

 자신은 2년 후의 세계에서 왔으니까 알고 있다고는 말해도 믿어주지 않을 테고, 그런 뜬금없는 말을 해 버리면 모처럼 조금 위를 향한 호감도가 다시 바닥으로 떨어질 게 뻔하다. 하지만 그럴듯한 거짓말도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 어떡할까…….
 정답이 적혀 있는 것도 아닌데 주르륵 늘어선 기타를 바라본다. 그 안에서 지금 내 파트너인 퍼시피카와 눈이 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마치 뭔가에 이끌리는 듯한 감각이었다.

 "죄 죄송합니다! 시연해 봐도 되나요?"

 퍼시피카를 가리키면서 점원에게 말을 건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내가 먼저 가게 사람한테 말을 걸었다. 거의 충동적인 거다.

 "고토 씨가 치는 거야?"
 "아, 네……. 키타 짱, 조금 봐 주실래요?"
 "괜찮긴 한데……."

 어차피 나는 말로 잘 설명할 수 없다. 기타밖에 장점이 없는 커뮤증 아싸니까.
 악보를 떠올리면서 심호흡을 한다. 괜찮아, 그 날 일은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으니까. 내가 처음으로 합주를 한 날. 니지카 짱과 료 씨와 만난 날. 결속밴드에 들어간 날.
 다시 한 번 숨을 크게 들이쉬고 스트로크. 치기 시작하자 머리보다도 몸이 기억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연주하는 건 그 날 키타 짱이 스테이지에서 칠 예정이었던 것. 이 때 유행하던 곡이었지.
 골판지 상자 안에 들어가서 스테이지에서 서서, 인생에서 가장 비참하다고까지 생각했던 그 순간. 그래도 자신의 기타 소리와 다른 사람이 연주하는 베이스와 드럼 소리가 겹쳐진 그 때의 감각은 내 안에서 평생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곡이 끝나자 키타 짱은 커다란 그 눈을 더욱 크게 뜨고 한껏 박수를 치고 있었다.

 "대단해! 고토 씨 기타 잘 치는구나!"

 그건 과거에 키타 짱과 만났을 때 들은 말이다.

 "게다가 이 곡, 내가 다음에 밴드에서 치려고 했던 곡이야……."

 그렇다, 이 곡은 그 날, 키타 짱이 치지 못했던 곡이다. 조금씩 어두워지는 표정에 마음을 굳이고 고백한다.

 "저, 저기! 미, 믿을 수 없겠지만, 저는 미래에서 키타 짱하고 밴드를 하고 있어요!"
 "어, 미, 미래? 밴드라니……."
 "네, 결속밴드예요……!"

 어떻게 그걸, 하고 눈이 말하고 있다.

 "키, 키타 짱이 기타가 아니라 베이스를 들고 있단 걸 안 건, 제가 미래에서 와서예요. ……지, 지금 키타 짱이 기타를 못 친다는 것도 알아요."
 "그건……!"

 이 사실은 분명 키타 짱밖에 알 수 없는 일이다. 이 정도로 전부 믿어 줄 거라곤 생각할 수 없지만 내가 거짓 없이 솔직하게 말하면 조금쯤은 믿어 줄지도 모른다.
 머리를 싸매면서 으으 신음소리를 내는 키타 짱은 이윽고 내 얼굴을 가만히 보고 끄덕였다.

 "솔직히, 전부를 믿은 건 아니지만, 고토 씨가 나를 잘 알고 있단 건 알았어."

 잘 알고 있다, 새삼 그렇게 들으면 부끄러운 느낌이 든다. 아무리 그래도 2년 후엔 애인이 돼 있어요, 라곤 말 못하지만.

 "앗, 아, 아무튼, 저는 수상한 사람이나 스토커 같은 게 아니라, 키타 짱 편이니까, 그것만은 믿어 주실 수 없나요……."

 기타도 칠 수 있어요, 하고 유일한 장점을 어필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필사적인 나를 보고 드디어 키타 짱은 웃었다.

 "후훗. 그렇지,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아."

 조금 전까진 매일 보고 있었던 그 표정이 그리워서 조금 콧속이 찡했다.
 키타 짱은 내 손에서 기타를 받아들고 어색하게 E코드를 짚었다.

 "고토 씨 말대로, 난 기타 전혀 못 치는데 거짓말하고 밴드에 들어갔어. 고토 씨처럼 칠 수 있으면, 나도……."

 이 아이는 라이브에서 도망치기 전의 키타 짱이다. 어쩌면 이미 그걸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건에 대해서는, 키타 짱이 도망쳤으니까 나는 결속밴드에 들어갈 수 있었고, 시간은 걸렸지만 키타 짱도 돌아왔으니까 결과 올라잇인데.
 그런 걸 알 리가 없는 키타 짱은 결심한 표정으로 넥을 쥐고 있다.

 "있잖아! 한 달 후에 라이브거든! 내 선생님이 되어 줘!"

 키타 짱의 얼굴을 다시금 보자 어딘가 어리게 느껴진다. 고1 키타 짱도 귀여워라. 그러고 보니 생일도 아직이고, 15살의 키타 짱인가…….

 "부탁해!"
 "아, 네."
 "진짜!?"

 어라, 나 지금 뭐라고 했지? 네라고 했어?
 멍하니 있다가 무심코 승낙해 버린 건 좋지만, 이거 괜찮은 걸까. 키타 짱이 기타를 칠 수 있게 되면 라이브에서 도망치지 않고 끝나고, 내가 결속밴드에 들어가지 못하게 되는 게……."

 "저, 저기……!"
 "정말 고마워! 고토 씨, 나 힘낼게!"

 역시 지금 거 없던 걸로. 그런 말은 내가 사랑하는 웃음을 앞에 두고는 한 음도 낼 수 없었다.


---


 "고토 씨가 있어 줘서 다행이야……."

 STARRY에서의 오디션 날. 점장님이 합격이라고 말해 줘서, 라이브를 할 수 있단 게 결정된 그 귀갓길. 나란히 걷고 있자 톡 하고 말했다.

 "오디션이라곤 해도 처음 스테이지에 서서……사실은 엄청 무서웠어. 하지만 옆에 있는 고토 씨를 봤더니 뭔가 되게 안심돼서……."

 프론트맨으로서 스테이지에 선다. 모이는 시선. 그 프레셔가 얼마나 되는지 나는 모른다.

 "이제 두 번 다시 도망치기 싫으니까……."

 떨리는 목소리. 평소의 천진난만한 분위기와는 동떨어진 모습. 이 사람을 지키고 싶다, 막연히 그런 걸 생각했을 때, 나는 그 작은 손을 잡고 있었다.

 "아, 앞으로는, 계속……제가 옆에 있을 테니까요!"
 "고토 씨도 참……."

