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물/번역

[아이마스SS]잠자는 공주 THE HUNDRED LILY -5

카와즈 2015. 12. 28. 10:13
잠자는 공주 THE HUNDRED LILY

4장  구멍 파는 소녀는 마음을 속인다



 '아으으, 어떡하지……. 떠올리니까 두근거림이 멈추질 않아…….'

 따스한 아침 햇살이 커튼 사이에서 쏟아지는 가운데, 옆에서 자는 소녀를 바라보며 하기와라 유키호는 괴로워하고 있었다.

 평소처럼 같은 방을 쓰는 마코토보다 빨리 잠에서 깨어나 이불에 파묻힌 채로, 그녀 입에서 규칙적으로 흘러나오는 숨소리를 듣고 있었다. 유키호는 마코토의 자는 얼굴을 좋아했다. 평소에는 각이 잡혀 있어서 멋있는 그녀가, 자기 앞에선 이렇게나 무방비하고 편안한 표정을 보여 준다. 윤기 나는 입술, 예쁜 속눈썹. 자고 있는 마코토를 보면, 역시 귀여운 여자애구나 생각도 한다. 평소엔 별것 아닌 동작 하나 하나가 꼭 왕자님 같아서, 그래, 예를 들면 어제도――

 '아아아아아! 역시 안 되겠어!!'

 마음 속으로 한심한 비명을 지른다. 어제 일을 생각하면 얼굴에서 불이 날 것 같다. 목욕을 마친 건 자기 한참 전이었는데, 온몸이 다시 후끈해진다.

 밖에서 부유술 수업을 하던 중, 잠깐 교실로 돌아가려던 유키호가 밸런스를 잃고 지면에 떨어지려던 때.

 이제 죽는다고 생각했다. 이대로 딱딱한 땅에 부딪혀서, 땅 속 깊은 곳으로 이 몸은 돌아갈 거라고.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죄송하단 말을 반복할 수밖에 없었던 그 때, 마코토는 씩씩하게 하늘을 질주해, 떨어지는 유키호를 끌어안고, 그래, 그건 소위 말하는 공주님 안기란 것으로――

 '아아아아아! 마코토 짜아아아아아앙!!'

 소녀라면 누구나 동경하는 왕자님. 마코토는 유키호가 품은 그런 이미지를 구현화한 듯한 '소녀'였다. 이젠 남자든 여자든 상관 없다. 그녀 옆에 있으면 마치 자신이 공주가 된 것만 같아서. 그 정도로 어쩔 수 없을 만큼, 마코토는 멋있었다.

 그나저나. 아무리 그래도 어제 그건 지나쳤다. 그 땐 떨어지는 공포와 거기서 살아난 안도감이 강했지만, 지금 이렇게 천천히 마코토를 보면서 떠올리면――

 '아아아아아!'

 이건 병인가 싶다. 끌어안겼을 때 본, 마코토의 얇은데도 믿음직스럽게 느껴지는 팔, 올려다 보면 바로 거기에 있던 눈동자를. 떠올리는 것만으로 체온이 올라간다. 얼굴이 뜨거워진다. 마음까지, 따뜻해진다.

 어떡하지. 오늘 마코토와 제대로 얼굴을 마주볼 수 있을까. 옆에서 자는 그녀를 바라보고 있기만 해도 이런데. 지금 가능한 한 마음을 진정시켜 둬야지. 침대에서 윗몸을 일으키고 한숨을 돌렸다.

 ……어제는 구해줘서 고마웠어. 감사를 담아 살짝, 짧게 정리된 마코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어라? 좀 길었나?

 "음, 으응…."

 마코토가 이불 속에서 꼼지락 꼼지락 움직였다. 아, 깨워 버렸나. 당황하며 손을 뗀다. 유키호가 지켜보는 앞에서, 마코토는 천천히 눈을 떴다. 그 눈동자가 유키호를 바라보고 아직 졸린 것처럼 미소지었다.

 "안녕, 유키호."

 이건 병인가 싶다. 그 입술에 슬쩍 자기 이름이 올라간 것만으로 이렇게나 가슴이 뛴다.

 그래. 이 마음은 분명 병일 것이다.



………

……





 "유키호는 정말 차를 좋아하는구나."

 식사가 끝날 무렵, 식당의 찻잔에 입을 대고 있던 유키호를 정면에서 바라보던 마코토가 미소지었다.

 가끔 구멍을 파고 묻히고 싶어지면서도 평정을 어찌저찌 유지하면서 오전 수업을 끝냈다. 둘이서 점심을 먹을 때쯤엔 유키호도 어느 정도 진정이 됐다.  

 손에 든 찻잔에 시선을 떨구고, 유키호도 똑같이 싱긋 웃었다.

 "응, 이런 보리차나 어제 같은 홍차도 좋지만, 역시 제일 좋은건 일본차일까."

 "일본차라면, 녹차?"

 "거의 그렇지. 예절 같은 게 잔뜩 있는데, 그런 걸 잘 지켜서 다도회에서 마시면 더 맛있게 느껴져."

 "헤에. 얘기 들어보면 유키호네 집은 그런거 잘 돼 있을 것 같아. 유키호가 차를 좋아하는 것도 역시 부모님 영향인 걸까."

