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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마스SS]잠자는 공주 THE HUNDRED LILY -13
이 소설 읽으면서 처음으로 설정에 충격받았던 편.
히비키는 불쌍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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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공주 THE HUNDRED LILY
12장 가족을 아끼는 소녀는 절망을 본다
가나하 히비키는 수업이 시작되기 전의 1층 교실에서, 혼자 물질변화 연습을 하고 있었다.
'본인도……아이돌이 되고 싶다구!'
오전에 리츠코에게 배운 것을 떠올리면서 손에 쥔 연필에 힘을 준다.
물질을 변화시키는 능력은 원래 물건과 비슷한 무언가로 바꾸는 것보다, 전혀 다른 것으로 바꾸는 쪽이 훨씬 더 난이도가 높다. 아직 같은 반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을 터였다.
"오, 히비키! 빠르구나~!"
마코토가, 그리고 유키호, 아즈사가 교실로 들어왔다. 그녀들을 살짝 곁눈질할 뿐 의식은 흐트리지 않고, 손 안의 연필에 집중하고 마음에 그린다. 그것이 눈부신 빛에 감싸이자, 연필은 훌륭하게 진홍색 장미로 변해 있었다.
"히, 히비키 짱 대단해요!"
"흐흥. 본인, 완벽하니까!"
유키호의 찬사에 우쭐해서 답한다. 손 안의 꽃도 기분 탓인지 자랑스러워 보인다.
이변을 깨달은 것은, 곧 수업이 시작되려는 그 때였다.
"어머? 어머 어머~?"
아즈사가 창밖을 바라보며 눈을 이리저리 굴렸다. 그걸 따라 히비키도 그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아직 오후가 막 시작된 참인데도 학원의 하늘은 한줄기 빛조차 통과시키지 않으려는 듯이 칠흑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밤이 세계를 뒤덮고 있다. 두번 다시 빛이 떠오를 일은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될 만큼 깊은 어둠이.
누군가의 능력일까……? 아니, 그럴 리는 없다. 공간을 통째로 조종하는 능력이라니, 교사인 리츠코도 쓰지 못할 것이다. 그런 힘을 갖고 있는 자가 있다면――
또각 또각 누군가의 발소리가 다가온다. 리츠코일까. 일단 그녀에게 물어보면 된다. 아직 친구들도 몇 명 안 왔고, 잡담이라도 하면서 수업이 시작될 시간을 벌어 주자.
교실 문이 천천히 열린다.
그리고 나타난 것은 히비키가 예상한 그 누구도 아닌 인물이었다. 놀라서 소리를 낼 뻔 한다. 구불구불한 긴 금발. 훌륭하게 균형잡힌 체구. 몸에 두른 것은 칠흑빛 원단 위에 여러 장식이 달린, 마치 무대 위의 공주님 같은 의상.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상적이었던 것은, 붉고 수상하게 빛나는 한 쌍의 눈동자.
"이 교실도 그리운 거야~!"
교실에 들어오자마자 금발 소녀는 밝게 기지개를 쭉 폈다. 졸업생일까. 하지만 그녀는 우리들과 거의 차이 없는 연령대로 보인다. 멍하니 있던 히비키는 물어볼 것을 물어보기 위해, 벌리고 있던 입에서 소박한 의문을 홍안 금발의 소녀에게 던졌다.
"누, 누구야?"
그때 그녀는 처음으로 히비키와 다른 사람들을 눈치챈 듯, 길가의 돌이라도 보는 것처럼 눈을 가늘게 떴다.
"미키는 미키야. 너희야말로 누구냔 느낌."
거의 흥미가 없는 듯한 말투로 미키라고 이름을 댄 소녀는 히비키와 다른 사람들을 슬쩍 보았다.
"하지만 뭐, 미키는 이 세계를 몽땅 부숴버려야 하니까――"
갑자기 튀어나온 살벌한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고 싶어진다. 하지만,
"일단은 너희들부터 해도 괜찮을까, 생각하는 거야."