 한 순간 어이없단 표정을 했던 키타 짱은, 그렇게만 말하고 부드럽게 웃었다.

 ◆◇◆◇◆◇

 키타 짱과 특훈을 시작하고 1주일이 지났다.
 알고 있었지만 키타 짱은 배우는 게 빠르다.
 자기가 고른 주제에 펄햄블루 레스폴 주니어가 아닌 키타 짱을 보고 위화감과 쓸쓸함은 지우지 못하고 있었다.
 키타 짱의 손에 들린 기타는 파랑 섞인 그린의 퍼시피카. 한참 고민한 끝에 자기와 같은 기타를 들려준 나는 역시 좀 기분 나쁜 녀석일지도 모른다.
 딱히 료 씨한테 대항의식이 있는 건 아니다. 그야 예전엔 키타 짱의 입에서 그 얘기가 나오면 불편하기도 했지만, 그 니지카 짱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사람에게 질투할 필요 따윈 없단 걸 지금은 알고 있다. 게다가 키타 짱에게서 연애적인 의미로 호의를 받은 건 나다. 즉 내가 보기엔 료 씨 같은 건 길가의 돌멩이와 같은 존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진지한 얼굴을 하고 6현을 울리고 있는 키타 짱이 료 씨를 생각하고 있더라도, 언젠가는 나를 좋아하게 될 터다. 그러니까 괜찮아, 괜찮아…….

 "……아, 키타 짱, 여긴 좀 더 이렇게……."
 "이렇게?"
 "아, 그게 아니라……."

 늘 하던 대로, 사양 없이 키타 짱의 손을 만진다. 아직 부드러운 손끝이 자신이 알고 있는 키타 짱이 아니란 걸 새삼 생각하게 한다. 하지만 이 어색한 손도 나중에는 기타리스트로서 당당한 동작으로 연주하게 되니까 감개깊은 부분이 있다.

 "……있잖아, 고토 씨 혹시……."

 어느 샌가 내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던 키타 짱은, 가만히 시선을 맞출 뿐 그 다음을 좀처럼 말하지 않는다.

 "뭐, 뭔가요……?"

 어색함을 견디지 못하고 재촉하자, 키타 짱의 동그란 눈이 확 풀어졌다.

 "으응, 아무것도 아니야. 있잖아, 이 프레이즈 잘 모르겠으니까 다시 한 번 연주하는 거 보여 줄래?"
 "아, 네. 알겠어요……."

 키타 짱의 표정은 처음 만났을 때와 비교해서 어느 정도 부드러워진 느낌이 든다. 애초에 붙임성 좋은 사람이고, 스토커에게 험악한 표정으로 영격하는 건 당연한 일. 지금 상태가 본래의 키타 짱인 거지.

 "그러고 보면, 고토 씨는 어떻게 결속밴드에 들어간 거야?"
 "에, 그건……."

 키타 짱이 도망쳐서 곤란에 빠져 있던 니지카 짱한테 권유받아서, 라고 하면 기분 나쁘겠지. 지금 열심히 연습하고 있는 키타 짱이 때가 닥쳐서 밴드를 나갈 거라곤 생각할 수 없고…….

 "그, 그게, 니지카 짱이 기타리스트를 찾아서……. 키타 짱, 라이브 전에 밴드 그만둬 버렸으니까……."
 "에엑!?"
 "앗, 하, 하지만 결국은 돌아오는데요, 단지 그 날은 제가 기타를 쳐서, 거기서부터 어쩌다보니……."
 "그래……역시, 나 도망쳤구나……."

 흐려진 표정으로 톡 중얼거린다.
 지금은 그런 마음은 없더라도 역시 좋은 기분은 안 들겠지.

 "아, 그, 여러가지 우연이 겹쳐졌다고 할까, 키타 짱 덕에 저도 밴드를 할 수 있었다고 할까……키, 키타 짱은 료 씨를 동경해서 밴드 시작했었죠……!"
 "나도 참, 그런 것까지 말했구나. 부끄러워!"

 어두운 분위기를 불식하기 위해 화제를 던지자 꺄아 꺄아 떠들면서 빨갛게 물든 뺨을 두 손으로 감추는 키타 짱.
 그래 그래. 만난 직후의 키타 짱은 료 씨한테 특수한 감정을 가진 좀 위험한 애였지.
 억지로 화제를 키타 짱으로 돌렸지만 역시 이 얘기는 그녀에게 꽂혔는지 술술 수다스럽게 말하기 시작한다.

 "밴드에서 처음 얼굴을 마주했을 때 있지, 료 선배는 말수 적고 조금 무서운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거기도 쿨하고 멋있다고 할까. 다른 사람하고 간단히 어울리지 않는 한 마리 늑대 같은 고고한 분위기가 참을 수 없어!"
 "그, 그렇군요……."
 "베이스도 잘 치고, 작곡도 할 수 있다고 하고……아아, 언젠가 료 선배가 만든 곡 불러 보고 싶다……!"

 반짝이는 눈, 오랜만에 들은 료 씨를 향한 찬사에, 잊고 있었던 그 불편함이 되살아난다. 키타 짱의 이 감정은 연애랑은 다른 거다. 나는 그걸 잘 알고 있다. 그래, 이건 어디까지나 아이돌과 팬의 관계. 그냥 동경……이 복통은 기분 탓……윽.

 "왜 그래?"
 "아, 아뇨, 알곤 있었지만 별로 좋은 기분은 안 드는구나 하고……."

 배를 쓰다듬으면서 입가를 가리는 나를 키타 짱이 신기하단 듯이 바라본다.
 질투 같은 거 촌스럽고 멋없어……. 괜찮아, 키타 짱은 머지 않아 나를 좋아하게 될 거야…….

 "있잖아, 아니라면 미안한데……."
 "뭐, 뭔가요……?"

 바로 조금 전, 뭔가 말하려고 했을 때와 같은 눈을 하는 키타 짱.
 뜸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긴장감이 늘어나는 가운데, 한 번 들어갔던 말이 고해진다.

 "……고토 씨 나 좋아해?"

 키이잉 하고 높은 이명이 들렸다.
 어둑한 수수께끼 스페이스에도 저녁해가 비치는 시간. 춤추는 먼지는 햇살을 받아 반짝반짝 비추어져 빛나 보인다.

 "……흐악!?"

 한참 시간을 들여서 겨우 키타 짱의 말이 뇌에 도달했다.

 "무, 무무무무슨 말 하는 거예요!?"
 "그렇게 동요하는 거 보니까 역시 그렇구나!"

 마치 범죄자한테서 자백을 끌어내는 형사처럼 손가락이 나를 가리킨다. 똑바로 꿰뚫는 손끝은 거짓말이나 얼버무림을 허락해 주지 않는다.

 "그 그건……!"

