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딛은 발이 욱신거리며 아팠지만 그런 걸 신경쓸 여유는 없다. 구르다시피 하며 그녀가 떨어진 곳으로 달려간다.
"위험해, 치하야!"
마코토의 제지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세 사람의 발소리가 나를 쫓아온다.
하루카는 교사 뒤의 벚나무 밑에 쓰러져 있었다. 울 것 같은 심정으로 달려가 위를 바라보도록 눕혀 어깨를 안았다.
"하루, 카――하루카!"
네가 없어지면 난――
필사적으로 불러도 그녀는 눈을 뜨지 않는다. 하기와라 상과 다른 애들이 걱정스럽게 내 뒤에서 들여다보고 있다.
"하루카, 제발, 하루카――"
천천히, 내 품 안에서 하루카가 눈을 뜬다. 그 눈이 날 비추고 하루카가 조용히 미소를 만들었다.
"다행, 이다. 치하야, 짜."
"안 다행이야!"
"괜찮아. 난 괜찮으니까."
하루카가 비틀거리며 일어나 교사에서 멀어지려는 듯이 걷기 시작한다.
"일단 여긴 별로 안 좋아하니까, 좀 더 저쪽으로 가자?"
벚나무 아래엔 안 좋은 추억이 있으니까. 하루카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다리를 끈다.
"아, 그러고 보니 리츠코!"
사태가 급격히 굴러가는 바람에 완전히 의식 밖에 있었다. 뛰쳐나간 마코토가 금방 리츠코를 등에 지고 돌아왔다.
역시 의식은 없다. 지금도 피를 뿜어 내고 있는 옆구리의 상처가 안쓰럽다.
교정으로 이어지는 계단에서 하루카는 무너지듯이 주저앉았다. 그녀에게서 조금 떨어진 곳에 마코토가 리츠코를 눕히고, 간단한 지혈 처치를 한다. 치료술을 쓰지 못하는 답답함에 입술을 깨문다. 리츠코의 회복력에 걸 수밖에 없다.
지금은 이 상황을 조금이라도 빨리 끝내야 한다. 초조한 마음을 어떻게든 억누르면서 우리들은 하루카 주위에 앉았다.
"일단. 미키는 한동안 움직이지 못할 거야. 꽤 힘을 깎았으니까. 하지만 미키를 떨어뜨렸을 때 강력한 방어 결계를 펴는 게 보였으니까, 다같이 지금 가더라도 어떻게 할 순 없을 거야. 미키도 회복에 전념하겠지만 경계는 풀지 마."
하루카가 우리들을 둘러보면서 조용히 말했다.
"그래서……. 치하야 짱한텐 어디부터 얘기해야 할까."
"하루카. ――미안해."
"…………응?"
"나, 너한테 상처주는 말을 해서. 네 기분은 하나도 생각하지 않고……! "
하루카가 곤혹스러운 듯이 눈썹을 찌푸렸다.
"저기, 나, 처음엔 능력에 대해서 이것 저것 물어볼 줄 알았는데, 왜 사과하는 거야?"
"그러니까 그건 내가 잘못해서――"
"음, 역시 뭔가 오해가 생겼을지도 모르겠는데, 치하야 짱은 나한테 잘못한 거 하나도 없다고?"
"그럼 왜 오늘 그 언덕에 안 왔던 거야?"
"아, 그건 정말로 졸려서 졸려서. 그냥 늦잠입니다. 정말 미안해, 치하야 짱."
뭐――?
늦잠?
일단, 날 싫어하게 된 건, 아니고?
"그것도 포함해서 역시 처음부터 설명해야겠지. 나 있잖아, 아이돌이야――"
……그건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혼자서 미키와 호각으로 싸울 수 있을리가 없다.
하지만.
"――200년 전의."
그 말은 이해할 수 없었다.
"아이돌이란 건 말야, 백 년에 한 번 잠자는 공주가 눈뜰 때 능력을 가진 누군가에게 그 소질이 주어지는 거야. 잠자는 공주 얘기, 들은 적 있지?"
모두가 끄덕인다. 이 학원의 누구나가 아는 소문.
"이건 훨씬 옛날부터 있던 전설인데, 전부 진짜야. 구교사의 벚나무 밑에는 소녀가 잠들어 있고. 백 년동안 눈뜰 때를 기다리고 있는 거야."
놀라서 숨을 삼킨다.
"이 다음은 전래동화엔 안 나오지만, 눈을 뜬 소녀는 이 세상 전부를 파괴하기 위해 지상으로 올라와. 그걸 멈추기 위해 선택되는 게, 아이돌."
"그럼 하루카, 짱은 잠자는 공주를 쓰러뜨린 적이 있어?"
하기와라 상이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응. 하지만 있지, 잠자는 공주를 쓰러뜨리고 힘을 다 쓴 아이돌은 다음 잠자는 공주로서 백 년간 잠들게 돼. 그렇게 해서 계속 아이돌은 태어나고 사라져 갔던 거야."