갑자기 폭발한 살이 떨릴 정도의 살기에 갸웃거리려던 고개가, 전신이, 굳는다. 폐조차 그 일을 포기해버린 것처럼, 숨을 쉴 수가 없어――!
'미키'가 오른손을 천장으로 향하자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길다란 봉 같은 무언가가 나타났다. 끝에 붙어 있는 장식은 마이크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둥실 떨어진 그것의 손잡이를 그녀가 잡자, 끝에서 형성된 것은 연두색으로 빛나는 에너지의 칼날. 그건 마치 눈앞의 사람의 목숨을 베어 내려는 듯한――
"안 돼!!!"
유키호가 큰 소리를 지르고 오른손을 그녀에게 내질렀다. 몇 개의 하늘색으로 반짝이는 빛이 유키호 주변에 나타나 미키의 발 밑으로 화살처럼 쏟아졌다.
유키호가 발사한 빛은 교실 바닥에 교단 두개 분 정도의 구멍을 파냈고, 발 딛을 곳을 잃은 미키가 그 안으로 사라졌다.
"얘들아! 나가자!"
마코토의 필사적인 목소리에 등을 떠밀릴 것도 없이, 온 몸을 굳게 만들었던 공포가 아주 조금 풀어진 틈에 모두가 창문으로 뛰쳐나가 건물을 등지고 열심히 달렸다.
"저, 저저저저저저거 뭐냐고! ?"
다리를 필사적으로 움직이면서 히비키가 소리쳤다. 갑자기 일어난 일에 전혀 사고가 따라가지 못한다.
"모르겠어……. 하지만 아무튼, 저기 있었으면 위험했을 거란 건 분명해."
옆에서 달리는 아즈사가, 평소의 느긋한 표정을 짓는 법을 잊어버린 것처럼 여유를 잃은 험악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하지만 유키호, 잘 했어. 나 같은 건 무서워서 몸이 안 움직였어……."
"나도 무, 무서워서, 그래서 순간적으로……. 꽤 깊게 판 다음 한 번 더 묻었으니까, 약간의 시간은 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입술을 깨무는 마코토에게, 누구보다도 빨리 움직였다곤 생각되지 않는 유키호가 공포로 얼굴을 굳히고 필사적으로 말을 쥐어짰다.
교사에서 꽤 멀리 떨어진 곳까지 와서, 히비키 일행은 일단 발을 멈추었다. 뒤돌아보자 똑같이 구교사 쪽에서 달려오는 사람 그림자가 있다. 가녀린 몸, 저건……치하야!?
"다행이다……. 다들 무사했구나."
"그건 우리들이 할 말이야! 그나저나 왜 구교사에서――"
"얘기는 나중에 해. 미나세 상과 타카츠키 상이 걱정이지만, 뭔가 터무니없는 일이 이 학원에서 일어나고 있어."
냉정하게, 하지만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는 치하야의 말에 질문을 가로막혀서 히비키는 조금 풀이 죽었다.
"그렇지. 뭐가 일어나도 괜찮도록 할 수 있는 준비는 해 두자."
그렇게 말하고 아즈사의 몸이 반짝이는 빛에 둘러싸였다. 눈부셔서 눈을 감는다. 다시 천천히 눈을 뜨자, 수업 마지막에 받았던 성의에 몸을 감싼 아즈사가 서 있었다.
"어머? 어머 어머?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는데, 이건 꽤……."
"아, 아즈사, 뭔가 야하다구……."
가슴께를 잡아당기고 하면서 확인하던 아즈사가, 히비키의 말에 얼굴을 붉히고 포동포동한 몸을 움츠렸다. 치하야 쪽에서 신음 소리가 들린 것 같았지만 기분 탓일 것이다.
아즈사를 따라, 뭐든 해 봐야 아는 법이라고 다들 성의로 갈아입어 본다. 아즈사 것은 보라색이 장식되어 있지만, 히비키 것은 옥색이다. 자신의 옷 상태를 확인해 보고 납득한다. 일단 튼튼한 소재로 돼 있는 건 틀림없어 보인다. 조금 능력을 더해서 당겨 보아도 간단히 찢어질 것 같지는 않았다. 문득 조금 전부터 자신의 오른손에 쥐어져 있는 것에 시선을 떨군다.
