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옆을 지나쳐갔을 뿐. 그것만으로 절망적인 힘의 차이가 전해져왔다. 저런 걸 멈추는 건 절대로 무리다――
하지만 방금 녀석의 목적은? 대체 왜 이런 곳에.
그러나 생각하고 있을 여유는 없다. 만약 그 힘이 나쁜 방향으로 행사된다면 이 학원은 엉망이 되고 말 것이다. 무엇보다도,
'저걸 깨워 버린 건 나야――'
자신의 어리석은 행동이 재앙을 불러올지도 모른다는 것에 다리가 떨린다. 하지만 어떻게든, 어떻게든 해야 해――
비틀거리며 일어나, 이오리는 말을 듣지 않는 다리를 억지로 움직여 복도를 달려고 나선 계단을 오른다. 자신의 숨소리와 신발이 돌계단을 밟는 소리가 머릿속에 시끄러울 정도로 울렸다.
그렇게 지상으로 돌아왔다. 돌아왔을 것이었다. 하지만 이오리는 눈을 의심했다.
'설마 아직 지하인가……?'
그럴 리는 없다. 눈앞에 있는 건 분명 아까의 벚나무다. 하지만 주변이 이상하게 어둡다. 너무 어둡다.
그리고 울리는 폭발음. 이곳 저곳에서 일어나는 불꽃. 뭐가, 뭐가 일어나는 거지?
'역시, 나 때문, 에…….'
의식과는 관계 없이 이가 짧은 간격으로 소리를 낸다. 일단은……리츠코! 리츠코에게 알려야 해!
구교사 그림자에서 나가려고 한 발을 내딛었을 때, 누군가가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려 이오리는 뒤돌아보았다.
흔들 흔들 바닥을 보며 나타난 것은, 위쪽에서 머리를 두갈래로 정리한 작은 몸집의 소녀.
"야요이……? 야요이 아냐! 다행이다, 무사했구나!"
하지만 야요이는 대답하지 않는다. 몸이라도 안 좋은 것인지 당황하며 다가가 그 어깨를 안는다. 하지만 왜 구교사에 야요이가? 그보다 왜 그 촌스러운듯 귀여운 성의를 입고 있는 거야!?
"나, 나 때문에 큰일이 나서……. 아까까지 리츠코랑 얘기하고 있었지, 리츠코는 어디 있어?"
미안하게 생각하면서도 쉴틈없이 말하자, 야오이는 천천히 얼굴을 들었다.
그 눈동자는 불타는 듯한 빨강.
"잠깐만, 어떻게 된 거야, 그 눈. 역시 어디 몸이――"
툭, 하고. 야요이는 이오리를 밀쳐냈다.
"엑……?"
비틀거리다 엉덩방아를 찧었다. 생각보다 강한 힘으로 밀쳐져, 애초에 야요이가 자신을 밀쳐냈다는 사실에, 천천히 다가오는 야요이를 멍하니 올려다본다.
"야요, 이……?"
그녀가 오른손을 크게 휘둘렀다.
반사적으로 이오리가 뛰어오르듯이 뒤로 물러서자 야오이의 주먹이 지면에 파고들어,
지면이 폭발했다.
"뭐……?"
눈앞에서 일어난 일이 너무 갑작스러워서 사고가 쫓아가지 못한다. 야요이에게 저런 힘은 없었을 텐데. 덧붙여서 저런 걸 맞았다간 조금도 버티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야요이는 그 힘을 이오리에게 사용했다.
완전히 평소의 야요이가 아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녀가 제정신을 잃고 있다는 걸 확신하고 발에 제대로 힘을 넣는다.
어떻게든 해서 평소의 야요이로 되돌려야 해.
하지만 어떡하면 될까. 어떡하면. 어떡하면. 어떡하면――
'이 학원에 오고 나서 모르는 것, 못 하는 것 투성이야. 아이돌이 되는 것도, 아버지에 대한 것도, 문 안에서 나온 그녀석도――'
야요이가 양손에 굳게 주먹을 쥐고 돌격해 온다. 그것을 정면에서 바라보고 이오리의 오른손이 번개를 둘렀다.
'하지만 야요이, 너 만큼은――!!'
결의를 담아 야요이의 발 밑에 전격을 쏜다. 푹 파인 지면에 야요이가 밸런스를 잃고 머리부터 격돌하는 걸 보고, 거리를 둔다.
구교사 벽을 등지고 움직이지 않는 야요이를 가만히 바라본다. 곧 양 팔을 짚고 일어선 야요이의 눈은, 분노로 붉은 빛을 더했다.
'저 정도의 충격으론 안 되나――'
야요이의 고유능력은 신체 강화였을 것이다. 왜인지 평소보다 강한 능력의 발동을 느끼고는 있지만, 전격을 제대로 맞히면 야요이의 몸은 그냥 끝나지 않겠지.
그렇다면 어떡해야 할까.
야요이가 다시 거리를 좁혀 온다. 그녀의 발밑에 계속해서 전격을 쏘지만, 이제 다 간파했다는 듯이 그것 전부를 피한다.
한 순간 사라진 것처럼 조였던 야요이가 눈 앞에 나타났다. 당황하며 팔을 교차시키고 강화의 힘을 부었지만 충격이 직격해서, 이오리는 등부터 날아갔다.
"……아야!"
공중에서 몸을 뒤집어 어떻게든 양 다리로 지면에 착지한다. 야요이의 불타는 듯하면서 차가운 눈이, 그런 이오리를 조용히 지켜보았다.
'이건 아픈걸, 꽤 해 주잖아……. 아, 그러고 보니 저 옷.'