 아니라고 하면 거짓말이 된다. 변명할 수 없을 정도로 키타 짱을 좋아한다. 본인에게 그걸 지적당할 정도로 그 마음이 넘쳐흐르고 있었단 말인가……. 이 무슨 굴욕……. 이런 모습을 키타 짱한테 보인 적은……응, 꽤 있다.

 "그러고 보면 처음 만났을 때도 내가 고토 씨를 좋아한다고……."
 "그 그건 잊어 주세요!"

 아무리 그래도 처음에 꺼내도 되는 말이 아니었다. 왜 나는 이렇게 일을 잘 처리하지 못할까. 타임슬립해서까지 흑역사를 만들 건 없잖아.
 그 뒤에, 결국 나는 키타 짱을 향한 마음이나 그 마음을 미래의 키타 짱이 받아들여 줬단 걸, 밴드에서 있었던 일을 섞어서 얘기하게 되고 말았다.

 "……란 얘기예요……."
 "흐응. 글쿠나."
 "죄, 죄송해요. 기분 나쁘죠……."
 "으음……."

 당연하다. 이 시절의 키타 짱이라고 하면, 료 씨한테 푹 빠져서 나 같은 건 이름조차 모른다. 그런 녀석한테 갑자기 호의를 고백받으면 누구라도 싫은 기분이 들 거다.
 머뭇머뭇 시선을 들고 그 감정을 살피자 불쾌감 같은 건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도 저번주부터 이상한 얘기만 잔뜩 들어서 아무리 키타 짱이라도 이제 질려 버련 걸지도 모른다. 이제 키타 짱이 나를 좋아하는 일은…….

 "나는 아직 고토 씨의 좋은 점을 잘 모르겠지만, 좋아한다고 그러면 조금 의식해 버릴지도……."

 만약 이 말이 거짓말이라면 키타 짱은 여배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수줍게 웃는 얼굴이 내 마음의 어두운 부분을 비춰 간다. 약간의 불안이라면 한 순간에 날려 버리는 키타 짱의 밝은 부분은 내가 그녀를 좋아하게 된 이유 중 하나다.

 "물론 지금은 료 선배가 제일이지만!"

 키타~앙 하는 효과음과 함께 눈부신 미소가 나를 향했다.
 사귀고 어느 정도 지나고 나서, 아무래도 신경 쓰여서 본인에게 물어 본 적이 있다. '료 씨에 대해서, 사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어요?' 하고. 키타 짱은 분명 '지금 히토리 짱한테 느끼고 있는 두근거림은 료 선배한텐 느낀 적이 없어'라고 답해 주었다. 나의 어리숙한 질투에 대해 키타 짱은, 내가 질투해서 기쁘다고 말을 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역시 좀 분했다.



 "합주 연습에 참가해 보려고 해."

 꼭 쥐어진 주먹과 달리 그 목소리는 조금 떨리고 있었다.
 과거에 니지카 짱은 키타 짱이 합주 연습을 완고하게 피하고 있었다고 그랬다. 사실은 기타를 칠 수 없으니까 거절할 수밖에 없다곤 생각하지만. 그런 키타 짱이, 라이브 1주일 전이 되어서 마침내 각오를 굳힌 것이다.

 "조, 좋다고 생각해요. 개인연습만으론 혼자 앞서가게 된다고 할까……. 밴드는 역시 모두와 호흡을 맞춰서 하는 거니까……."

 이건 경험칙이다. 니지카 짱과 료 씨와 처음 소리를 맞췄을 때, 자각은 없었지만 내 연주는 상당히 너무한 거였다고 한다.

 "그래서 있지, 가능하면 고토 씨도 따라와 줬으면 좋겠다고 할까……."
 "에……."

 표정에도 목소리에도 불안이 번져 나오고 있다. 가능하면 당연하다고 말해 주고 싶다. 하지만 이 이상 아는 사람과 접촉해도 되는 건가 하는 의문도 있다. 안 그래도 키타 짱과 만나서 기타를 가르치고 미래의 일도 얘기해 버렸으니까, 이대로면 미래가 변해 버리는 건 아닌가 하고 최근이 되어서 깨달았다.

 "연습에 어울려 주고 있는데 미안하지만, 나 같은 건 아직 한참 초보자나 마찬가지고, 고토 씨처럼 잘 칠 수는 없어……."

 태양이 흐려진다.
 키타 짱은 어쩌면 라이브 전부터 계속 도망치는 걸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실력이 느는 게 보이지 않는 기타를 앞에 두고, 밴드를 그만두기를 생각하고 있던 건 아니었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스친다. 실제론 애초에 기타조차 아니었지만.

 "……괘, 괜찮아요. 단시간이라곤 해도 실력은 확실히 붙었으니까요. 그, 그리고……!"

 처음 라이브에서 본방 직전에 역시 무리라고 탄식했던 내게 니지카 짱이 말해 주었다.

 "잘 치진 못해도, 즐겁게 치는 건 명심하세요……!"
 "고토 씨……."

 내가 알고 있는 키타 짱은 즐거운 일을 발견하는 천재다. 그리고 즐거운 일을 누구보다도 즐길 줄 아는 사람이다. 그러니까 분명 괜찮다.



 결국 니지카 짱과 료 씨과 만나서는 안 된단 느낌이 들어서, 연습때는 가까이에서 몰래 지켜보기로 되었다.
 과거에 돌아오고 나서 처음 찾아간 STARRY.
 신기하다. 그렇게 매일 다녔는데 무척 오랜만처럼 느껴져서 괜히 안절부절 진정되지 않는다.
 스튜디오 안에 들어갈 순 없으니 작은 창문을 엿보며 셋의 모습을 살핀다.
 니지카 짱, 료 씨. 두 사람도 역시 어려 보인다. 이 2년간 여러 일이 있었으니까 그야 얼굴도 바뀌겠지. 라이브, 페스, 인디 데뷔. 앞으로 일어날 꿈 같은 일들을 모두는 아직 모른다.
 힘내라, 하고 잘난 듯한 말은 할 수 없다. 하지만 지금 쌓아올리고 있는 노력은 결코 무의미하지 않아. 마음속으로 그런 걸 중얼거렸다.
 아무리 그래도 계속 스튜디오 앞에 달라붙어 있으면 의심받으니까, 적당히 라이브하우스 안을 산책한다. 2년간의 알바로 인적이 없는 눅눅한 장소가 어디 있는지는 전부 파악해 뒀다. 어떻게든 연습이 끝날 때까지 점장님이나 PA씨에게 발견되지 않게 보낼 수 있었다.
 STARRY 입구에서 연습이 끝난 키타 짱을 기다리고 있자, 먼저 나온 건 따분해 보이는 베이시스트였다. 그리고 그 뒤를 쫓는 사람 좋아 보이는 드러머.
 나는 키타 짱이 나온 줄 알고 무심코 말을 걸 뻔했다. 운 나쁘게 앞을 걷던 베이시스트에게 부딪힐 뻔해서, 모기 우는 소리로 사죄하면서 고개를 숙인다. 상대는 전혀 신경 쓰는 기색이 없이, 가볍게 손을 들고는 그대로 어딘가로 가 버렸다. 발랄한 목소리로 죄송합니다 하고 말한 건 드러머 쪽이었다.
 뒤돌아 보고 멀어져 가는 그 두 등을 보고, 갑자기 울 것 같아졌다.
 니지카 짱, 료 씨, 저는……!

