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물/번역
[아이마스SS]잠자는 공주 THE HUNDRED LILY -8
'하루카의 꽃향기는 진짜 꽃에서 나는 향기였다 파문'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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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공주 THE HUNDRED LILY
7장 깨어진 쿠키
황량한 대지. 폐허가 된 학원.
봄에는 만개한 연분홍색 꽃이 피어 있을 벚나무도, 지금은 쓸쓸히 갈색 줄기를 하늘로 뻗고, 가지를 비쩍 마른 팔처럼 벌리고 있을 뿐이고.
정처없이 걷는다. 그저 걷는다.
어둡다. 어둡다. 어둡다. 여긴 어디일까.
'이제 다들 없어져 버렸어. 하지만 있지, 난 여기 있어――'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
……
…
벌떡 몸을 일으켰다. 기분 나쁜 식은땀이 등에 축축하게 감겼다.
익숙한 기숙사 방. 이불을 끌어안고 크게 숨을 내쉬었다.
기분 나쁜 꿈이었다. 얼마 전에도 비슷한 꿈을 꿨던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며칠 전, 벚나무 아래에서 깜빡 졸았을 때…….
그만두자. 아침부터 고작 꿈 같은 거에 정신이 팔려서, 굳이 기분을 어둡게 만들 필요는 없다.
커튼에서 들어오는 햇살은 오늘도 부드러웠다.
오늘도 하루카를 만날 수 있을까.
아까 본 기분 나쁜 정경을 털어내듯이, 난 아즈사 상을 깨우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교복으로 갈아입으려고 잠옷의 단추에 손을 댔다.
………
……
…
"응, 다들 꽤 잘하게 됐잖아."
하기와라 상은 교실 의자에서 변형시킨 삽을 손에 들고, 리츠코는 만족스럽다는 듯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날 첫 능력 수업은 밖에서 부유술을 쓸 수 있게 된 다음 과제로, 물질변화라 불리고 있다.
눈앞의 물체를 구성하는 조직을 자신이 이미지한 것으로 다시 짜기 위해서는 특히 능력의 정밀한 컨트롤이 요구된다. 그 중에서도 예를 들면 동물 종류를 변화시킬 수 있는 자는, 지금은 셀 수 있을 정도밖에 없다고 한다.
"해냈어, 마코토 짱! 마코토 짱이 가르쳐 준 덕분이야!"
"그런 거 아냐, 유키호의 노력인 게 당연하잖아."
마코토를 뛰어들듯이 끌어안는 하기와라 상도, 그런 하기와라 상을 가볍게 받아 안고 멋진 웃음을 짓는 마코토도, 평소대로.
"흐흥. 이제 내가 못 하는 건 거의 없는 거 아닐까."
귤에서 변화시킨 사과를 부유술로 띄우면서 자신만만하게 입가를 끌어올리는 건, 미나세 상이다. 과일을 바꾸는 것도 무기물에 비하면 훨씬 어렵다.
"흐와아, 이거 정말로 사과 맛이 나는 걸까요? 아니면 귤 맛 그대로인 걸까아."
"이오리 이미지에 따라 다를 것 같은데. 어쩌면 막 고야 맛이 날지도."
허공에 물음표를 띄우는 것처럼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둥실 둥실 떠 있는 사과를 바라보는 타카츠키 상의 눈은, 오늘도 반짝거려서 귀엽다. 그런 그녀에게 옆에 있는 가나하 상이 웃음짓는다.
"저~, 이거, 되돌릴 수가 없어졌는데요……. 어떡하죠……."
"저도 몰라요. 아즈사 상 물건이잖아요, 그거."
허둥대며 도움을 요청하는 아즈사 상에게, 리츠코가 깊은 한숨을 쉰다. 아즈사 상은 자기 목걸이를 변화시키려고 했었을 것이다. 그녀의 손을 보자, 원래 물건과 같이 반짝이는 팔찌가 놓여 있었다. 그런 아즈사 상에게 말을 건다.
"원래 모양이 기억 안 나나요?"
