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넓이에 비해 대부분의 자리가 비어 있는 식당에서, 난 평소처럼 혼자서 점심을 먹고 있었다.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는 하기와라 상과 마코토가, 같은 테이블에서 마치 연인 같은 친밀함을 보이고 있었다. 뭐, 저것도 평소와 같은 점심시간의 풍경이다. ……오늘은 조금 하기와라 상이 안절부절 못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런 그녀들에게서 시선을 돌리고, 밥과 함께 담긴 카레라이스에 숟가락을 꽂아넣고 입으로 옮긴다. 그런 작업을 기계처럼 반복한다.
식사는 효율을 우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절대로 하기와라 상처럼 즐기는 법을 부정할 생각은 없지만, 손쉽게 필요한 영양을 섭취할 수 있으면 충분하다. 가격도 싸다면 더욱 좋다.
그런 점에서 카레라이스는 실로 잘 만들어진 음식이다. 일단 이걸 먹으면 된다는 안심감. 고민할 시간조차 아깝다.
5분도 안 지나서 접시 내용물을 거의 다 비웠을 때 쯤, 이쪽으로 다가오는 발소리를 깨달았다. 수상히 여기며 시선을 든다.
"여기 앉아도 될까?"
의외의 손님에 조금 놀란다. 허리를 굽히고 내 눈을 들여다 보는 건 아즈사 상이었다. 같은 방인 그녀와는 같이 방에서 식사를 한 적은 있었지만, 그건 고작 '같은 공간에서'라는 의미 정도밖에 없었다. 식당에서 같은 자리에 앉은 적은, 요 1년간 입학하고 나서 처음 두세 번 정도 뿐이다. ……내가 싫다는 듯한 얼굴이었으니까 사양하게 된 거겠지. 그리고 나서는 아즈사 상이 일부러 말을 꺼내는 일은 없었는데.
작은 테이블이긴 하지만 마주보고 의자가 두 개 놓여 있는 걸 보면, 2인용으로 설계된 것은 틀림없다. 내 앞에는 접시 한 장과 물이 든 컵 하나뿐. 덧붙여서 아즈사 상이 손에 들고 있는 건 토핑된 빵 하나뿐이다. 방해가 되진 않는다. 그리고 요즘 그녀와의 딱 좋은 거리감에 안도를 느끼는 자신이 있다.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그러세요."
"후후, 고마워."
아즈사 상이 미소지으며 정면에 있는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크로켓이 끼워진 빵 포장지를 벗겨 간다.
나 자신이 이 모양이고, 남 식사에 이래라 저래라 할 생각은 없지만,
"……그걸로 충분해요?"
웬일로 무심코 의문이 입에서 흘러나왔다.
"지금은, 그, 다이어트 중이라서……."
아즈사 상은 손에 든 빵을 한 입 베어물고, 부끄러운 듯이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즈사 상은 별로 살 안 쪘다고 생각하는데요."
"요즘 옷 위로는 티 안 나는 데가 좀 그래서."
옷 위로 보이는 곳도 풍만하니까요. 그건 역시 입에 올리지 않는다. 다이어트 효과가 나타나서 가슴에 달린 지방 덩어리도 줄어들면 좋을텐데. ……큿.
"……다이어트, 응원할게요."
"우후후, 고마워."
진심으로 나온 말에 진심인 웃음으로 답을 받으니 조금 가슴이 아팠다. 어차피 아플 거라면 좀 더 커져도 될텐데, 그렇게 생각하고 또 혼자 멋대로 허무해진다.
잠깐 사이에 우리 앞에서 먹을 것은 없어져 버렸다. 입 안이 텅 비어도 특별히 얘기하고 싶은 건 없다. 아즈사 상도 뭔가 볼일이 있어서 온 건 아닌 것 같다. 모처럼 쉬는 시간이니 독서라도 하러 방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왠지 바로 일어나는 것도 망설여져서 움직일 수가 없다. 조금 전까지의 나였다면 주저없이 자리를 떴겠지만.
이 시간은 명백히 쓸데없는 시간이다. 하지만 그런 쓸데없는 것을 곧바로 버리지 못하게 된 자신을 깨닫고, 적잖게 놀란다.
하지만 그럼, 정말로 어떡할까. 일단 물어본다.
"저, 아즈사 상은 왜 저한테 온 건가요?"
"으음, 딱히 의미는 없는데."
역시 이유는 없었다. 세간에선 그걸 쓸데없다고 한다.
"저, 그럼 저는 이만……."
"있잖아, 치하야 짱. 혹시 괜찮으면 산책 좀 안 할래?"
아즈사 상이 내 말을 덧씌우듯이, 예상 밖의 제안을 했다.
"어……. 특별히 용건은 없는 거죠?"
"그런데……안 돼?"