 "기다렸지, 고토 씨!"

 지금이라도 뛰쳐나갈 것 같은 발에서 괜한 힘이 빠진다.
 키타 짱이 오는 게 조금만 더 늦었으면 나는 두 사람에게 무슨 말을 했을까.

 "수, 수고하셨어요, 키타 짱."

 목에 수건을 걸고 이온음료를 든 키타 짱. 첫 밴드 연습은 상당히 힘들었던 것이리라. 그래도 피로 속에 충족감이 배어나오는 상쾌한 웃음을 띠고 있다.

 "……있잖아, 선배들한테 솔직하게 말했어. 밴드에 들어오려고 기타 칠 줄 안다고 거짓말했던 거."
 "어, 마, 말해 버렸어요?"
 "응. 하지만 둘 다 용서해 줬어……. 둘을 위해서도 더 연습 힘내야지!"

 또 하나, 미래를 바꿔 버린 걸지도 모른다. 그런 불안을 느끼는 나와는 정반대로 키타 짱은 씌었던 게 떨어진 것처럼 개운해 보이는 모습이다.
 뭐어, 이제 와서 고민해도 어쩔 수도 없고, 되는 대로 몸을 맡길 수밖에 없나.

 "……고토 씨, 고마워. 나 고토 씨를 만나지 못했으면 이런 거 못 했을 거라고 생각해."
 "그, 그런 건……."

 없지는 않은가. 실제로 나를 만나지 않았으면 키타 짱은 라이브 직전에 밴드를 그만뒀을 테니까. 그리고 설령 그만뒀다고 해도 결국 내가 데리고 돌아올 테고. 이 감사는 얌전히 받아 두기로 하자.

 "그러고 보면, 내가 사과했을 때 이지치 선배도 고토 씨랑 똑같은 말을 했어."
 "또, 똑같은 말?"
 "응. 잘 못 쳐도 즐겁게 치는 건 명심하자, 라고."

 아, 그건 니지카 짱 말을 그대로 빌린 거니까…….

 "역시 밴드 멤버라 그런가, 생각하는 것도 똑같구나!"

 밴드 멤버는 역시 친구를 초월한 존재구나, 하면서 희망에 찬 반짝이는 눈동자.
 키타 짱은 좋은 애구나. 뭐든 좋은 쪽으로 받아들여 줘서 좀 죄책감이…….

 "그, 그러고 보면, 키타 짱이 오기 전에 니지카 짱하고 료 씨하고 마주쳤어요. 오, 오랜만에 두 사람의 모습을 봐서 좀 기뻤어요……그래도 말을 못 거는 게 쓸쓸하다고 할까……저, 저도 니지카 짱이랑 료 씨하고 얘기가 하고 싶었달지……커뮤증인 주제에 그런 생각 하는 건 이상하죠……헤헤……."

 지금 나한텐 얘기할 수 있는 화제도 없는데, 두 사람은 나 같은 거에 흥미 없는데. 말하면서 혼자 슬퍼지기 시작했다…….

 "고토 씨……분명 괜찮을 거야! 무책임할지도 모르지만, 이렇게나 밴드 멤버를 생각하고 있는 고토 씨가 원래 세계로 못 돌아갈 리가 없는걸!"

 나를 위로하기 위해 하는 말이 아니다. 세게 쥐어진 손에, 진심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믿어 주고 있는 게 전해진다. 키타 짱의 이런 올곧은 부분도 나는…….

 "가, 감사합니다. ……키타 짱하곤 이렇게 얘기할 수 있게 돼서 다행이에요. 둘이서 학교에서 연습하는 것도 평소대로란 느낌이 들어서, 진정된다고 할까……."
 "그렇구나……."

 떨어진 손에 조금 아쉬움을 느끼지만, 아직 나한텐 그녀와 손을 잡을 자격은 없다. 그건 조금 더, 조금만 더 참자.

 "……그건 그렇고, 고토 씨 이지치 선배는 이름에 짱 붙여 부르는구나."
 "헤? 아, 그, 그렇네요. 왠지 니지카 짱은 계속 니지카 짱이라고 부르고 있어요……."

 첫대면에서 갑자기 이름을 불린 거에 놀라서, 나도 모르게 그 흐름으로 계속 니지카 짱이라고 부르고 있을 뿐이고 딱히 깊은 의미는 없다. 단지 니지카 짱은 내 은인이니까…….

 "니, 니지카 짱은, 절 발견해 준 사람이라, 엄청 감사하고 있어서, 그런 의미론 정말로 특별한데요, 키타 짱은 그거랑은 또 달라서……."

 아, 하지만 이런 얘길 하면 또 기분 나쁘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지금 키타 짱은 내가 얼마나 키타 짱을 좋아하는지, 그런 건 듣고 싶지 않을 거다. 말하는 내용을 바꾸자. 우현으로 한껏.

 "……아, 그, 키타 짱은, 키타 짱이라……그, 키타 짱이구나 하고……."
 "……흐응. 고토 씨 안에서 나는 대단한 존재가 아니란 말이구나. 잘 알았어."
 "에, 아, 아니……!"

 어라, 뭔가 화내고 있나?
 뾰로통 볼을 부풀리는 모습은 귀엽지만, 지금은 그게 문제가 아니다. 어떻게든 해서 키타 짱의 기분을 풀어 줘야……안 돼. 애인이 되기 전의 키타 짱의 기분을 풀어 주는 방법을 전혀 모르겠다. 키타 짱의 호의가 나를 향해 있으면 살짝 뺨에 키스 같은 걸 해 버리면 한순간에 기분이 좋아지는데…….

 "……고토 씨가 좋아하는 건 나지?"
 "네?"

 왜 또 그 얘길 꺼내는 건지. 아직 놀림이 부족했나.

 "마, 맞아요……. 키타 짱이 좋은데요……."

 여기선 상대가 하는 말을 인정하고 그 다음에 어떻게 나오는지 보는 게 맞다. 내 안에 있는 키타 짱 취급설명서에도 그렇게 적혀 있다. 자, 키타 짱, 여기서 어떻게 오려나……?

 "뭐어, 그렇다면 됐는데……."

