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루: 그로부터 수 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러나 동생을…노엘을 인간으로 되돌릴 방법은 아직도 찾지 못한 채….
리오: 들었니? 알렉산드라.
또 죄없는 사람들이 뱀파이어의 독니에 걸렸단다.
국왕 폐하는 백성을 어여삐 여겨 명을 내리셨지.
내 남편 변경백에게, 뱀파이어 토벌 칙령을 말야.
치즈루: 어이가 없군.
굶주린 백성의 분노를 부패한 왕정에서 돌리는 게 목적이겠지.
리오: 후후훗. 그렇지.
백성의 피를 더 많이 빨고 있는 건 뱀파이어가 아니라 우리 귀족인걸.
치즈루: 알고 있다면 어째서…!
리오: 뱀파이어 토벌에는 물론 경도 참가해 주셔야겠어.
부정한 괴물들을 파멸시키는 영웅으로서. 그렇지?
치즈루: 부정한 괴물이라고?
설령 뱀파이어라 해도 원래는 인간이다.
무고한 백성이다.
내 검은 사람들을 지키기 위한 것.
이유도 없이 죽일 수는 없다.
리오: 어머, 어쩜 훌륭한 기사도일까!
하지만 그 고귀함으로 누굴 구할 수 있을까?
당신의 동생, 노엘도 지금은 사람 피를 빠는 괴물이지?
그 애를 감춰 주고 있는 건 누구였더라?
치즈루: 큿…!
리오: 후후훗! 무서워하지 마, 알렉산드라.
그 애는 죽지 않아. 그 검이 나를 위해 일하는 한….
치즈루: 노엘을 인간으로 돌려놓을 방법. 그것만 찾으면….
치즈루: 그 날 이후로, 노엘은 변경백부인의 향으로 잠들어 있다.
방에는 항상 그 향기가 자욱하다.
눈을 뜨지 않는 동생을 눈앞에 두고 계속 맡았기 때문일까.
화려하고 향기로운 향인데도, 무척 싫은 냄새처럼 느껴진다.
이오리: …언니?
치즈루: 노엘…. 지금은 부디, 꿈속에서 잠에 빠져 있으렴. 언젠가, 반드시….
이오리: 네… 어쩐지…아주 졸려요….
하지만 오늘은…사랑하는 언니의 얼굴을 봤으니까….
치즈루: 노엘…!
치즈루: 생각하지 마라…! 나는 검이다! 한 자루 칼이다!
명령받은 대로 적을 칠 뿐…!
지금까지도…그리고 앞으로도!
토모카: 있죠, 에드거. 가끔은 드레스를 입어 보지 않을래요?
메구미: 에. …와악! 왜 내가, 드드드드드레스 같은 걸,
토모카: 그야, 요전에 우연히 알게 된 거지만, 에드거는 사실 여자애잖아요?
메구미: 그건 그런데….
토모카: 그렇죠. 드레스는 역시 그만두기로 해요.
에드거가 여자애란 게 알려지면, 그건 그거대로 큰 일이 될 것 같으니까요.
메구미: 에? 왜?
토모카: 어머, 혹시 입고 싶었나요? 드레스.
메구미: 엣.
토모카: 그렇네요. 그럼 다음에, 방에서, 저랑 당신 둘뿐일 때라면….
메구미: 아냐, 아냐, 아냐! 그런거 안 입어! 입고 싶다고 안 했어!
난 절대 안 입을 거니까!
토모카: 후훗. 그러셨나요. 역시 입어보고 싶은 거군요?
메구미: 크리스! 내 얘기 듣고 있어?
토모카: 후후훗. 네, 듣고 있어요.
(두 사람의 웃음소리)
메구미: 하하하. …아마, 이렇게 웃어본 거 태어나서 처음이야.
토모카: 우연이네요. 저도예요.
메구미: 그래? 크리스는 귀족인데…아…아니….
그렇지…미안해. 크리스한테도 사정이 있겠지, 분명.
토모카: 이유는 안 묻는 건가요?
메구미: 묻고 싶지만…크리스가 말하고 싶지 않다면 난 묻지 않을 거야.
크리스가 말하고 싶어지면 말하면 돼.
토모카: 에드거는 역시 상냥하네요.
메구미: 뭐?! 정말,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여자: …싫어! 가기 싫어!
남자: 너는 주인님에게 팔렸다고! 자, 따라와!
여자: 살려줘! 누가 좀…!
토모카: 가면 안 돼요. 에드거.
메구미: 하지만…!
토모카: 팔렸다면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어요.
가면 붙잡히는 건 당신이에요.
메구미: …젠장! …있지, 크리스.
토모카: 뭔가요?
메구미: 이 동네엔 썩은 어른들뿐이야. 귀족도, 부자도, 평민조차도, 어린이를 쓰고 버리지.
토모카: …….
메구미: 그러니 나는 언젠가, 이 동네를 떠나서 약속의 땅을 찾는 여행을 할 거야.
토모카: 약속의, 땅?
메구미: 그래. 예전에 죽은 어머니께서 가르쳐 주셨어. 거기엔 나쁜 사람은 아무도 없대.