'뭐, 뭐야 이게. 또 마이크 모양이야…….'
눈앞에 그것을 가져와 손 안에서 굴리자 손에 잡는 부분에 작은 쪽지가 붙어 있었다.
'덤입니다'
"몰라!"
적혀있는 글자에 확 짜증이 나서, 히비키는 손에 들고 있던 그것을 땅으로 내던졌다.
"그렇게 험하게 다루면 안 돼. 그 나름대로 가치 있는 물건인가봐."
치하야의 말에 반신반의하면서도, '덤'을 주워서 꼭 쥐어 본다.
'응? 몸 안의 힘이 이거에 모여들고 있는 건가?'
말하자면 처음부터 힘을 한 곳에 집약시켜 두고, 능력을 쓸 때 쓸데없는 프로세스를 생략하는 것으로 효율을 높이고 사용자의 이미지를 강하게, 신속하게 발현시키는 데에 도움을 주는 물건인 모양이다.
대단한걸, 리츠코. 하지만 쪽지는 짜증나니까 휙 벗겨서 버려 둔다.
시험삼아 히비키가 소환 능력을 쓰자, 거대한 체구의 개 비슷한 짐승이 대지를 밟고 출현했다.
"이누미! 오랜만이라구!"
어라? 하지만 이렇게 크고 무섭게 생긴 얼굴이었던가……? 너무 힘을 많이 줬을까?
"우와, 대단해……. 엄청 큰걸."
마코토가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자잘한 건 됐어. 하얗게 빛나는 짐승의 털을 쓰다듬자 이누미는 기쁜 듯이 목을 울렸다.
'너를 불러낸 건 처음인걸……보고싶었다구.'
서러운 추억이 가슴 속을 뛰어다녔다. 하지만 아마도 이제 시간은 없다. 히비키는 훌쩍 몸을 공중에 띄워 이누미의 등에 올라탔다.
"날자구!"
히비키의 말에 이누미가 밤하늘을 뒤흔드는 울음소리를 내며 답한다.
중력을 무시한 움직임으로 이누미는 하늘을 달린다. 그것을 따라 클래스메이트들도 칠흑의 하늘로 날아 올랐다. 모두의 시선 끝은 교사.
갑작스럽게,
교사의 한 구석이 폭염을 피어올리며 날아갔다.
매일 다니는 배움터의 벽이 무너져 내린다.
폭발의 굉음은 묵직하게 버티고 있는 벚나무들마저 흔들리게 만들고,
숨을 멈추고 바라보는 다섯 사람을 공포 밑바닥으로 떨어뜨린다.
역시 유키호의 능력은 금발 소녀를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기엔 역부족이었다.
"안돼! 밖으로 나온다!"
이누미의 적의를 감추지 않는 으르렁거림과 히비키의 목소리가 겹쳐진다.
천천히 그녀는 나타났다.
밤하늘에 빛나는 연두빛 칼날과 붉게 불타는 눈동자.
"모처럼 땅 밑에서 나왔는데 또 묻혀 버리다니, 과연 상상도 못 한 거야."
하늘을 미끄러지듯 이동하면서 미키는 천천히 히비키 일행 쪽으로 다가온다. 너무나 느긋한 목소리. 하지만 그것만으로 긴박한 분위기가 누그러지는 일은 없이.
"다, 당신은 대체……."
경악과 공포로 치하야가 얼어붙는다. 미키는 역시 흥미 없다는 듯한 시선으로 그녀를 힐끗 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뭔가 얄팍한 게 한 마리 늘어난 거야. 청소하기 번거로운 건 싫어."
조금 떨어진 곳에서 멈추어 미키가 다섯 사람을 순서대로 바라본다. 으음 하고 고민하고서, 그녀는 귀찮은 것처럼 시선을 히비키 일행에게로 되돌렸다.