 어디서든지 와라 하고 태세를 취하고 있었는데, 그 대답은 놀랄 정도로 맥빠지는 것이었다.
 고등학교 1학년인 키타 짱은 내 기억속의 키타 짱보다 훨씬 어려운 성격인지도 모른다. 키타 짱 취급설명서는 애인용과 친구용으로 나눠서 생각하는 편이 좋을지도 모른다.
 언제 미래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니까, 이쪽 키타 짱도 좀 더 잘 관찰해야겠는걸.


---


 첫 라이브 날. 뒷풀이를 중간에 빠져나온 니지카 짱과 서로 꿈을 이야기한 뒤에, 돌아가는 길에 키타 짱에게 추궁을 들었다.

 "이지치 선배하고 무슨 얘기 하고 있었어?"
 "아, 아뇨, 좀……."

 기타 히어로에 관한 거라든가, 니지카 짱의 꿈에 대한 거라든가, 지금 말할 게 아닌 느낌이 든다.
 키타 짱의 말대로 밴드는 가족이다. 같은 꿈을 공유하는 편이 결속력도 강해질 것이다. 하지만 가족한테도 말하지 못할 일은 역시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지금 키타 짱이 이렇게나 자신을 신경써 주는 게 기쁘다, 든가.

 "죄, 죄송해요.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알려 줄 테니까……."

 그래도, 역시 지금이 아니다.
 내가 키타 짱에게 품은 비밀이 많아진다. 그걸 다 품을 수 없을 정도가 되면 나는…….
 내 강고한 태도를 보고 키타 짱은 그 이상의 추궁은 하지 않았다.

 "언젠가 꼭, 나한테도 알려 줘……."

 완전히 납득한 건 아닌 듯한, 분해 보이는 옆얼굴.
 왜 그렇게 물고 늘어지는 건지도, 향해진 그 시선의 의미도 이 때의 나는 알 수 없었다.

 ◆◇◆◇◆◇

 5월 12일은 맑개 갠 날이었다.
 실내에서 이루어지는 라이브에 날씨 같은 건 상관 없지만, 화려한 무대(*맑은 무대)라고도 하고, 역시 날씨가 좋은 게 제일이다.
 방과후, 약속한 대로 수수께끼 스페이스에서 키타 짱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지막에 조금 연습을 하고 싶다고 그랬으니까. 그런데 5분이 지나도, 10분이 지나도 키타 짱은 오지 않는다. 친구에게 붙잡힌 건지, 선생님에게 불려간 건지는 모르지만 조금 걱정이 되어서 교실까지 마중을 가기로 했다.

 원래부터 내가 키타 짱을 찾아가는 일은 드물다. 1학년 때는 키타 짱이 내 상태를 보러 오는 일도 있었지만 2학년이 되고 나선 같은 반이 되어서 그 필요도 없어졌다.
 1학년 때 내가 키타 짱의 반을 멀리했던 데엔 이유가 있다. 그녀가 반의 중심인물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반짝반짝 1군 여학생에게 둘러싸여 있는 키타 짱에게 말을 걸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생각해 보면 과거로 돌아온 처음 즈음도 그랬다. 결국 키타 짱이 혼자가 될 때까지 말을 못 걸었었지…….

 "뭐 해?"
 "하히익!"

 갑자기 말을 걸어서 전신의 털이 일어설 정도로 놀랐다.
 학교 안에 나한테 말을 거는 사람 같은 건 기본적으로 없다. 그야말로 지금 찾고 있는 키타 짱 정도다. 얼굴을 들어 보자 거기에 있던 건 나도 잘 아는 인물이었다.

 "삿!!"
 "사?"

 곧바로 입을 누르고 튀어나오려고 했던 말을 필사적으로 삼킨다. 사사키 씨는 표정을 바꾸지 않은 채 고개를 갸웃거린다.
 안 된다. 이 때 나와 사사키 씨는 남남. 아니, 사사키 씨 말고 다른 사람도 전부 그렇지만.
 하지만 말을 걸어 준 게 사사키 씨라 다행이다. 내가 제대로 대화할 수 있는 몇 없는 친구……응? 친구라고 해도 되는 걸까……?

 "저 저기, 키타 짱 아직 교실에 있나요……?"
 "키타? 키타라면 종례 끝나고 곧바로 나갔는데."
 "나, 나갔다고요!?"

 이상하다. 바로 나갔다면 계단 아래에서 합류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만나지 못했단 건…….

 "키타 짱, 설마……."

 하지만 왜 이제 와서……? 어제 연습할 때도 내일은 열심히 할 거라고 믿음직하게 웃었었잖아. 그런데 어째서…….

 "어~이."
 "아, 죄, 죄송해요.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건 괜찮은데, 뭔가 사정? 있어 보이고 빨리 찾으러 가는 편이 좋은 거 아냐? 내 쪽에서도 연락 넣어 볼게."

 사사키 씨, 역시 좋은 사람이다……. 이런 정체를 알 수 없는 아싸한테도 친절하게 대해 주다니…….

 "가, 감사합니다! 이, 이 보답은 내년쯤에 꼭 할 테니까요!"

 그 말만을 남기고 그 자리를 뒤로한다.
 그 때 내 뒤에서 사사키 씨는 분명히 이렇게 말했다. 이상한 녀석, 하고.



 사사키 씨가 연락을 넣어 줘서 키타 짱은 내가 걱정하고 있는 걸 알았을 것이다. 마음이 바뀌어서 라이브에 나가겠다고 말해 줄지도 모른다. 애초에 딱히 도망친 게 아니라 단순히 급한 일이 생긴 걸지도 모른다. 그걸 끝내고 라이브는 시간 맞춰 갈 생각인 걸지도…….
 생각해 봐도 소용 없다. 본인을 만나서 직접 물어보면 전부 알 수 있다.
 나는 키타 짱이 갈 것 같은 곳을 찾아 돌아다니기로 했다.
 꼭 스퍽의 신작을 마시고 싶어졌나? 라이브 의상을 준비하기 위해 중고 옷가게에 갔다거나. 소품을 사고 싶어서 잡화점에 들렀다든가…….
 생각나는 대로 이 2년간 자기가 키타 짱과 방문한 장소를 이 잡듯이 찾아 보지만 전부 꽝. 어떡하지. 이대로 키타 짱을 못 찾으면…….
 진정하자. 포기하지 마, 나야. 더 잘 생각해 봐.
 키타 짱은 분명 나한테서 도망치고 있다. 그 말은 안일하게 키타 짱이 갈 것 같은 장소에는 안 갈지도. 그렇다면 반대로 평소의 키타 짱이라면 안 갈 것 같은 곳이라든가? ……그건 즉 내가 갈 것 같은 장소 아닌가?
 오늘, 이 날 내가 있던 장소…….
 확신은 없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다면, 그뿐인 마음으로 계속해서 달렸다.



 지금도 기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 날 공원에서 웅크리고 있던 자신을 니지카 짱이 발견해 준 것.
 
 "키타 짱!"