토모카: 후훗…. 어쩐지 꿈 같은 이야기네요.
메구미: 꿈일지도 몰라. 하지만 아무것도 없는 것보단 낫잖아?
내가 여행을 떠날 때는, 크리스, 너도 같이 데려가 줄게.
토모카: ……. 저는….
메구미: …왜? 나랑 같이 가는 거 싫어?
토모카: 아니요! 그렇지 않아요! 그런 게 아니라….
치즈루: 거기 누군가 있나?
토모카: ……!
치즈루: 너희들, 여기서 뭘 하고 있지?
메구미: 너야말로 누구야? 귀족이 이런 덴 무슨 일인데?
치즈루: 내 이름은 알렉산드라. 변경백 부인에게 명을 받은 뱀파이어 헌터다.
메구미: 뱀파이어 헌터라고?! 그럼 그 소문은 사실인가!
치즈루: 너희들, 이 주변은 위험해. 알았으면 한시라도 빨리 떠나도록 해라.
길 너머라면 변경백 부인의 군대가 있으니까 안전하다.
메구미: 알았어. 가자, 크리스.
토모카: 네….
치즈루: 만약 노엘이…여동생이 탈없이 성장했다면… 저 정도 되는 소녀였을까….
…아니, 지금은 생각하지 마라. 내 역할은 뱀파이어를 사냥하는 것. 그것뿐이다.
남자들: 하하하!
스바루: 히히히! 봉이 왔구만! 있는 돈 전부랑 그 드레스도 놓고 가.
메구미: 루카…너 어째서!
스바루: 너도 알잖아? 에드거. 이 동네에선 이렇게 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는 것 정돈.
메구미: ……!
스바루: 그 아가씨는 예전부터 점찍어뒀었단 말이지. 하하! 생각대로 예쁜 드레스와 보석이잖아.
토모카: 알았습니다. 말하는 대로 할 테니, 이 애에게 손대지 말아 주시겠어요?
메구미: 그만둬, 크리스! 그런 녀석들이 하는 말 들을 필요 없어!
토모카: 에드거, 당신은 조용히 있어주세요.
메구미: 크리스?!
스바루: 하! 귀족 아가씨가 지켜준다 그건가? 한심한 놈이구만!
메구미: 너…!
토모카: 그만두세요! 더이상 이 애를 모욕한다면 용서하지 않겠어요.
스바루: 뭐…뭐야. 꽤나 잘난 태도잖아. …젠장! 바보 취급하기는!
야, 너희들! 예정 변경이다!
남자들: 예에!
스바루: 이 나이프로 죽인 다음에…천천히 입은 것 전부 벗겨내 주마!
메구미: 크리스! 위험해!
스바루: 죽어라!
메구미: 으윽!
토모카: 에드거!
메구미: 으으…!
토모카: 에드거! 정신 차리세요! 에드거!
스바루: 흥! 구해주려다 자기가 찔리다니, 꼴 좀 보라지.
방해꾼은 없어졌으니까 이번에야말로 네 차례구나.
토모카: …….
스바루: 응? 뭐야 그 눈은!
토모카: 당신…이 애에게, 상처를 입혔지요?
스바루: 그…그게 뭐 어쨌는데!
꼬맹이 하나 죽은 정도론 이 동네에선 아무도 눈치 못 채! 신경 안 쓴다고!
토모카: 그런가요. 그럼 당신 하나 없어져도, 아무도 신경쓰지 않겠네요.
스바루: 뭐라고? …으악!
으윽…괴로워….
남자: 히익…! 이자식, 뭔 힘이…!
남자: 어…어이! 루카를 풀어줘!
토모카: 마지막 자비입니다. 적어도 전부 빼앗기 전에 먼저 죽여 드릴게요.
스바루: 아악…괴로워…아으윽!
남자: 흐이익…! 뱀파이어다…! 도망쳐!
남자: 살려줘…!
토모카: 하아….
에드거, 에드거! 들려요?
메구미: (콜록콜록)
토모카: 에드거, 시간이 없습니다. 지금 바로 골라 주세요!
여기서 죽을지, 두번다시 죽지 못하는 몸이 될지…!
메구미: 무ㅅ…말을….
토모카: 부탁이에요, 에드거! 지금 바로 골라 주세요!
메구미: ……나, 는…나는… 살고 싶어…!
토모카: 에드거….
눈을 감고 계세요, 에드거.
조금 괴로울지도 모르지만, 당신이라면 분명 견딜 수 있으리라 믿어요.
메구미: 크리스…뭘…
으아아아악!!
메구미: 뭐야, 이게… 목덜미에서 온몸의 피가 빨려나가는 느낌이야….
하지만…아픔이 사라져 가…숨쉬기가 편해졌어…!
…이게 뭐야, 몸이 움직여…!
그치만 나… 그렇게 깊게 찔렸는데!
피가 멈췄어…상처도 없어! 어째서?!
토모카: 아무래도 제대로 된 것 같네요.
메구미: 크리스…이건…?
토모카: 어서 오세요, 에드거. 끝없는 우리들의 세계.
뱀파이어의 세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