"뭔가 후배 같고, 모처럼이니까 자기 소개 해 주는 거야. 미키는 있지, 아이돌이야."
고해진 경악할만한 진실에 히비키 일행의 눈이 크게 뜨였다. 아이돌? 이게!? 어째서――
"아름다운 희망이라고 써서 미키(美希)야. 하지만 선물하는 건 친절한 절망인 거야."
미키가 장난스럽게 웃고서, 손에 든 낫 같은 모양의 끝, 빛나는 칼날을 히비키 일행에게 슥 향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분명히 그 애의 기척을 느끼는 거야. 하지만 아직 여기에 없단 건 늦잠 자고 있나? 뭐어, 백 년이나 자고 있었던 미키가 할 말은 아니지만."
혼잣말처럼 미키는 중얼거리고, 그리고,
"계속 계속 이 날을 기다렸다고. 그 애가 올 때까지 시간 때우기라도 돼 주면 기쁘겠는걸."
싱긋, 웃었다.
'위험해…….'
생각하기보다도 먼저, 히비키는 이누미의 등을 두드렸다. 모두가 흩어진 한 순간 뒤의 허공에 갑자기 나타난 거대한 회오리가 휘몰아쳤다.
'뭐, 뭐야 저거! 갑자기 너무 반칙이라구!!'
히비키가 탄 이누미의 두 다리가 대지를 밟고, 미키에게서 거리를 두려는 듯이 질주한다. 그걸 쫓아 지상에 내려온 미키는 낫을 어깨 뒤로 휘둘러 올려, 히비키에게 무시무시한 속도로 돌진했다.
'도망칠 순 없을 것 같고, 정면으로 가도 이길 수 없을 것 같아! 그렇다면…….'
이누미가 뒤돌아서 포효하며 미키에게 돌진해 간다.
"미키랑 정면에서 맞붙으려고 하다니, 너무 멍청한 거야."
미키의 입가에 조소가 떠올랐다. 그것을 거의 눈앞에서 확인했을 때쯤, 이누미가 강인한 다리를 용수철처럼 써서 바로 옆으로 뛰었다.
"옆? 아니――"
위. 이누미가 스텝을 밟기 한 순간 전에 미키의 머리 위로 높게 뛰었던 히비키는, 미키가 바로 옆에 신경을 빼앗긴 짧은 틈에 거대한 수리를 출현시켰다. 미키가 머리 위를 올려다보았을 때는 이미 늦었다. 커다란 수리는 사냥감을 노리는 눈을 빛내며 금발 소녀에게 돌진했다.
'잡았다――!'
대지가 푹 파이고 충격이 파문처럼 퍼진다. 피어오르는 흙먼지와 커다란 수리가 사라졌을 때, 하지만 미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히비키는 싸한 느낌과 함께 뒤를 돌아본다.
다가오는 붉은 눈동자.
"정말. 지면에 먹혀들어가는 건 콘도르만으로 충분한 거야."
'거짓말이지!? 반응도 다음 동작도. 모든 게 너무 빨라!'
칼날이 정확하게 목을 노리고 휘둘러졌을 때, 목덜미를 뭔가에 붙잡혀서 히비키의 몸이 휙 뒤로 끌려갔다. 간발의 차로 낫이 허공을 가른다.
머리와 몸이 아직 붙어 있다는 데에 안도하면서 뒤돌아보니 백은의 털이. 이누미가 히비키를 그 큰 입으로 매달듯이 물고 있었다.
"더, 덕분에 살았다구……."
이누미는 다시 미키와 거리를 벌리기 위해, 히비키의 감사를 발을 멈추지 않고 받았다.
첫 번째 사람을 완전히 처리하지 못해서 언짢은 표정을 짓는 미키는, 시선을 위로 향했다. 미키보다 빈약한 소녀가 손에 쥔 뭔가를 머리 위로 들어올렸다.