 자신과 똑같이 등을 굽히고 고개 숙이고 그네를 타고 있는 키타 짱은 그 날의 나다. 모든 게 잘 되지 않아서, 학교에 가는 것마저 포기하려고 생각했던 그 날의 고토 히토리다.

 "고토 씨……!? 어떻게!?"

 여기까지 오면 못 찾을 거라고 생각했던 거겠지. 동요하는 목소리는 높아져 있었고 들킨 것에 대한 죄책감인지 파랗게 질려 있다.

 "키, 키타 짱, 같이 STARRY에 가요."
 "……무리야. 이제 못 가. 이지치 선배한테도 아까 그만둔다고 로인했어."
 "어, 어째서……."

 고개 숙인 키타 짱과는 눈이 마주치지 않는다. 대신 내 쪽에서 그녀를 가만히 바라본다. 이래선 평소랑 반대인걸.

 "지금이라면, 잘 치진 못해도 스테이지에 서서 마지막까지 연주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하지만 그건 전부 고토 씨 덕이니까……."

 키타 짱은 자신의 왼손 손끝을 만지면서 말을 잇는다.

 "진짜 나는 이렇게 겁쟁이고 비겁하고……고토 씨가 없었으면 역시 도망쳤을 거야. 그런데, 고토 씨 덕에 기타를 칠 수 있게 됐다고 라이브에 나간다니, 그런 건 치사하잖아……."

 키타 짱이 도망치지 않으면 나는 결속밴드에 들어갈 수 없다. 그건 과거에 와서 키타 짱에게 기타를 가르치기 시작했을 때부터 조금 생각했던 일이다. 하지만 같이 지내는 사이에 키타 짱이 말 그대로 피가 배어나오는 노력을 쌓아 나가는 모습을 보고, 생각을 고쳤다. 라이브에서 도망친 키타 짱도 그 뒤로 쭉 후회하고 연습을 계속하고 있었다. 그런 키타 짱의 마음이 보답받지 못하는 건 싫다.
 오늘 스테이지에 서야 하는 건 키타 짱이다.

 "고토 씨가 대신 나가! 그러면 결속밴드에 들어갈 수 있잖아!"

 키타 짱이 도망치지 않았으면 나는 니지카 짱을 만나지 못했다.

 "고토 씨가 결속밴드를 좋아한단 걸 아는걸……라이브도 나가고 싶잖아?"

 평생 벽장 속에서 기타를 치게 될지도 모른다.

 "나, 나가고 싶죠!"

 지금 나라면 니지카 짱의 버릇도 알고, 료 씨의 무리한 요구에도 응할 수 있다. 분명 그 때보다 훨씬 좋은 연주를 할 수 있다. 완숙망고도 필요 없다.
 다시 해서, 지금까지의 실패를 없었던 일로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게 아니다.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라이브, 나가고 싶어요……! 니지카 짱하고 료 씨하고 같이 밴드 하고 싶어요……! 하지만 키타 짱이 슬퍼하는 건 보고 싶지 않단 말이에요!"

 드디어 키타 짱하고 눈이 마주쳤다. 키타 짱의 얼굴은 본 적 없을 정도로 엉망이라, 갈등을 품고 내게 라이브에 나가라고 했단 게 아플 정도로 전해져 왔다.

 "키타 짱은 오늘까지 죽을만큼 노력해 왔어요……! 제가 그걸 제일 옆에서 봐 왔어요. 꼭 라이브에 나가 줬으면 해요. 키타 짱이 스테이지에 서 있는 걸 보고 싶다고요!"
 "고토 씨……."

 키타 짱의 손가락의 단단함을 만진다. 기타 경력 1개월인데도, 생각보다 훨씬 기타리스트의 손이었다.

 "노력한 키타 짱을 없었던 일로 하지 마세요……."

 닿아 있던 손이 세게 붙잡히고 키타 짱은 조용히 끄덕였다.

 "하지만 지금부터 가도 라이브 안에 갈 수 있을까……."
 "네?"
 "선배들한테 연락하고 싶어도 스마트폰 배터리 나가 버려서……. 막무가내로 도망쳐서 여기 어딘지도 몰라서……."
 "아아……그거라면 괜찮아요."

 무슨 인과인지 여기에 도착한 키타 짱. 마치 그렇게 되는 게 당연한 것 같아서 나도 모르게 웃어 버릴 것 같다.
 이대로 여기 있으면 니지카 짱이 와 줄 테니까.

 "키, 키타 짱은 여기 있으세요. 저는 좀 숨어 있을 테니까……."
 "에! 잠깐, 고토 씨……!"

 키타 짱을 남기고 놀이기구 그림자에 숨자 곧바로 니지카 짱의 목소리가 들렸다.



 STARRY의 객석에서 스테이지를 올려다보는 일은 별로 없을지도. 자신이 스테이지에 서거나, 알바 중에 카운터에서 보는 게 대부분이었으니까.
 점장님한테서 건네받은 콜라를 단번에 들이킨다. 그래도 긴장이 풀리지 않는다. 자신이 나가는 것도 아닌데 첫 라이브 때보다 훨씬 긴장하고 있다. 내가 도망칠 것 같다, 란 하찮은 생각을 해 버릴 정도로 머릿속이 엉망이다.
 드문드문한 손님들이 멋대로 수다를 떨고 있자 객석 조명이 조용히 꺼졌다.

 "처음 뵙겠습니다~! 결속밴드입니다~!"

 니지카 짱의 밝은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료 씨는 변함없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알 수 없다.
 키타 짱은…….

 "윽……!"

 나와 눈이 마주쳐서 조금 미소 지은 것처럼 보여서 심장이 크게 뛰었다.
 니지카 짱의 카운트로 연주가 시작된다. 키타 짱은 손만 보고 있지만 제대로 치고 있다. 당당히 서 있다. 나는 거기서 골판지 상자를 뒤집어쓰고 있었는데…….
 결속밴드는 이 세 명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있는 밴드다. ……하지만 뭔가가 다르다. 이 밴드가 연주해야 할 음악은 이게 아니다. 키타 짱이 노래하는 가사는 내가 쓴다. 기타도 더욱더 노력해서, 넷 모두가 칭송받는 거야……!
 눈부신 스테이지 라이트에 눈을 가늘게 뜬다.
 ――아아, 밴드 하고 싶다.


---


 "전에 했을 때보다도 훨씬 잘 하게 됐잖아!"

 대기실에서 그런 목소리가 새어나온다.
 뭐가 어쨌든, 결속밴드의 첫 라이브는 무사히 성공. 적어도 망고가면이 없었던 것만으로도 전보다는 훨씬 좋은 완성도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갑자기 밴드 그만둔다고 연락이 와서 무슨 일인가 했어."
 "니지카, 당황해서 기타리스트 찾아오겠다느니 말하고 뛰쳐나갔었지."
 "그땐 정말 죄송했어요!"