"그건 괜찮은데……. 원래 모양으로 되돌리려고 해도 잘 안 돼서."
"……잠깐 빌려 주세요."
완전히 힘이 빠진 아즈사상에게서 팔찌를 건네받아, 그녀가 늘 목에 걸고 있던 목걸이를 떠올린다. ――괜찮아, 세세한 곳까지 떠올릴 수 있어. 요 1년간, 분명 계속 봐 왔던 물건이다.
이미지를 그대로 팔찌에 흘려보낸다. 눈부신 빛과 함게, 그것은 내 손 안에서 익숙한 목걸이로 바뀌었다.
"아마 이걸로 이전하고 똑같아졌을 거에요……. 원래대로 되돌리자 보다는 이 모양으로 만들자라고 생각하는 편이 잘 될 거라고 생각해요."
목걸이를 내밀자 아즈사 상은 양 손으로 살짝 그것을 쥐었다가, 눈시울을 붉히고 얼굴을 들었다.
"고마워, 치하야 짱……."
무척이나 소중한 물건이었나 보다. 그녀가 조심스럽게 잠금쇠를 풀고 목에 두르자, 교복 옷깃과 가슴에 가려져서 목걸이는 눈에 띄지 않게 됐다. 안심한 듯이, 기쁜 듯이, 아즈사 상이 웃는다.
평소와 같은 일상이었다. 종이 울리고 이 시간이 끝났다는 분위기가 교실에 차오른다.
모두가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을 때, 갑자기 리츠코가 모두를 불러세웠다.
"잠깐 괜찮을까? 전해야 하는 말이 있어."
오랜 수업에서의 해방감에 찬물이 끼얹어져서, 대놓고 불쾌한 얼굴을 감추려고도 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그런 모두를 순서대로 바라보고――리츠코는 마지막으로, 내게 시선을 맞추었다.
"치하야."
"네?"
"요즘 이상한 꿈 꾸지 않았어?"
"어? "
갑자기 무슨 말일까. 주변의 모두가 신기하다는 듯한 표정을 띄운다.
이상한 꿈. 확실히 짐작가는 곳은 있지만, 그게 대체――
"예를 들면, 어젯 밤이라든지."
"――!?"
그것을 지적당해서 등줄기가 얼어붙는다. 아무도 없는 폐허가 된 학원. 왜 리츠코가, 그걸?
"높은 능력을 지닌 자는 말이지, 그 능력이 완전히 눈뜨기 전에 과거나 미래가 보일 때가 있어. 억누를 수 없게 되어 가는 힘이 무의식중에 발현되어서, 그걸 비추는 거야."
리츠코는 무슨 말을 하는 거지?
두 팔을 붙잡혀 복도를 끌려가고 어두운 방에 내던져지는 며칠 전의 꿈이,
엉망이 된 학원을 등지고 혼자서 계속 걷는 어젯밤의 꿈이,
과거나 미래, 라고――?
"――큿……."
갑자기 머리에 아픔을 느끼고 관자놀이에 손을 짚는다. 그런 게, 그딴 게, 과거나 미래여도 될 리가 없다.
"네가 뭘 봤는지는 몰라.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게 있어――"
리츠코가 한번 말을 끊고, 결심한 것처럼 눈을 감았다. 그리고 천천히 눈이 뜨인다.
"치하야. 네게는 아이돌이 될 소질이 있어."
조용한 교실에 리츠코의 목소리만이 늠름하게 울렸다. 조용한 충격이 교실을 내달리고, 갑자기 고해진 사실에 자신의 목이 꿀꺽 침을 삼키는 소리를 들었다.
"지금 당장 어떻고 저떻고 그런 건 아닌데. 치하야, 앞으로 너는 중대한 결단에 내몰리게 될지도 몰라. 그것만은 기억해 둬."
그런 말을 남기고, 리츠코는 빠른 걸음으로 교실을 나갔다. 발소리가 멀어지고 다시 교실을 정적이 감쌌다.
"………………웃기지 마."
작은 신음을 옆에서 듣고 돌아본다.
"웃기지 말라고!! 어째서――!!!"