"그럴 수가……그럼 하루카는 왜 잠자는 공주가 된 거야!? 그걸 알면서 아이돌이 된 건 아니지?"
놀라는 마코토에게 하루카는 작게 고개를 저었다.
"알고 있었어. 그래도, 그 때의 내겐 지키고 싶은 사람이 있었거든. 그럴 수 있는 건 나뿐이었으니까."
내가 미키의 최대의 공격 전에 생각했던 것과 같은 걸, 하루카는 말했다.
"하지만 왜 그렇게 돼 버리는 걸까. 아이돌의 힘은 제어할 수 없을 만큼 커서, 나도 싸우고 있을 때 일은 지금도 거의 생각 안 나. 그 때 누구를 위해 싸웠던 건지도 잊어버렸어."
하루카는 쓸쓸한 듯이, 웃었다.
"그래도 어떻게든 잠자는 공주를 쓰러뜨려서, 이번엔 내가 잠자는 공주가 됐어. 백 년이 지나고 눈을 떴을 때, 내 안에는 '전부 다 부숴야 해' 라는 마음밖에 없었어. 왜인진 모르겠지만."
따뜻하게, 부드럽게 웃을 수 있는 하루카가 그런 충동에 지배당하는 모습은 상상도 가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나를 멈춰 준 게, 미키였어. 아이돌로서 내 앞에 버티고 선 미키는 날 죽였어."
"어!?"
눈앞에 있는 사람에게서 죽은 적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모두가 말을 잃는다.
"그, 그러면 누군가를 되살리는 능력이 있다는 말이야!?"
가나하 상이 매달리는 듯한 시선을 하루카에게 향했다. 이것에도 하루카는 고개를 젓는다.
"그건 아이돌이라도 잠자는 공주라도 못 해. 나에 대한 건 나중에 설명할게. 날 쓰러뜨린 미키는 또 다음 잠자는 공주가 되어서, 백 년간 잠들었어. 그리고 눈을 뜬 게, 지금 우리들이 싸우고 있는 미키."
그렇구나, 그래서. 잠자는 공주인 그녀는 모든 것을 부수려고――
하지만 그렇다면 지금 하루카는?
"즉 잠자는 공주를 아이돌이 쓰러뜨리는 것으로 세계가 유지돼 왔는데, 이래선 계속해서 이런 일이 반복되고 말아. 어딘가에서 아이돌이 잠자는 공주를 쓰러뜨리는 데 실패한다면 그걸로 끝. 그러니까 여러 사람들이 이 연쇄를 끊기 위해, 선택받은 아이돌 이외에 잠자는 공주를 타도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어."
"그렇게 해서 태어난 게, 나."
"이번에 눈을 뜨는 미키를 쓰러뜨리기 위해, 그 다음 잠자는 공주인 '나'의 유전자를 사용해서 내가 만들어졌어. 간단하게 말하면 클론이란 거지."
"그럴 수가……."
나도 모르게 입에서 말이 흘러나왔다. 그런 우리들을 쓸쓸하게 바라보면서 하루카는 이야기를 계속한다.
"그 목적은 원래 아이돌에 필적하는 능력을 가지고, 그걸 파괴충동에 휩싸이지 않고 제어할 수 있고, 그리고 역할을 마침과 동시에 죽는 '아마미 하루카'를 낳는 것이었어. 지금까진 잘 되고 있는 것 같은데. 당시만큼은 아니지만 그럭저럭 힘은 나오고, 눈 색도 평범한 그대로고, 요즘 들어서 몸이 잘 움직이지 않을 때가 있고. 정말 있지, 졸려서 견딜 수가 없어. 오늘도 좀 더 빨리 일어나려고 했는데, 아~, 미키 나와버렸구나~ 하고 눈치챘어도 제대로 싸울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거든. 미안해."
"그런 게 어딨어! 잠자는 공주를 쓰러뜨리면 볼일은 끝이라니――너무해!"
마코토가 하루카의 말을 끊듯이 외쳤다. 반대로 나는 점점 냉정해져 간다. 그런가. 그래서 하루카는 일어나지 못하게 된 거였구나.
"그럴까? 적어도 난 납득했어. 어차피 '나'는 죽은 사람이고, 내 힘으로 누군가의 슬픔을 끝낼 수 있으니까. 만약 이번에 내가 실패하더라도 다음 잠자는 공주는 백 명의 '나'를 만들어서 맞붙일 거래. 과연 그거라면 틀림없이 이 연쇄는 끊길 거야. 내가 이 시대에서 할 수 있는 건 일단 미키와 싸우는 실험대. 그거면 됐다고 생각했어. 생각했, 었어."
"난――아이돌이니까. '아마미 하루카'니까.