 방의 상황은 보이지 않아도 얘기만으로도 모두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평소의 온화한 결속밴드의 분위기다.

 "……하지만 저 이제 안 도망칠 테니까요!"

 힘있는 그 목소리를 듣고 안심했다. 아까까지 공원에서 우물쭈물하던 사람과 같은 인물이라곤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라이브를 뛰어넘은 키타 짱은 늠름해졌다. 키타 짱은 이제 괜찮을 거다. 분명 내가 없더라도…….

 "……좋아! 키타 짱의 결의도 굳었으니까 이제부터 라이브 뒷풀이 겸 반성회를……!!"
 "미안, 졸려……."
 "좀 더 결속해 봐!"

 정해진 대화가 펼쳐지고, 뒷풀이에 안 가는 건 변하지 않는구나 하고 조금 웃었다.
 뭐가 어쨌든 한 건 해결. 이걸로 해산하고 남은 건 키타 짱과 같이 역에 돌아가는 것뿐이다. 꽤 길에 느껴지는 하루였군…….

 "……저! 잠깐 괜찮을까요?"
 "키타 짱? 무슨 일이야?"

 오늘은 이만 빨리 자자, 하고 머릿속으로 집에 간 후의 스케줄을 짜고 있었더니 키타 짱이 목소리를 냈다. 밴드를, 기타를 열심히 하겠다고 결의표명을 한 키타 짱에게 아직 뭔가가 있단 걸까.
 몰래 문을 열고 실내를 둘러본다. 니지카 짱도 료 씨도 돌아갈 준비를 하던 손을 멈추고 키타 짱에게 주목하고 있던 참이다.

 "이지치 선배, ……밴드에 한 명 더, 기타가 있었으면 좋겠단 생각 안 하세요?"

 키타 짱……설마……!

 "어? 뭐, 확실히. 트윈 기타로 하고 싶다고 료하곤 얘기했었는데……."

 료 씨는 니지카 짱과 눈을 마주치고 끄덕인다. 그걸 보고 키타 짱의 웃음이 튀어올랐다.

 "짐작 가는 데가 있어요! 엄청 멋진 기타리스트가 있거든요!"

 키타~앙 하는 효과음과 함께 STARRY가 폭발하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 그 정도로 이 때 키타 짱의 웃음은 오늘, 아니 지금까지 중에서 제일 반짝였는지도 모른다.



 역까지 결코 길지 않은 길을 키타 짱은 통통 튀듯 걷는다. 온갖 것에서 해방되어서 본래 페이스를 되찾은 것 같았다. 그건 좋은 일이지만 어떻게든 확인하고 싶은 게 있다.

 "키, 키타 짱, 그, 기타리스트란 건……."

 반 걸음 앞을 걷는 키타 짱의 발이 우뚝 멈춘다.
 뒤돌아보고 아까까지의 천진난만한 웃음과는 전혀 다른, 어른스러운, 16살 키타 짱이 아닌 것 같은 부드러운 얼굴을 하고 말했다.

 "조금 생각해 봤거든. ……왜 고토 씨가 과거로 타임슬립한 걸까 하고."

 그건 나도 생각한 적이 있다. 하지만 매일을 나태하게 보내고 인디 데뷔한 것만으로 들떠서 자만에 빠진 나를 향한 천벌인 걸까 생각하고 그 이상은 생각하지 않도록 하고 있었다.

 "어쩌면, 도망치려던 나를 말리기 위해 와 준 게 아닐까 생각했어."
 "그, 그건 아무리 그래도……."
 "하지만 그렇다면 멋지지 않아?"

 그런 질문을 받고, 이 웃음을 지킬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과거에 온 의미가 있었을지도 하고 생각해 버리는 건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너무 단순한가…….

 "……계속 후회하게 됐을 거라고 생각하니까."

 결속밴드에 돌아오고 나서 그 얘기를 키타 짱에게 물은 적은 없다. 과거를 불식할 정도로 기타 하나에 전념하는 그녀에게 후회할 필요 같은 건 없으니까.

 "아, 하지만, 내가 안 도망쳤으니까 미래가 바뀌어 버리거나 그럴까……."
 "어, 어떨까요……."

 키타 짱과 접촉해 버린 것도 그렇지만, 오늘 내가 라이브에 나가지 못한 건 큰 변화를 가져오고 말 것이다. ……그래도, 결속밴드 쪽은 분명 어떻게든 될 거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키타 짱이 멋진 기타리스인지 뭔지를 데려온다고 하고.
 내가 낙관시하고 있는 옆에서 키타 짱의 표정은 심각한 게 되어 간다. 오늘 키타 짱의 정서는 바빠 보이네 하고 평소의 자신을 무시하고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 진지한 얼굴로 입이 열렸다.

 "……만약에, 지금 고토 씨가 원래 세계로 돌아가면, 나랑 고토 씨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 걸까."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쓸쓸한 듯한, 뭔가를 조르는 듯한 말투로 말한다. 늘 키타 짱이 내게 뭔가를 부탁할 때 이런 목소리를 낸단 말이지. 교제하는 사이에 내 취급법을 배운 건가 생각했는데, 그건 아무래도 만나고 바로 체득한 스킬인 모양이다.
 그녀는 쓸쓸한 걸까.
 키타 짱이 말하는 대로 여기 있는 내가 미래로 돌아가 버리면, 원래 이쪽에 있던 나와의 관계는 리셋되어 버릴지도 모른다. 그리고 또 처음부터 고토 히토리와 관계성을 구축하는 걸 걱정하고 있는 것이리라. 하지만 그녀라면 어떤 나와 만나도 금방 마음을 열어 줄 게 분명하다.

 "……키, 키타 짱이라면 괜찮아요. 어디에 있어도 절 발견해 줄 테니까요."
 "그런 게 아닌데……."

 삐친 것 같은 말투에 무슨 말인가 물어보려고 했더니 갑자기 키타 짱이 나와의 거리를 좁힌다.
 무슨 일인가 생각했을 땐 이미 부드러운 것이 왼쪽 뺨에 닿아 있었다.

 "그 쪽 나한텐 비밀이야! '히토리 짱'!"

 입술에 손가락을 대고, 장난스럽게 웃는 키타 짱.
 비밀이고 뭐고, 이런 걸 나의 키타 짱한테 말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애인에게 비밀을 만들어 버렸는데도 오랜만에 들은 '히토리 짱'이 기뻐서 그 이상 이것저것 생각하는 걸 그만뒀다.