미나세 상이 포효한다. 그녀가 쥐고 있던 사과가 손에서 벗어나 허공에 떠올랐다. 그녀의 손에서 몇 줄기의 전격이 흐르고, 사과에 수렴해 간다. 견디지 못하게 된 듯이 사과가 산산조각나 튀면서 잔해가 바닥으로 떨어진다.
"――난 인정 안 해. 네가 아이돌이라니!"
들어올려진 어깨. 거꾸로 솟는 긴 머리. 온 몸에서 분노와 전격을 방출하면서, 눈에 깃든 것은 불타오르는 듯한 적의. 그 모든 것을 손바닥에 모으는 것처럼, 공중에서 그녀과 대치했을 때와 같은 번개로 된 구체가 그녀의 양 손에 태어났다. 두 개의 고밀도 에너지 덩어리는 섬광을 흩뜨리면서 튀어 나갈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이번만큼은 타카츠키 상도 허둥대며 미나세 상 뒤에서 연약하게 눈동자를 굴릴 뿐이었고.
지금 미나세 상에겐 내 말은 닿을 것 같지 않다.
전격을 남김없이 받아낼 강한 벽을 떠올린다. 오른손을 앞으로 내밀었을 때,
"그만해, 이오리 짱, 치하야 짱!"
우리들 사이에 뛰어들어 온 것은, 의외로 하기와라 상이었다. 내게 등을 돌리고 미나세 상을 정면으로 바라본다.
"비켜, 유키호! 이젠 못 참아!"
"아니야, 이오리 짱! 우리들 친구중에 아이돌이 될지도 모르는 사람이 나타난 거잖아? 축하한다고 말해 줘야해."
"안됐지만 난 너처럼 솔직히 사람을 축복할 수 있을 만큼 머릿속이 꽃밭이 아냐. 자꾸 그런 소리 하면 그 태평한 머리부터 날려버리겠어."
"꽃바――아으으. 하지만 있잖아, 이오리 짱. 난 알아. 고집 부릴 때도 있지만, 사실은 이오리 짱은 착한 애란 거. 그리고 아이돌이 한 명만 뽑힐 거라곤 리츠코 상도 말 안했어!"
험한 표정의 미나세 상이 의표를 찔린 것처럼 두 눈을 크게 떴다. 천천히 전기 번개로 된 구체가 작아져 가고, 그녀의 몸에서 방출되던 번개 줄기가 줄어들어 간다. 미나세 상이 시선을 떨구었다.
"한 사람이 아닐 가능성……. 거기까진 생각 못 했네. ……너무 흥분했었나 봐. 미안해, 유키호."
일단은 창을 거둔 것처럼 보였지만, 그녀는 표정을 굳힌 채로 복도로 나갔다. 그 발이 문턱을 넘기 전에 미나세 상은 뒤돌아보았다.
"착각하지 마. 절대로 인정 같은 건 안 할 거니까. 널 없애버려서라도 내가 아이돌이 돼 보일 테니까――"
미나세 상의 모습이 교실에서 사라졌다. 그녀가 나간 쪽과 나를 보고 안절부절 못하던 타카츠키 상에게 가볍게 끄덕인다. 꾸벅 고개를 숙이고 타카츠키 상도 교실을 폴짝거리며 뒤로했다.
"다, 다행이다……."
내게 등을 돌린 채 하기와라 상이 비틀 비틀 주저앉았다.
"정말 고마워, 하기와라 상."
"으응. 치하야짱, 괜찮았어……?"
"응. 네 덕분에."
그녀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앉아 감사하는 내게, 하기와라 상은 연약하지만 굳센 마음이 느껴지는 웃음을 띄웠다.
"어 그게……뭔가 큰일이 됐지만, 축하한다구, 치하야!"
가나하 상이 나를 끌어안고,
"대단해, 역시 치하야야!"
마코토가 하기와라 상에게 손을 내밀면서 싱긋 웃는다.
"고, 고마워……."
하지만 그 축복을, 칭찬을, 내가 받아들여도 되는 지는 잘 알 수 없었다.