안 된다니 뭔가요, 안 된다니. 좋은지 나쁜지 묻는다면, 물론 노라고 답하고 싶다. 하지만 그런 기대하는 눈빛을 보면.
이건 내 잠깐의 착각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끝에, 어쩌면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건 말하자면 처음 읽는 소설의 페이지를 넘기는 것과 같은, 미지에 대한 탐구와 비슷했다.
……그렇다면 가끔은 괜찮을지도 모른다. 어차피 방에 돌아가서 책을 읽을 생각이었다. 여기서 아즈사 상을 따라가도 큰 차이는 없을 것이다.
"알았어요."
대답하는 나를 보며 아즈사 상이 눈을 조금 크게 떴다. 정말로 허락해 줄 거라곤 생각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내가 지금까지 그런 태도를 계속 취해 왔으니까.
"우후후, 그럼 갈까."
아즈사 상이 빵을 싸고 있던 비닐을 뭉치고 일어났다. 나도 식기를 손에 들고 반납구 쪽으로 간다. 그런 우리들을 타카츠키 상이 놀란 눈으로 보고 있는 것이 시야 구석에 비쳤다.
식당을 나와 복도를 나란히 걸으면서, 아주 조금 올려다보며 물어 본다.
"그래서, 어디 가는 거에요?"
"으음, 적당히?"
질문에 질문이 돌아왔다. 정말로 아무런 생각도 안 한 것 같다.
오늘도 햇살이 따뜻하니까 산책이라고 하면 당연히 밖에 나갈 줄 알았는데, 예상과는 달리 아즈사 상의 발은 위로 올라가는 계단을 밟았다.
인적 없는 교사에 두 사람 분의 발소리를 내면서 목적지도 대화도 없이 걷는다. 이윽고 아즈사 상은 한 빈 교실 앞에서 발을 멈추었다.
"여기면 될까."
뭐가요 하는 의문은 아마도 의미가 없을 테니, 딱히 부정하지도 않고 아즈사 상을 따라 교실로 들어간다.
평소에 필요 없는 교실에 일부러 들어갈 일도 없고 수업에서 쓴 적도 없었으니, 여기에 발을 들이는 건 처음이다. 다른 교실과 거의 같은 구조지만 누군가 사용한 흔적은 없다. 정말 쓸데 없는 게 많은 학원이구나 생각한다. 덧붙여서 특별히 먼지가 눈에 띄지도 않는 걸 보면 청소도 되고 있는 것 같다. 쓸데없기 이를 데 없다.
잠깐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지만, 창가에서 아즈사 상이 손짓하는 걸 보고 가까이 다가간다. 그녀 앞에 서자,
"비밀 이야기 할까?"
하고 아즈사 상은 싱긋 웃었다. 여기까지의 그녀의 생각을 모르겠다. 그 의도를 알 수가 없다.
"대체 무슨――"
기다리다 못해 조금 큰 소리로 말하자 그걸 가로막듯이 아즈사 상이 얇은 커튼을 잡았다. 쇠가 미끄러지는 샤악 하는 소리와 함께, 우리들을 감추듯이 커튼이 둥실 부풀어 올랐다.
"쉿. 누가 올지도 모르잖니?"
아즈사 상이 작게 미소지으면서 검지손가락을 내 입술에 갖다 댔다. 커튼에 둘러싸인 좁은 공간 속에서 더욱 우리들의 거리가 좁혀지고, 생각하기보다 먼저 몸이 반 걸음 물러났다.
아니다. ……이건 우리들의 거리가, 아니다.
"나 있지, 여러가지로 생각해 봤는데――"
평소엔 쓰이지 않는 한 교실에서.
"있잖아, 치하야 짱. 나랑 사귀어 보지 않을래?"
아즈사 상이 장난스러운 눈빛을 내게 보내면서, 그런 말을 한 것이다.
자, 여기까지 대충 돌아보았는데, 역시 이렇게 된 상황이 전혀 이해되지 않는다.
시간이 멈춘 것만 같은 빈 교실에서 필사적으로 머리만을 굴린다. 뭐야. 뭐야, 이게.
오늘 일을 되돌이켜 봐도 짐작이 가지 않는다면, 아즈사 상의 의도는 어제 이전의 기억이나 지금 그녀의 언동에서 추측할 수밖에 없다. ――어디까지나 아즈사 상에게 목적이 있다면, 말이지만. 정말로 그냥 장난을 하고 있을 뿐이거나, 그녀의 기분이 상했을 뿐이라는 가능성은 일단 배제해 둔다.
"저, 사귄다는 건……?"
일단은 자신이 잘못 들었거나, 말의 의미에 차이가 있지는 않은지 확인해 본다.
"좀 더 사이 좋게 지내자는 말이야."
네. 대충 맞습니다. 사귄다는 건 보통 친밀한 남녀 사이를 말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은 일단 내버려 두자.
"그건, 그게, 왜요……?"