하루카가 마코토를 향하고 있던 시선을 천천히 내게로 되돌렸다.
"하지만 있지――치하야 짱하고, 만나 버렸으니까."
하루카는 포기한 것처럼. 하지만 왠지 즐거운 것처럼 작은 웃음을 입가에 띄웠다.
"1개월 전에 태어나고 나서 계속 구교사에 틀어박혀 있었는데. 마지막에 이 세계를 밝을 때 봐 두자고 생각해서, 백 년만에 교사 밖으로 나와 봤더니 벚나무 아래에 여자애가 있었단 말야. 혼자서 뭘 하고 있는 걸까, 흥미 본위로 다가가 봤을 뿐이었는데. 내일도 그 애는 있을까, 내일은 좀 더 얘기할 수 있을까 생각했더니 두근거리기 시작해서."
혼자, 였던 것이다. 하루카도. 알고 있는 사람이 없는 시대에 원하지 않게 태어나서.
"처음엔 좀 까다로운 인상이었는데. 그래도 제대로 남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여자애라서. 그 눈을 나 같은 애한테 향해 주는 게 기뻐서. 아아, 난 이 애가 있는 세상을 지킬 수 있구나 생각하니까, 좋아, 열심히 하자, 하고."
있잖아, 치하야 짱. 하고 하루카는 계속했다.
"그런 내가 있지, 치하야 짱이 아이돌이 될 지도 모른단 얘길 듣고 어떤 기분이었을 것 같아? 그것도 날 위해 아이돌이 되겠다니. 치하야 짱 탓이 아냐. 하지만 지키고 싶은 여자애가 눈앞에서 슬픈 연쇄에 엮일 지도 모른다니, 용서할 수 없었어. 분했어."
하루카의 눈이 강한 의지를 발한다.
"만약 치하야 짱을 만나지 못했더라도 난 전력으로 미키와 싸웠을 거라고 생각해. 하지만 나는 절대로 치하야 짱을 아이돌 같은 게 되게 하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마코토 짱! 위험해!!"
"――――――어?"
하기와라 상이 마코토의 등 뒤를 감싸듯이 서서 양 손을 펼치고 있었다.
털썩.
쓰러진 하기와라 상이 계단을 굴러 떨어져 간다. 그 온 몸에 붙어 있는 것은 연두색으로 반짝이는 빛.
누구 하나 소리를 낼 수 없었다.
천천히 그녀의 몸에서 빛이 떨어져 가고, 풀밭에 엎드린 하기와라 상의 손끝이 움찔하고 움직였다.
"유키호!!!!!!"
튕겨나는 것처럼 일어선 마코토가 계단을 떨어지듯이 달려갔다.
"유키, 호?"
하기와라 상의 곁에 주저앉아 그 어깨를 안아올린 마코토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저기, 일어나――"
몸을 흔들어도 하기와라 상은 눈을 뜨려 하지 않았다.
"――일어나, 유키호!!"
눈가에 큰 눈물방울을 띄운 마코토의 외침이 덧없이 울렸다.
"유키호!!!!"
그 절규에 불린 것처럼 하기와라 상의 오른손이 천천히 들어올려졌다. 그 손이 마코토의 뺨에 살짝 닿았다.
"――토 짱. 나, 마코토 짱, 을 지켜내――을까?"
힘없이 오른손이 떨어진다.
"그럴, 수가――"
가나하 상이 입을 반쯤 벌리고 굳는다.
난 조용히 일어섰다.
"하루카. 지금 건 미키지?"
"……응. 하지만 그녀의 힘이 돌아왔으면 지금 일격으로 전원을 없애버렸을 거야. 조금 더 시간은 있을지도 모르지만, 할 일이 있다면――서둘러."
"……가나하 상은 여기에 있어. 모두를 지켜줘."
"아, 알았다구."
구교사를 향해 달려간다.
하루카의 얘기를 듣고 생각하는 것은 잔뜩 있다.
쓰러진 하기와라 상을 보고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을 리가 없다.
하지만.
세게 깨문 입술에서 피가 배어나왔다.
적어도 나는 어디까지라도 냉정해야 해. 행동을 해야 해.
지금 다른 감정에 머리를 지배당하면, 내 다리도 움직이지 않게 될 것이다. 미키가 돌아오면 이번에야말로 전선은 붕괴한다. 그것만은 막아야 한다.
힘이 회복되고 나서. 그런 물러터진 말을 할 시간은 이제 없다.
이 소설은 픽시브에서 타마키 하야테(珠樹 颯)님이 연재하신 소설입니다. 허가를 받고 카와즈(かわづ)가 번역하였습니다. 원작자의 허가로, 이 소설은 작가와 번역가의 이름, 출처를 명기하면 전재가 가능합니다. 또한, 이 소설에 코멘트된 감상은 원작자에게도 전달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소설의 원본 주소 : http://www.pixiv.net/novel/show.php?id=4611857