뻣뻣한 표정을 짓는 나를, 아즈사 상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
……
…
뭔가를 먹을 기분도 들지 않아서, 점심시간이 되자 나는 사람 눈을 피하듯이 늘 가는 언덕을 향했다. 어제 하루카에게 점심밥은 없다고 듣기도 했으니 마침 잘 됐는지도 모른다.
아이돌. 막연한 동경을 품고 있었을 뿐, 푹신푹신한 그 말의 무게를 지금 나는 아직 알 수 없다.
벚나무 줄기 아래에 앉아 하루카를 기다린다. 문고본은 가져오지 않았다.
춤추듯 떨어지는 벚꽃잎 수를 센다. 그런 의미 없는 행위를 과거의 내가 본다면 화를 낼까. ……트럭 운전수나, 유는.
세 자릿수가 될 때 쯤, 뭔가 이상하다 싶었다. 평소였으면 하루카는 이미 여기에 와 있을 시간일 것이다.
이제 하루카는 여기엔 안 와 주는 걸까. 따끔하게 아픈 불안이 가슴을 쓰다듬었다.
당연한 일이 무너지는 건 언제나 한 순간이다. 다가오는 트럭도. 오늘 리츠코의 말도.
일어서서 주변을 둘러보니――앗. 조금 떨어진 곳에서 이쪽을 향해 필사적으로 뛰어 오는 사람 그림자가 눈에 들어와, 입가가 풀어져 버린다. 언제나 어느샌가 뒤에 서 있는 것이 하루카의 신기한 점 중 하나였지만. 가끔은 저런 당황하는 등장도 좋다. 그 손에는 뭔가를 들고 있어서, 저건……바구니?
하루카의 눈동자가 나를 보고, 크게 손을 흔들었다. 어린애 같은 그 행동을 되받아칠 기분은 들지 않아서, 하루카가 여기로 오는 걸 지긋이 바라보고 있었더니,
그 발이 언덕 경사에 걸려, 하루카는 머리부터 들에 핀 풀꽃에 뛰어들었다.
"히붓"
"하루카!?"
당황하면서 다가가려 하자, 하루카는 익숙한 듯이 일어나서 부끄럽다는 듯이 혀를 내밀었다.
생각보다 훨씬 긴 시간이 걸려 겨우 언덕 위로 올라온 하루카는, "읏샤"라고 입으로 말하면서 앉았다. 안 어울리는 말에 웃음이 터질 것 같았다. 그러고 보면 내가 나중에 앉는 건 처음이란 걸 깨달았다. ……괜히 고민할 필요도 없겠지. 생각하기보다도 먼저, 평소의 거리에 앉았다. 하루카의 머리 냄새를 알 수 있는 거리. 오늘은 내가 고른 거리.
문득, 오늘은 하루카의 부드러운 향기가 조금 강한걸, 하고 생각했다. 그러고 보면 여기 오기까지 그녀는 머리부터 엎어졌었다. 살펴보니 꽃 한 송이가 세 번째 리본처럼 하루카의 머리를 장식하고 있었다.
그걸 손끝으로 잡아 하루카에게 보여 주자, 그녀는 부끄러운 듯이 웃으면서 감사를 했다.
"아, 고마워, 치하야 짱. 아~ 정말, 왜 이렇게 됐지. 넘어지고, 늦잠 자고."
"하루카는 잠꾸러기였구나."
"시, 시끄러 정말! 애초에 왜 내가 어젯밤 늦게까지 일어나 있었는데!"
"왜 그랬는데?"
"비밀이야!"
뺨을 붉히고, 딴 데를 보고. 금방 금방 바뀌는 하루카의 표정은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다. 하지만 비밀이란 말이지. 신경 쓰이니까, 그럴 거면 처음부터 말하지 말았으면 한다.
"그럼 그건 뭐야?"
이쪽이라면 알려줄까 싶어서 하루카가 손에 든 바구니를 가리키자, 그녀는 어흠 헛기침을 했다.
"치하야 짱, 점심밥 안 먹었지?"
"응."
"어, 진짜로 안 먹었어? 그럼 안 돼."