다음에 드디어 동기의 확인. 이걸로 납득이 가는 답이 나와 준다면 그걸로 됐다. 하지만,
"치하야 짱도 그 편이 좋지 않을까?"
안 되겠다. 모르겠다. 요즘 아즈사 상이 날 신경써 주고 있는 건 안다. 주로 내가 사람을 대하는 것에 관해서. 하지만 그게 왜 '사귄다'는 게 되지?
내 안의 '쓸데없는 것'이라 생각했던 것들에 대한 순수한 흥미나, 알고 싶어하는 욕구가 생기기 시작한 건 자각하고 있다. 그것이 귀중한 걸지도 모른다는 이해도.
하지만 이건 역시 아니다. 이건 내가 안심할 수 있는 아즈사 상과의 거리가 아니다. 그녀에게도 그랬을 것이다. 내 착각이었을까. 적잖이 '배신당했다'는 마음이 싹트고 만다.
아즈사 상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나를 걱정해 주고 있다고 했을 때, '사귄다'는 결론이 되는 이유는. 그것이 그녀에게 가져다 줄 메리트는.
만약 아이돌이 된다면 사람의 마음도 알 수 있게 될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힘도 없고 사람과의 관계도 적었던 내게는, 이 상황을 이해하기 위한 수단은 한정적이었고.
아즈사 상의 눈을 살피듯 들여다 본다. 그 눈에 담긴 것은――
쓸쓸함.
그 작은 흔들림을 깨달은 순간, 조금씩 추측이 형태를 이룬다.
지금 아즈사 상은 '치하야 짱도'라고 말했다. 그건 즉, 아즈사 상에게도 나와 그런 관계가 되어서 만족되는 무언가가 있다.
저번에 아즈사 상이 이 학원에 온 이유를 말해 주었을 때. 왜 지금도 여기에 있냐는 내 물음에, 아즈사 상은 '누군가를 찾고 있는 건지도 몰라.'라고 대답했다. 분명 그게, 그녀가 내게 얘기할 수 있는 한계였을 것이다. 그것은 아즈사 상에게 있어서, 간단히 남을 들이지 않는 소중한 영역.
그리고 그걸 말하는 아즈사 상의 눈은 지금과 같은 색이었다.
아즈사 상에게도, 내게는 말하지 못하는 것이 있다. 그러니 이것은 억측의 영역을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분명 그녀의 부족한 부분은――
"아즈사 상. 저로는 그 사람 대신은 못 될 거라고 생각해요."
그것을 메울 수 있는 건, 채울 수 있는 건, 내가 아니다.
아즈사 상이 흠칫 숨을 삼켰다. 그 표정이 긴장으로 굳어졌다.
"어떻게――"
빗나간 것도 아니었나 보다.
"아즈사 상이 절 생각해 줬던 것처럼, 저도 아즈사 상을 생각해 봤을 뿐이에요."
이제 아즈사 상은 쓸쓸함을 감추려고 하지 않았다. 깊게 깊게 숨을 내쉰다.
"이상한 말 해서 미안해. ……상처를 줘 버렸니?"
"저야말로 죄송해요."
가능한 한 감정 없이 중얼거린다. 난 아즈사 상의 바람에 응할 수 없다. 어중간한 상냥함이 분명 그녀의 원래 상처를 키우고 말 테니까.
"……치하야 짱은 착하구나."
"박정하다고 스스로도 알고 있어요."
아즈사 상이 후후 하며 웃는 것에 따라, 나도 아주 조금 웃음을 띄웠다. 그녀가 한걸음 뒤로 물러선다.
분명 그녀에겐, 지금도 계속 찾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 그 사람은 이 학원에 있을지도 모르고,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 나는 아닐 것이다.
만약 괜히 거리를 좁혀서 잠깐 '사귀어' 보더라도, 그녀의 상처는 조금 나아지더라도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역할에조차 너무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니 지금 그대로의 거리로. 만약 다른 방법으로 힘이 될 수 있다면, 그 땐 반드시.
한동안의 침묵만이 우리들의 거리를 메웠다. 하지만 그것은 절대로 불쾌하고 답답한 것이 아니었다.
지금 이 공간은, 분명 우리들만의 세계였다. 그러니――
쓰이지 않는 교실의 작은 비밀.
그걸 멀리서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었더라도, 분명 우리는 깨닫지 못한다.
이 소설은 픽시브에서 타마키 하야테(珠樹 颯)님이 연재하신 소설입니다. 허가를 받고 카와즈(かわづ)가 번역하였습니다. 원작자의 허가로, 이 소설은 작가와 번역가의 이름, 출처를 명기하면 전재가 가능합니다. 또한, 이 소설에 코멘트된 감상은 원작자에게도 전달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소설의 원본 주소 : http://www.pixiv.net/novel/show.php?id=46118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