눈앞의 야요이를 보고 아픔을 경감시킨다는 성의를 자기도 나누어 받았던 걸 떠올린다. 리츠코에게 들은 대로 나타나라고 염원하자, 눈부신 빛과 함께 이오리의 몸에 걸친 것이 변화한다.
'아, 과연. 이거라면 확실히――'
사고를 계속할 시간은 없었다. 거대한 기둥 하나를 부러뜨려 손에 든 야요이가, 어, 부러뜨, 어――!?
그것을 끌어안고 붕 휘두른다. 더 기둥을 파괴하면서, 그 끝이 이오리의 뺨을 스쳤다. 폭력적인 질량 덩어리가 다시 한 번. 그것을 구르듯이 아슬아슬하게 피하고 불공평한 힘에 경악한다.
"우~! 웃!!!!"
야요이 것이라곤 생각되지 않는 굵고 낮은 소리와 함께 돌기둥이 이오리를 덮쳤다. 공중제비를 넘으며 피하고 양손 사이에 번개를 출현시킨다.
"그만해, 야요이! 눈을 떠!!"
이오리의 필사적인 외침도 야요이에겐 닿지 않는다. 이오리는 손 안의 전격을 바라보고――
'역시 안 되겠어…….'
능력으로 만든 전격을 없애고 야요이의 공격을 피한다.
이 힘은 눈앞의 벽을 부수겠다는 의지. 그 앞에 있는 무언가를 붙잡기 위한 이오리의 힘.
하지만 어떤 벽이라도 부숴 버리겠노라고 그저 강하게만 만들어 왔던 전격은, 야요이를 지킬 수 없다――
몇 번째일까. 자신의 무력함에 입술을 깨물었다. 분함으로 눈가에 눈물이 맺힌다.
이 힘은 소중한 사람 하나 구할 수 없단 말인가.
절망에 붙잡힌 다리가 아주 잠깐 멈추었다.
야요이가 휘두른 일격이 드디어 이오리의 관자놀이를 잡았다.
소리도 내지 못하고 벽에 내동댕이쳐져 머리가 어지럽게 흔들린다. 입 안에 위화감을 느끼고 뱉어 내자 진홍색 피가 바닥을 더럽혔다.
기둥을 놓고 야요이가 다가온다. 여기서 끝인가. 포기가 붕 뜬 머리를 지배하고 눈을 감았다.
난 뭘 위해 살고 있던 걸까. 뭘 위해 이 학원에 있던 걸까.
문득 1년 전의, 첫 수업을 떠올린다. 리츠코의 목소리가 뇌리에 되살아났다.
'능력의 근원은 한 사람 한 사람의 꿈이나 동경, 소망, 기도 같은 강한 마음이나 의지의 힘이야.'
계속 높은 곳만을 바라봐 왔다. 강함만을 추구해 왔다. 그것이 내가 나이기 위한, 존재의 증명이라고 생각했으니까.
'마음이나 의지에 따라 능력은 얼마든 강해지기도 약해지기도 해.'
그때는 그 말의 의미를 계속 강함을 추구하라는 의미라고 생각했다. 아래를 보면 능력은 약해질 뿐이란 뜻이라고.
지금.
내가 가장 원하는 바람은 무엇인가.
내가 가장 원하는 소망은 무엇인가.
내 바람일 텐데 난 어찌되든 상관 없다고 몸을 움직이지 않으려는 충동은.
위가 아니다. 아래도 아니다.
단지 눈앞의 누구보다 소중한,
눈을 뜬다.
정확하게 머리를 노리고 휘둘러진 일격을 구르며 피한다.
설령 땅을 기더라도.
벌떡 일어나 오른손을 하늘로 뻗고, 소리 높여 고한다. 들어올린 오른손에 부드럽게 맥동하는 전격이 휘감긴다.
"감사하도록 해, 야요이! 널 구하는 건 이 미나세 이오리 짱이라고!!"
누구보다도 소중한 너와,
야요이가 지면을 차고 높이 높이 날아올랐다. 그녀를 향해 오른손을 뻗는다.
"보여줄게! 최강 이오리 짱의, 최약의 일격!"
출력을 잘못 조절하면 야요이의 몸은 새까만 숯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는 전부 자신의 한계를 넘기 위한 전격만 만들어 왔다.
높은 곳을 계속 목표로 하기 위해.
앞으로도 그건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길은 이제 혼자서 나아가고 싶다곤 생각하지 않는다.
네가 옆에 있어 주는 행복을 알고 말았으니까.
네가 옆에 있어 주니까 지금 나는 위를 목표로 할 수 있는 거야.
그래. 난 어떤 의미로 약해져 버린 것이겠지. 하지만 그러니까 더욱이.
――할 수 있지, 미나세 이오리!
강하게, 강하게 바란다. 무엇보다도 원하는 것.
필요한 것은 야요이를 기절시킬 정도의 단 한 줄기의 빛.
너와 만나고 나서.
내가 가장 원하는 것은――
너와 계속 걷고 싶으니까.
이오리의 바람이 손끝에서 쏘아졌다.
가느다란 번개는 야요이를 꿰뚫고,
그녀를 한 순간 공중에 못박은 후,
그 몸은 중력에 이끌려 단단한 땅으로 떨어졌다.
"야요이――――!!!!!!"
이오리의 절규가 밤하늘에 울려 퍼졌다.
이 소설은 픽시브에서 타마키 하야테(珠樹 颯)님이 연재하신 소설입니다. 허가를 받고 카와즈(かわづ)가 번역하였습니다. 원작자의 허가로, 이 소설은 작가와 번역가의 이름, 출처를 명기하면 전재가 가능합니다. 또한, 이 소설에 코멘트된 감상은 원작자에게도 전달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소설의 원본 주소 : http://www.pixiv.net/novel/show.php?id=46118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