"부탁이야――"
유키호를 둘러싸듯 생겨난 수많고 작은 푸르스름한 빛. 아까도 그녀가 출현시킨 그것들의 하나 하나가 삽 모양이란 것을 히비키는 깨달았다. 유키호가 마이크를 기세 좋게 미키에게 향했다.
"――맞아줘!!"
소녀의 기도를 받아, 몇 개의 삽이 지상에서 올려다보는 미키를 향해 하늘을 달렸다.
미키가 뛰어간다. 그녀가 서 있던 지면을 발사된 삽이 파냈다. 연이어 다가오는 그것들을, 마치 그녀는 댄스 스텝이라도 밟는 것처럼 가뿐히 피해 간다. 교정에 몇 개쯤 구멍이 파였지만 하나도 미키를 스치지조차 못한다. 그녀의 발이 지면을 크게 발로 찼다. 낫을 치켜들고 유키호를 향해 도약한다――
"빨라!"
유키호의 비명. 빛나는 칼날이 다가오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유키호 짱!"
유키호 뒤에서 순식간에 나타난 아즈사가 그녀를 끌어안고 다시 사라졌다. 확실한 죽음을 선사할 예정이었던 칼날은 다시 허공을 옆으로 갈랐다.
"……알아서 무덤 구멍을 준비해 주다니 배려가 깊은 거야. 그러면 바로 베여서 묻혀 버리는 편이 편할 텐데."
미키가 재미없다는 듯이 중얼거린다. 그 등 뒤에서 다가오는 것은 마코토.
"하아아아아아아아앗!!"
기합과 함께 휘두른 손에 들려 있는 것은 작열하는 듯한 붉은 검신. 마이크를 손잡이 삼아 나타난 검신이 마코토의 불퇴의 결의를 받아 화염을 두른다.
"흐읍!!!!"
키잉, 마코토의 검신이 더욱 강하게 빛나고, 일섬.
내질러진 그것을 낫 손잡이로 받아낸 미키는 확실한 희열의 웃음을 그 얼굴에 띄웠다.
곧장 물러선 마코토는 그대로 기세를 몰아 몸을 돌려, 다시 미키 품으로 돌격했다.
교차하는 빨강과 연두빛 칼날. 하지만 이것도 미키를 한 번이라도 맞히는 것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렇더라도――
"하앗!!!!"
세 번째 격돌한 둘의 무기는 서로 날을 밀어내려고 공중에서 끼긱거리는 소리를 냈다. 바로 가까이에 미키의 붉게 빛나는 눈. 그것을 세게 노려보지만, 힘겨루기에서 진 마코토는 휘둘러진 낫의 충격에 튕겨나가 뒤쪽으로 날아갔다.
곧바로 미키에게 달려든 것은 또다시 이누미에 올라탄 히비키였다. 목을 노리고 빛나는 엄니를 미키는 훌쩍 피하고서 다시 하늘위로 뛰어올랐다.
'아직 멀었어――!'
마이크를 짐승처럼 입으로 물고, 히비키는 양 손바닥을 미키에게 향했다. 나타난 것은 두 마리의 큰 뱀. 구불거리며 미키를 쫓아 엄니를 드러낸다.
그 머리를 낫으로 양단하고 미키는 더욱 깊게 웃고서, 허공을 차며 히비키에게 달려든다.
'위험해, 역시 너무 빨라――!'
상처를 입을 걸 각오하고 히비키는 고속으로 다가오는 미키를 올려다본다. 하지만 그 몸이 공중에서 무언가에 부딪히고 다시 하늘 위로 튕겨나간다.
그 반투명한 벽을 히비키 앞에 출현시킨 건――
'치하야!'
오른팔을 옆쪽으로 똑바로 뻗은 치하야가 험악한 표정으로 미키를 바라본다.
그녀쪽으로 가자, 유키호와 손을 잡은 아즈사가 눈앞에 순간이동으로 나타났다. 마코토도 어깨를 누르며 강한 결의를 눈에 깃들이고 전장으로 돌아온다.
"……흐응."
그런 그녀들을 내려다보며 미키는 중얼거렸다.
"생각보다 하는 거야. 특히 거기 검 든 애."