 이불에 들어가도 좀처럼 잠이 오지 않는다. 뒤척거리길 반복하면서 과거에 돌아오고 나서의 키타 짱과의 나날을 떠올렸다.
 너무나 최악이었던 퍼스트 컨택트. 2년 전과 똑같이 기타를 가르쳐 달라고 부탁받은 것. 긍정적인 자세. 마지막이 돼서 도망쳐서 나한테 공을 돌리려고 하는 상냥함. 앳되고, 늠름하고, 어딘가 그리운 스테이지에 선 모습.
 다시 생각해 보면 내가 알고 있는 2년분의 키타 짱과 전부 똑같지 않은가. 키타 짱은 어떤 때도 키타 짱이다. 그런 키타 짱이니까 좋아하게 된 거다.
 과거로 돌아가서 아무리 다시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나는 키타 짱을 고르길 계속할 것이다. 그리고 설령 이 세계에 머물게 되더라도, 꼭 다시 그녀가 나를 좋아할 수 있게, 나도 나이길 계속하자.

 ◆◇◆◇◆◇

 문화제가 끝나고 나서 처음으로 둘이서 연습한 날. 석양에 비친 6현이 반짝이며 반사한다.

 "'너와 모여서 별자리가 된다면'이라."
 "아, 뭐, 뭔가 이상한가요……?"
 "으응. 무척 멋진 가사다 싶어서."

 히토리 짱, 하고 불렸던 그 때부터 벌써 변명할 수 없을만큼 키타 짱을 좋아했다. 사실은 훨씬 전부터 신경 쓰였던 거라 생각한다.
 그런 사람이 자신이 쓴 가사를 갑자기 칭찬하니까, 안 된다고 알고 있어도 기대하고 만다. 그 가사는 당신을 그리며 쓴 거라고 말해 버려도, 똑같이 멋지다고 말해 줄까.

 "히토리 짱 치곤 별일이라고 생각했어. '내가 아무리 눈부셔도' 라든가."

 그건 키타 짱이 부르니까.

 "하지만 마지막은 '네가 아무리 눈부셔도'지."

 그건 내가 썼으니까.
 물론 결속밴드의 곡이니까 내 사정이 전부는 아니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약간의 사적 감정이 들어가 버리는 건 용서해 줬으면 한다.

 "나도 풀지 않을 테니까……!"
 "네?"
 "히토리 짱에게 있어서 내가 눈부셔도……히토리 짱이 눈부셔도……!"

 반짝이는 페리도트에게 꿰뚫린다. 말은 없고, 내 대답을 재촉하는 눈동자.
 교사에는 아직 부활동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래도 이 공간의 조용함이, 마치 인류가 멸망하고 살아남은 게 우리 둘뿐인 듯한 분위기를 빚어낸다.
 ……만약 오늘이 지구 최후의 날이라면, 나는 이 마음을 전하지 못한 걸 후회하겠지. 그렇다면 나는…….

 "키타 짱, 저――!"


---


 ――눈이 뜨이자 익숙한 내 방 천장, 이 아니라 벽장 벽.
 어라? 나 어제는 분명 이불에 들어가서 잤을 텐데……설마!
 쾅!
 기세 좋게 일어섰더니 머리를 부딪혔다. 왜냐면 여긴 벽장이니까.
 충격음의 크기에 비례해서 커진 혹을 쓰다듬으면서 스마트폰을 손에 든다.
 마치 당연하단 듯이 키타 짱에게서의 로인을 고하는 알림. 열어 보니 별것 아닌 귀여운 고양이 영상 링크와 함께 '신학기라고 무서워하지 마! 역에서 만나서 같이 가자! 귀여운 영상 보고 힐링해'란 메시지.
 이건……이건!
 인사를 입에 담는 가족들을 무시하고 잠옷인 채로 우편함으로 대쉬. 밀어넣어져 있던 신문지를 손에 들고 제일 먼저 날짜를 확인한다.

 '2019년 4월 8일 (월)'

 "돌아왔다아아아아아아아!!!!"

 인생에서 제일 큰 목소리가 나온 순간이었다. 물론 가족한텐 혼났다.



 "……란 꿈을 꿨어요."
 "꽤나 장대한 꿈이었구나……."

 학교까지 가는 길, 너무나도 현실과 동떨어진 어제까지의 일을 어제 꾼 꿈으로서 키타 짱에게 이야기했다. 혼자서 끌어안기엔 아까운 느낌이 들어서, 누군가와, 특히 키타 짱과 공유하고 싶었다.
 어제까지의 나날이 현재에 영향을 끼치지 않은 걸 보면 역시 꿈이었던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1개월을 전력으로 살아온 듯한 이 피로감은 진짜라서 좀처럼 결론을 낼 수 없다.

 "꿈속의 나는 히토리 짱을 만나서 다행이네……."

 꿈속에서도 생각했다. 키타 짱은 지금도 도망친 걸 후회하고 있는 걸까 하고.
 니지카 짱은 키타 짱이 도망치지 않았으면 나와는 만나지 못했을 거라고 했다.
 키타 짱은 도망친 날로부터 다시 결속밴드에 들어올 때까지도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오늘까지의 나날을 쌓아온 키타 짱이 지금 여기 있는 거다.

 "키타 짱도, 저랑 만났잖아요."
 "응?"

 결속밴드는 어떤 길을 걷더라도 니지카 짱과 료 씨와 키타 짱과 나 네명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와 키타 짱의 관계도…….

 "저는 설령 다른 세계에서, 다른 만남을 하더라도 키타 짱을 좋아하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히토리 짱도 참……."

 어이없어하는 듯한, 안심한 듯한 이 표정을 전에도 본 적이 있다. 여기 있는 건 내가 사랑하는 키타 짱이다.
 정말로 전부 꿈이었던 걸까……. 조금 꿈속의 키타 짱이 궁금해져서 멍하니 있었더니 왼쪽 뺨에 부드러운 게 스쳤다.
 뒤늦게 키타 짱의 달콤한 향기가 비강을 간질인다.

 "키타 짱! 여, 여여여여기 밖이에요!"
 "미안. 하고 싶어져서."

 장난스럽게 웃는 키타 짱. 솔직히 기쁘다고 생각하는 자신이 있어서 이 이상은 나무랄 수 없다. 앞으로도 계속, 키타 짱과 이런 나날을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는걸.

 ◆◇◆◇◆◇

 창고처럼 쓰이고 있는, 아무도 없을 터인 계단 아래는 변함없이 어둑하다.
 사람이 있는 기척은 없는데 안쪽에서는 현을 튕기는 건조한 소리가 들린다.
 조금 긴장돼서 한 번 심호흡을 했다.
 기타에 열중해서 이쪽을 눈치채지 못한, 익숙할 터인 핑크색 실루엣을 확인하고 나서 나는 말을 걸었다.

 "2반의 고토 씨 맞지――?"

 

---

카르마니까 몇번이고 만나 버리는 결속밴드.

 

 

원작: 카와우소(かわうそ) 님
원본 링크: アナザーページ(ズ) |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22806303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원본 소설도 북마크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관심은 창작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