 "글쎄. 확실히 다도는 어렸을 때부터 배우긴 했어. 그래서 어느샌가 좋아하게 된 걸지도."

 "좋겠다, 유키호네 집은. ……나도 좀 더 조숙하게 길러줬음 했는데."

 마코토가 조금 쓸쓸하게 한숨을 쉬었다.

 "마코토 짱은 마코토 짱 그대로가 좋다고 생각해."

 "뭔가 그것도 복잡한 기분이야. 나도 여자애란 느낌인 유키호 같은 장점을 갖고 싶었는데."

 '그건 아니야. 마코토 짱은 마코토 짱이니까 좋은 거야.'

 그녀에게 장점은 잔뜩 있다. 그리고 마코토가 여자애로서도 귀엽다는 걸 유키호는 알고 있다.

 가르쳐 주고 싶다. 전해 주고 싶다. 어떡하면 좋을까. 마코토의 눈에 어린 그림자가 너무나 싫어서, 필사적으로 생각해 본다.

 ――그렇지!

 "……있잖아, 마코토 짱. 아직 다음 수업까지 꽤 시간 남았고, 머리 잘라줄까?"

 "유키호까지 날 여자애에서 멀어지게 만드려고 하다니……."

 "그, 그런 게 아니라! 어제 구해준 보답이 하고 싶어서. 응?"

 으음~ 하고 마코토가 고민에 빠진다. 그리고 곧 시선을 들고, 아주 조금 웃었다.

 "유키호가 그렇다면야."

 "……응."

 "아, 그러고 보면 있잖아, 유키호."

 "왜 그래?"

 "사실 입술 끝에 계속 밥풀 붙어 있었어."

 "어? ~~~~~!!"

 한 순간 멍하니 있던 유키호의 입술 끝에서 그걸 검지로 살짝 떼어 내고, 마코토는 이번엔 조금 소리를 내서 웃었다.

 "왜, 왜 말 안해 줬어어!"

 "아니, 그런 유키호도 귀여웠거든."

 계속 모르고 있었다니, 역시 오늘은 평상심을 잃은 것 같다. 이번에야말로 구멍 속에 묻히고 싶다. 이럴 거면 어제 하늘에서 떨어져서 묻혀 버릴 걸 그랬어!

 게다가 부끄러워서 몸부림치는 유키호 눈 앞에서, 마코토는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뗀 밥풀을 자기 입에 넣어 버리니까.

 정말 이 왕자님은 어쩔 수가 없다.



………

……





 평소엔 쓰이지 않는 기숙사의 한 방에서.

 의자에 앉은 마코토 뒤에 유키호가 서서, 마코토의 머리카락에 가위를 넣었다. 사각 사각하는 소리가 날 때마다 머리카락이 사락 사락 떨어진다.

 부드럽게 손을 움직이면서 유키호는 입을 열었다.

 "나 있지, 머리 짧은 마코토 짱이 좋아."

 "으음, 난 좀 더 긴 편이 여자다워서 좋지 않을까 하는데."

 "그것도 좋을지 모르지만, 마코토 짱은 지금도 여자애답고 귀엽다고?"

 "엣, 어떤 부분이?"

 "……후훗, 안 가르쳐 줘."

 "왜애!"

 "말하면 분명 마코토 짱, 부끄러워서 죽어 버릴 테니까."

 "그게 뭐야~."

 분명 마코토는 볼을 부풀리고 입을 삐죽 내밀고 있겠지. 정면에 거울도 없고, 등 뒤에 선 유키호는 그걸 상상할 수밖에 없다.

 똑같이 마코토에게도 지금 유키호 표정은 보이지 않는다.

 "마코토 짱은 좋은 점이 정말로 잔뜩 있으니까. 멋있는 것도 그 중 하나야. 짧은 머리가 어울리는 것도 그렇고."

 "……역시 좀 복잡한 기분이야."

 사각 사각, 유키호는 가위를 든 손을 계속해서 움직인다.

 "마코토 짱은 지금 그대로 충분히 매력적이야."

 '그야, 내가 좋아하게 된 여자인걸.'

 "난 지금 마코토 짱이 좋아."

 '그러니까 지금 그대로 있어줘.'

 그 말은 족쇄가 되어 마코토를 속박하게 될지도 모른다.

 전부 그저, 유키호의 이상을 강요하는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 마코토 짱을――좋아해."

 마코토를, 지금, 자신의 곁에. 박아 두고 싶으니까.

 정확히 마음이 전해졌는지는 모른다. 오히려 눈치채지 못했으면 한다. 그 말 뒤에 숨겨진 순수하고도 추한 소망에는.

 쓰이지 않는 방의 작은 고백.

 그걸 멀리서 누군가 지켜보고 있었더라도, 분명 둘은 깨닫지 못한다.



이 소설은 픽시브에서 타마키 하야테(珠樹 颯)님이 연재하신 소설입니다. 허가를 받고 카와즈(かわづ)가 번역하였습니다. 원작자의 허가로, 이 소설은 작가와 번역가의 이름, 출처를 명기하면 전재가 가능합니다.
또한, 이 소설에 코멘트된 감상은 원작자에게도 전달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소설의 원본 주소 : http://www.pixiv.net/novel/show.php?id=46118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