"네가 그랬잖아……."
"뭐, 그렇지만."
한숨을 쉬고 싶어진다. 하루카가 바구니 뚜껑을 열어 안에 손을 넣는 걸 지켜보고 있으려니, 안에서 나온 건 쿠키 하나였다.
"공복은 최고의 스파이스라고도 하고 말야, 만약 입에 안 맞아도 치하야 짱은 이걸 안 먹곤 못 배길 걸~. 자, 여기."
과자에 스파이스는 필요 없지 않나 마음 속으로 태클을 걸면서, 하루카가 내민 쿠키를 받는다. 초콜릿 맛인 것 같은 그것을 잠깐 바라보고 살짝 문다. 너무 달지도 않고, 너무 쓰지도 않고. 바삭한 쿠키를 씹자 금방 혀 위에서 녹아내렸다. 은은한 초콜릿 향기가 입 안 가득 퍼진다. 평소에 과자는 거의 먹지 않지만, 이건 틀림없이,
"맛있다……."
나도 모르게 중얼거리자, 하루카는 휴 하고 숨을 내쉬고 만면의 웃음을 지었다.
"다행이다. 혹시 '이런 거 못 먹어' 같은 말 들으면 어쩌지 싶었어."
하루카는 바구니 뚜껑을 열고 나와 자기 사이에 두었다. 색색의 크기도 모양도 제각각인 수많은 쿠키가 꽃다발처럼 잔뜩 들어차 있다.
"나 과자 만드는 거 좋아하는데 말야, 다른 사람한테 주는 건 오랜만이라 뭔가 재밌어져서 한가득 만들어 버렸어. ……먹어 줄래?"
"……고맙게 받을게."
노란색 쿠키를 하나 집어서 이리저리 바라본다. 이런 색 쿠키는 처음 봤다.
"이건 뭐야?"
"그건 있지, 호박이야."
호박으로도 쿠키를 만들 수 있구나. 조금 감탄하며 입안에 집어넣는다. ……그렇군. 호박 본래의 달콤함도 꽤 과자와 어울리는 법이구나.
하나, 둘. 둘이서 바구니에 손을 넣을 때마다, 점점 쿠키가 줄어들어 간다. 내가 묻지 않아도 하루카는, 이건 적당히 굽기가 어려워~ 라느니, 다음엔 그걸 시험해보려고~ 라느니, 쿠키에 관한 여러가지 것들을 얘기해 주었다.
이건 산미 있는 홍차에 어울릴 것 같다. 모처럼이니 여기에 마실 게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렇게 생각했을 때, 새삼스럽게 자신이 식사를 즐기고 있다는 걸 깨닫고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 그것도, 누군가와 함께.
요 1년간 뭔가를 먹을 때 즐겁다고 느낀 적은 없었으니까――
손 안의 하트 모양을 한 정석적인 밀크 쿠키에 시선을 떨군다. 과자. 배를 채우기 위해 만들어진 건 아니고, 필요한 영양을 보급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당분이 너무 많은 게 대부분이다. 그야말로 쓸데없는 것의 결정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분명 이것을, 하루카는 어젯밤 최선을 다해 만든 것이다. 맛의 취향이 어떤지도 모르는 날 위해 설탕 양이나 굽는 시간에 머리를 싸매면서. 그야말로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자 버릴 정도로.
공복은 최고의 스파이스라고 하루카는 말했지만.
이게 내게 정말로, 정말로 맛있게 느껴지는 건, 하루카가 날 생각해서 만들어주었다는 게 쿠키 하나 하나에서 전해지기 때문이고.
쓸데없는. 쓸데없는 것. 그럴 텐데.
어떡하지. 그 마음이, 참을 수 없이 기쁘다――
쿠키를 집는 손이 멈춘 것을 보고 하루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래? 슬슬 배불러?"
작게 고개를 흔든다. 아니다. 아니야.
어떡하면 이 마음을 전할 수 있을까.
어떡하면 이 마음에 보답할 수 있을까.