미키가 마코토를 가리키며 싱긋 웃는다.
"설마 아이돌도 아닌 애가 미키랑 세 번이나 검을 부딪히고도 조각조각나지 않을 줄이야. 깜짝 놀랐어. 그런거 미키, 좋아해."
"그, 그야 그렇다구! 본인들은 아이돌을 목표로 여기 있는 거니까!"
히비키가 소리치자 미키는 그쪽엔 별로 흥미 없어 보이는 눈을 향했다.
"그런 좋은 게 아닌데 말야, 아이돌. 아, 그렇지. 거기 본인 짱――"
"보, 본인……?"
갑자기 미키가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히비키가 몸을 긴장시켰다.
"그거, 평범한 소환능력이 아니지. 그 사역마들한테선 생기가 안 느껴지는걸."
치하야가 놀란 듯이 히비키를 봤다.
"왜 죽은 생물을 굳이 꺼내서 사역시키는 거야――사령마술사(네크로맨서) 짱?"
히비키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렇다. 그녀가 쓰는 것은 죽은 생물을 일시적으로 영계에서 불러오는 능력. 그들에게 있는 것은 생전에 가진 의식의 잔재 뿐.
"시, 시끄럽다구! 아이돌이 되면 다들 제대로――"
"살아 돌아오거나 하진 않는데? 뭘 기대하는 건진 모르겠지만 아이돌인 미키가 가르쳐 줄게. 이 세계의 어떤 강대한 능력이라도, 무언가를 되살릴 순 없는 거야."
그럴, 수가.
과거에 자신과 함께 생활하고, 그리고 임종을 지켜보았던 가족들.
그들과 다시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히비키는 아이돌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그게――
"뭐, 백 년 쯤은 아무것도 변함없이 지낼 순 있지만. ――아이돌이라면 말야."
소생 능력 같은 게 없다면. 그렇다면 왜 자신은 여기에 있는가. 뭘 위해 지금, 싸우고 있지――?
이누미가 쓸쓸한 눈으로 히비키를 올려다보았다.
"아이돌 아이돌 시끄러운데, 미키, 넌 뭘 하고 싶은 거야?"
치하야가 미키를 똑바로 올려다본다.
"아까도 말했잖아. 미키는 이 세계를 몽땅 부숴버려야 해. 그럼, 슬슬 수다도 끝이구나."
미키가 손에 든 낫을 빙글 돌렸다.
'미키가 온다. 하지만 본인은――'
"가나하 상."
탁한 눈을 들어 옆을 보자, 치하야가 손을 내밀고 있었다. 천천히 그 손을 잡는다.
'따뜻하다…….'
예전에 눈을 감고 자신의 품 안에서 점점 차가워져 갔던 가족들.
'이제 그런건 싫어.'
주변을 둘러본다. 마코토의, 유키호의, 아즈사의, 그리고 치하야의 눈이 결의에 불타고 있다. 하지만 잡고 있는 치하야의 손에선 떨림이 전해져 와서.
'무서워. 무섭지만.'
손을 꼭, 맞잡는다.
'모두가 없어지는 쪽이 훨씬 무서워! 이제 그런 경험은――'
미키가 공중을 차고 떨어져 내린다.
히비키는 그것을 확실히 보고, 소중한 가족들을 떠올린다.
'부탁이야, 힘을 빌려줘――!'
그들이 짖고, 날개를 펼치고, 엄니를 빛내 준 듯한 느낌이 들었다.
여섯 개의 인영이 격돌한다.
긴 밤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었다.
이 소설은 픽시브에서 타마키 하야테(珠樹 颯)님이 연재하신 소설입니다. 허가를 받고 카와즈(かわづ)가 번역하였습니다. 원작자의 허가로, 이 소설은 작가와 번역가의 이름, 출처를 명기하면 전재가 가능합니다.
또한, 이 소설에 코멘트된 감상은 원작자에게도 전달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소설의 원본 주소 : http://www.pixiv.net/novel/show.php?id=461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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