나도 하루카에게 뭔가를 해 주고 싶다. 하지만 내겐 아무것도 없고, 솔직히 마음을 표현하는 것조차 잘 하지 못하고.
뭔가 내가, 이 학원에서 얻은 것……. 그런가.
"있지, 하루카. 나, 아이돌이 될 수 있을지도 몰라."
하루카의 손 안에서 코코아 쿠키가 바스락 떨어져 부서졌다.
"어……."
하루카가 눈을 크게 뜬다. 그 입도 무언가를 말하고 싶은 듯이 한번 열렸다가, 그리고 그대로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 조용히 닫혔다.
"그렇……구나."
하루카가 쥐어짜낸 것은 생각과는 달리, 연약한 목소리였다. 솔직히 조금 기뻐해 주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럼 나, 뭔가 네 소원을 이루어 줄 수 있을지도 몰라."
봄이 지나고, 하루카가 멀리 가 버리기 전에. 그녀도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숙이고 있는 그 얼굴이 흐려졌다.
"아이돌에 가까워질 수 있는 힘이 있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었지만, 나, 널 위해서라면――"
"그만해!!"
하루카의 고개가 튕기듯이 들리고, 큰 소리를 냈다. 놀라서 숨을 삼키는 나를 보고 하루카가 후회하는 것처럼 바닥을 보았다.
"미안……. 하지만 부탁이야, 날 위해 아이돌이 되겠다니, 그런 말 하지 마……."
매달리는 듯한 그 목소리에 어쩔 도리도 없이 곤혹스럽다.
어째서.
아이돌이 될 수 있으면, 멀리 떨어지더라도 네가 있는 곳으로 날아갈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네 소원을 이루는 것도, 행복하게 하는 것도 가능할지도 모르는데.
계속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을 위해서는 아이돌의 힘 같은 건 필요 없으니까, 적어도 누군가를 돕기 위해 쓰겠다고. 겨우 그렇게 생각할만한 사람을, 그럴 수 있는 힘을, 찾아냈다고 생각했는데――
"……알았어. 널 위해 아이돌이 되겠단 말은 안 할게."
"……미안해."
왜 네가 사과하는 거야. 분명 내가 착각했을 뿐이야. 줄어든 거리에 들떠서 네 기분을 제대로 생각하지 못했어.
분명 넌 이런 나한테도 상냥하니까, 새로운 곳으로 이사가더라도 친구 복이 많겠지. 굳이 무거워진 내 마음을 끌어안고 거기로 갈 필요는 없다.
쓸데없는 참견이라곤 생각하지만. 어떤 곳이라도, 네 웃음이 흐려지지 않기를. 지금은 이제 그것만을, 그저 바란다.
"그래도 하루카한테 무슨 일이 있으면 반드시 내가 지킬 테니까."
이번에야말로. 누군가를 지켜 보이겠다.
"고마워. 하지만 있지, 나도 치하야 짱을 지키고 싶은걸."
그렇게 중얼거리는 하루카는, 아주 조금 쓸쓸해 보이면서도 뭔지 모를 마음을 느끼게 하는 눈을 가늘게 뜨고, 웃었다.
벚꽃잎이 바람에 실려 떨어져 간다. 계절이 옮겨가며 변하듯이, 일상도 끊임없이 변화해 간다. 시간의 흐름은 어쩔 도리 없이 상냥하고, 잔혹하고.
이제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내게 있어서 너는 이미, 누구보다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계속 이대로 같이 있을 수 있다면――
하지만 내가 아무리 바라더라도. 이렇게 벚나무 밑에서 같이 시간을 보낼 일은 이제 없을지도 모른다고, 어렴풋이 생각했다.
이 소설은 픽시브에서 타마키 하야테(珠樹 颯)님이 연재하신 소설입니다. 허가를 받고 카와즈(かわづ)가 번역하였습니다. 원작자의 허가로, 이 소설은 작가와 번역가의 이름, 출처를 명기하면 전재가 가능합니다.
또한, 이 소설에 코멘트된 감상은 원작자에게도 전달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소설의 원본 주소 : http://www.pixiv.net/novel/show.php?id=461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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